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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초하 Oct 16. 2023

모르는 게 있으면 언제든 편하게 물어보세요!

역지사지, 팀에 새로운 친구가 입사했다.

얼마 전 팀에 신규 입사자가 들어왔다. 이 팀에서는 새로운 인력이 팀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짝꿍을 붙여주는 문화가 있다. 이번 신규 입사자의 짝꿍으로는 내가 당첨이 됐다. 아직도 내 코가 석자인데, 이제 내가 누굴 알려주는 입장이 되다니...? 이 회사, 이 팀으로 이직한 지 10개월 만에 내가 기존 인력의 입장이 되어 우리 팀의 업무와 시스템을 알려주는 역할이 된 셈이었다. ​


신규입사자분이 팀에 오시는 첫날, 팀 대표로 가장 먼저 환영의 인사를 드리고 팀 상견례 자리를 가졌다. 돌아가며 자기소개를 하고, 신규 입사자분의 자기소개도 들으며 10개월 전 내 모습이 저절로 떠올랐다. 직장 생활한 지 10년 만에 처음으로 회사를 옮기고 새로운 환경에서 첫 소개를 했던 그 순간, 긴장된 마음과 떨리는 목소리를 애써 숨긴 채 나를 소개했던 내 모습. 불과 엊그제 같던 생생한 기억이 벌써 10개월 전 이야기다. 신규 입사자분의 긴장된 자기소개를 들으니 나까지 저절로 긴장되는 것 같았다. 그렇게 어색하고도 낯간지러운 첫 상견례 자리가 끝났다.​


 짝꿍의 가장 중요한 미션은, 새로 오신 분이 자칫 팀에서 방치되지 않도록 그분의 시간을 잘 채워드리는 것이다. 나는 업무 진행을 위해 받아야 하는 여러 권한 리스트와 팀 주간 업무 일지, 그 외 주요 업무 파일들을 정리하여 공유드렸고, 새로운 분은 하나씩 읽어보겠다며 감사의 인사를 전하셨다. 보시며 모르는 건 언제든 편하게 질문해 달라는 이야기도 전했다. 인사치레가 아니고 진심이었다. 아마 새롭게 쏟아지는 무수한 정보에 그분의 머릿속은 바로 하얘졌을 것이다. 내가 그랬기 때문이다. ​


경력직 이직러는 아무런 설명도 없이 덜렁 던져지는 각종 정보의 홍수를 하나씩 해석하며 스스로 머릿속에 탑재해야 한다. 이직러에게 회사는 결코 친절을 기대할 수 없다. 처음 내가 이곳에 왔을 때도, 모든 걸 스스로 익히고 배워야 한다는 사실에 허허벌판에 홀로 떨어진 기분이었다. 아무리 경력직이라도 모든 것이 새삼스럽고 새로 익혀야 하는 건 똑같은데 설명 없이 내던져졌을 땐 너무하다 싶을 때도 있었다. ​


그런데 막상 내가 반대 입장이 되어보니 그 상황이 이해가 갔다. 일이 바쁘고 초치기로 업무를 쳐내는 상황에서, 누구 하나를 온전히 케어해주고 성심성의껏 알려줄 마음의 여유가 나조차도 쉽게 허락되지 않았다. "이거 하나하나 설명할 바에야 내가 하는 게 더 빠르겠다"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아마 내가 처음 이 팀에 왔을 때도, 팀 동료들이 지금의 나와 같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역지사지의 입장이 되어보니, 그 당시 바쁜 시간을 쪼개어 나를 챙겨줬던 내 짝꿍 동료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다른 한편으로는, 나는 그래도 더 마음을 써서 이 친구가 내가 느꼈던 막막함을 조금이라도 덜 느끼고 빨리 감을 잡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내 업무 시간을 쪼개어 여러 파일을 정리해 공유했고, 별도 일정을 잡아 내가 아는 선에서 이 팀의 업무 방식과 내가 겪었던 시행착오들을 알려주기 위해 노력했다. 물론 이 또한 새 친구에게는 범람하는 여러 정보들 중 하나였을 것이다. 이 정보를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이 친구가 스스로 해석하는 과정도 필요할 것이다. 아마 나와 똑같이 허허벌판에 놓여진 외로움을 느낄 수도 있다. 새로운 동료가 느끼는 막막함을 100% 해결해 줄 수 없는 것, 이 또한 역지사지의 입장이 되었을 때나 느낄 수 있나 보다. 그래서 지금 이 순간 새로운 동료에게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딱 하나인 것 같다.

"모르는 게 있으면 언제든 편하게 물어보세요! 진심으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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