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자가 심심찮게 나오자 한동안 보이지 않는 주민이 있으면 으레 자가격리 중이려니 생각하게 됐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잠잠해지는가 싶더니 거리두기도 완화되었다. 아이들도 놀이터에 모이기 시작했고 한동안 미뤄졌던 동대표 회의도 재개됐다. 하지만 변이 바이러스가 생겼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얼마 지나지 않아 재유행을 경고하는 엄중한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한층 더 강력한 전파력을 가졌다던 바이러스가 마침내 단지까지 침입한 듯했다. 입단속을 단단히 하라거나 방역관리에 대한 지시를 내릴 줄 알았던 관리소장은 예상 밖의 목소리를 냈다.
나는 수화기를 고쳐 잡고 한 번 더 물었다.
“누구, 누구라고요?”
“B조 우석 씨요! 빌어먹을! 하필이면 경비가 걸렸다고요.”
마땅한 대답이 떠오르지 않아 숨만 고르고 있었다. 짜증이나 불만으로 읽히거나 경멸의 신호가 되지 않도록 신중하게. 지난 아침 교대할 때 마주쳤던 우석 씨를 떠올려 봤지만 평소와 다른 점은 없었다. 어제보다 얼룩이 조금 더 번졌거나 문제 삼지 않을 만한 긁힘이 생긴 현관문 정도였다. 주민에게 일러줘도 뭐 그런 시시콜콜한 것까지 알려 주냐고 핀잔을 줄 듯한.
“주민들이 뭐라고 하겠습니까? 도둑 든 거랑은 또 다른 문젭니다. 이런 식으로 엿 먹이는 겁니까? 내가 당신들한테 대체 뭘 그렇게 잘못했습니까?”
관리소장은 우석 씨가 일부러 걸렸거나 감염 사실을 알고도 숨겼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어쩐지 나도 한패가 아니냐고, 네가 옮긴 건 아니냐고 묻는 것처럼 들리기도 했다. 벌써 항의하러 온 주민들이 많은지 수화기 너머로 수런거리는 소리가 새어 나왔다. 틈틈이 휘몰아치는 듯한 고성이 꽂혔다. 매일 두 번씩 돌며 점을 찍던 순찰이 결과적으로 성실하게 바이러스를 퍼뜨리고 다녔던 게 됐을지도 몰랐다.
당장 검사부터 받아보라고 딱딱대는 바람에 부리나케 가까운 선별진료소로 달려갔다. 긴 줄을 따라 검사를 마치고 나와선 한참 머뭇거렸다. 그때까지도 코끝이 찌릿했다. 손에 쥔 안내문에는 굵은 글씨로 밀접 접촉자는 결과에 상관없이 곧장 집으로 가 자가격리를 하라고 쓰여 있었다. 우석 씨와 나는 밀접 접촉자일까. 서로 마스크를 벗은 적은 없지만, 마주 보고 나눈 얘기와 주고받은 표정도 많지 않지만 어쨌든 한 공간을 공유하는 사이. 간이침대도 화장실도 같이 쓰는. 하지만 비누와 치약은 따로 쓰는. 고민하는 사이 관리소장에게 메시지가 왔다.
음성이면 일단 출근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