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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논노 Oct 24. 2021

죽어버린 생명을 얼마나의 기간 동안 사랑할 수 있을까?

사랑했다와 사랑한다의 지점 속에서 나는 헤매고 있다. 

355일 전, 키우던 노견이 죽었다. 노견에 대해서 줄창 쓰고 싶었으나, 쓸 수 없었다. 내 노견의 죽음을 어떤 소재로 삼고 싶지도 않았거니와, 써보려고 한번 노력했을 때, 어떤 형용사로 시작해 어떤 서술어로 끝맺을 수 없었다. 내 노견은 죽었으나 노견으로 인한 나의 여러 감정은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현재 진행형이었기에. 당최 정리가 되지 않았기에. 무엇보다 그 아이에 대해 쓰려고 하면 자꾸 콧물과 눈물과 물이란 물이 얼굴에 있는 구멍에서 나왔기에.


그래도 이제 10일 후면, 너의 육체가 이 지구를 떠난 지 1년이 되니 한 번은 써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 말뜻은 죽은 나의 강아지를 생각한다는 것이, 내 강아지 정호의 형체를 다시 구체적으로 생각해본다는 것이, 즉 우리의 추억을 회고해본다는 것이, 눈물이 나지 않다는 뜻이다.


사랑이란 감정은 참 직관적이고, 생명력이 넘치는 감정인 것 같다. 특히 나의 경우에는 시야에 있어야, 살아 있어야 “너를 사랑해”라는 가장 순수하고 원형적인 의미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것 같다. 


지금 정호에 대한 사랑은 확실히 살아있을 때와 다르다. 심지어 그 사랑은 점점 쓸쓸하게 꺼져가고 있다. 내가 죽은 정호를 잊고서도 더 자주 웃고, 더 자주 행복하고, 정호를 떠올려도 더 이상 눈물이 나지 않고, 더 이상 그리워하지 않을 텐데, 그때의 나는 여전히 너를 사랑한다는 것이 맞을까? 




나는 내 강아지를 여전히 사랑하지만, 앞으로도 영원히 사랑할 것이지만, 죽은 생명을 사랑한다는 것과 살아 있을 때의 노견에 대한 사랑은 분명히 다른 질감의 사랑일 것이다. 어떤 모습일까? 어떤 색깔일까?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 나도 잘 모르겠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살아있을 때의 노견에 대한 사랑은 과거형이고, 죽은 노견에 대한 사랑은 현재 진행형이라는 것이다. 생(生)이 과거형, 사(死)가 현재형. ‘사랑했다’와 ‘사랑한다’ 중, 나는 너를 늘 사랑하고 싶은데, 나는 너를 늘 현재 진행형으로 사랑하고 싶은데. 


현재 내 강아지에 대한 나의 마음은, 나의 사랑의 모습은 그리움과 미안함, 후회스러움과 미련, 놓아줌과 언젠가 다시 만날 날에 대한 기대, 고마움과 빨리 내 곁을 떠나버린 원망, 갈팡질팡, 얼룩덜룩, 뒤죽박죽, 삐뚤빼뚤한 사랑이다. 


정호, 네가 죽고 나서야 부랴부랴 프린트기를 구매해 죽은 네 사진을 방 이곳저곳에 붙여 놓았다. 네가 죽기 3일 전에 급하게 반려견 문신을 예약했다. 네가 죽기 한 달 전에 뭐라도 더 해주고 싶어 버츠비 강아지 로션, 비싼 수제 간식, 좋은 강아지 치약, 새하얀 양털 옷을 샀다. 네가 하루하루 말라 비틀어 죽어가는 게 눈에 보이기 시작하고서야, 비로소. 모두 채 5회도 사용 못 하고 버려진 물건들을 구매했다. 이것까지는 네가 제발 부디 쓰고 가라고. 새하얀 양털 옷은 여름을 함께 보내고, 가을 겨울에도 또 그 계절을 지내자고.


잊지 않기 위해 강박적으로 네 사진을 매일 본다. 아침, 저녁으로 너를 의식적으로 떠올린다. 핸드폰, 노트북, 카카오톡 배경화면 모두 네 사진으로 바꿨다. 네 얼굴을 본뜬 양모 인형을 제작했다. 네 유골은 내가 침대에 누웠을 때 바로 보이는 책장에 놓여 있다. 네가 가장 좋아하던 간식들은 아직까지 내 침대 옆 협탁에 놓여 있다. 매일 네 꿈을 꾸게 해달라고 네게 간곡히 빈다. 


죽은 이를 사랑하는 것도, 마음이 커질 수 없는 사랑도 사랑이라, 끝끝내 부여잡고 있다. 근데 나는 가끔 불안하다. 이 마음이 언제까지 지속할 수 있을지, 내가 너를 떠올렸을 때, 그저 ‘너는 참 좋은 아이였지’라고 미소만 짓고 말아 버릴 언젠가의 내 모습을 나는 최대한 지연시키고 싶다. 나는 슬프더라도 계속 울고 싶다. 너의 죽음이 내게 익숙해지지 않기를 바란다. 너를 떠올리면 계속 슬프고 싶다. 눈물을 흘리고 싶다. 


너의 그 까맣고 새카만 커다란 홍채에는 내 모습이 선명하게 비쳤다. 네 눈에 비친 내 모습이 그립다. 그 두 눈망울 가득 차던 내 모습이 나는 그립다. 나는 너를 잊지 않기 위해 너에 대해 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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