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식과 예지몽 그 사이
꿈. 프로이트는 꿈을 무의식의 통로라고 했다. 정호를 화장하고 온 날은 쉬지 않고 울어 체력이 다했는지 집에 오자마자 나는 침대에서 눈물을 흘렸지만 이내 곧 잠이 들었다. 깼다가 다시 잠이 들었다가, 깊이 잠들지 못했지만 잠은 들었다. 야속하게도.
나는 자고 있으면 누가 업어가도 모를 듯이 잠을 자는 사람이다. 유럽 여행 중 야간 버스에서도, 야간열차에서도 한숨도 깨지 않고 잘 자는 사람이었다. 찜질방, 친구네 집, 심지어 여행 중에 너무 피곤한 날은 길거리에 오도카니 있는 벤치에서도 쪽잠을 자는 사람이다. 그런 내가 자꾸 어디선가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깨고, 또 어떤 날은 정호의 대변 냄새를 잠결에 맡아 잠깐 깼다. 그런 나날이 일주일에 한 번씩 찾아왔다.
2~3주에 한 번씩 정호가 꿈속에 나타났다. 찾아와 준 것이라고 믿고 싶지만, 그렇기엔 정호는 꿈속에서 너무 아팠다. 한 번은 꿈속에서 정호의 심장이 대동맥 하나에 겨우겨우 너덜거리며 아슬아슬하게 붙어있는 꿈을 꿨다. 급한 마음에 원래 다니던 병원이 아닌 새로운 병원으로 갔더니 그 병원 원장이 왜 그 병원에 다녔냐며 거긴 돌팔이 의사라고 말했다.
어떤 꿈은 이렇기도 했다. 이미 유골이 된 정호를 다시 살릴 수 있다는 곳이 있다고 해서 굉장히 이상한 에스컬레이터와 360도 회전하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다른 동네의 지하실로 들어갔다. 그곳에서 자기만 믿고 몇 시간 후에 오라고 해서 갔다니, 유골이 죽이 될 정도로 습해서 결국 정호를 살릴 수 없게 된 꿈.
그 꿈을 꾸면서 나는 처음으로 울면서 잠에 깬다는 것이, 자면서도 울 수 있다는 것이, 잠에서 우느라 숨이 막혀 깰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그리고 그 후로 잠을 잘 수가 없어 뜬눈으로 밤을 새 지웠다. 아니 그 꿈으로 인해 뜬 눈이 아니라 우는 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야속하게 아침은 새로 시작되고 아무렇지 않은 척 세수를 하고 회사를 갔다.
정호를 보낸 뒤 6개월이 지날 때쯤에는 그래도 정호와 직접적인 죽음과 조금 멀어졌다. 내가 누군가와 이야기할 때 내 품속이나 내 옆에 정호가 있던가, 우리가 처음 같이 산 집에서 불이 나 어린 시절의 정호, 오동통하고 털북숭이인 그 아이를 구하러 뛰어 들어간다던가 좋지도 나쁘지도 그런 꿈들이 이어졌다. 그래도 그렇게 꿈속에 네가 나와준다는 것이 고마웠다. 그리고 그런 날은 아침부터 네 생각이 나서 더 힘이 났다. 오늘은 정말 오늘 하루 잘 보낼 것이라고.
신기한 경험을 했다. 당근 마켓에 정호의 간식을 올려두고, 한 두 달 동안 연락이 없었다. 안 팔리나 보다 하고 그냥 버려야지 생각한 그날, 꿈속에서 정호가 나왔고 내게 처음으로 말을 했다. 간식들 조금 더 갖고 있으라고. 그리고 바로 그날 당근 마켓에서 정호 간식을 원하는 구매자가 나타났고, 혹시 강아지 간식이 더 있다면 다 팔아달라고 했다.
무의식과 예지몽 그 사이에서의 정호의 꿈들은 왔다 갔다 한다. 아마 무의식이 더 크겠지만, 객관적으로도 나는 그것을 알지만, 그래도 정호가 내 꿈에 찾아와 준 것이라고 믿고 싶다. 정호가 무지개다리를 건넌 지 1년이 지난 후, 확실히 꿈에 나타나는 빈도가 현저히 잦아들었다.
너의 심장이 너덜거려도, 너의 유골이 곤죽이 되어도, 네가 화염에 휩싸여 있어도, 너는 내게 여러 형태로 찾아와 준 것이라고. 더한 모습으로 찾아와 주어도 괜찮다. 그 이후의 죄책감이나 슬픔이나 울음은 나의 몫일뿐이고, 너로 인해 여전히 슬프다는 것이 나는 늘 기쁘다. 그러니 오늘도 찾아와 주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