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적 사고, 논술] 창의력(創意力)이란 무엇인가?
위 사진은 린드버그라는 덴마크 업체가 만든 일반안경이다. 가볍고 강한 에어티타늄으로 만들었다. 창의력을 설명할 때면 단골메뉴로 이 일반안경을 예로 든다. 이 일반안경의 가격은 거의 100만원이다. 철사 하나를 고부려서 만든 것 같은데 갤럭시나 아이폰같은 스마트폰 한대 가격과 맞먹는다. 창의력의 가치가 그만큼 크다는 방증이다.
린드버그 일반안경을 창의적인 제품이라고 하는 이유는 일반안경의 개념을 바꾸었기 때문이다. 안경에 관한 새로운 개념을 만든 것이다.
자세히 보면 린드버그 안경이 기존의 안경과는 다른 점이 있다. 자세히 보자.
기존 안경들은 거의 대부분 렌즈를 테에 끼웠다. 린드버그 안경은 그 반대다. 테를 렌즈에 끼웠다. 이처럼 기존의 법칙이나 원리와 반대되는 것을 생각해 내는 것을 역발상이라고 한다. 보통 역발상을 잘 하면 창의력이 있다고 한다.
논술이 창의력을 키울 수 있을까?
단언컨데 논술을 잘하면 창의력이 커진다.
정확히 말하면 창의력을 키우려면 논술을 잘해야 한다.
안경의 개념은 무엇인가?
우리가 안경이라고 부르는 것들을 나열해 보자.
A. 일반안경, 돋보기 안경, 보안경, 물안경, 쌍안경, 망원경...
이들이 가진 공통점은 무엇인가? 잘 관찰해보면 다음과 같다.
1. 렌즈가 있다.
2. 렌즈를 고정하는 장치가 있다.
이 공통점을 모았을 때 머리에 그려지는 관념(이미지)가 안경의 개념이다. 즉 안경은 '렌즈와 그 것을 고정하는 장치가 있는 물건'이다.
A에서 나열한 것들은 모두 1.2의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것이 안경의 본질이다. 하지만 일반안경과 물안경은 서로 다른 특징이 있다. 일반안경은 렌즈를 테에 끼워 귀에 고정한 안경이고, 물안경은 렌즈를 끼워 밴드로 머리에 고정한 안경이다.
일반안경과 물안경은 개념이 다르다. 개념이 다음과 같이 작게 분류된다.
안경 - 일반안경
- 물안경
기존에 우리가 본 일반안경은 렌즈를 테에 끼워서 고정한다. 그래서 테가 렌즈두께보다 두껍다. 하지만 린드버그 안경은 테를 렌즈에 끼운다. 그래서 테가 렌즈두께보다 가늘다. 렌즈를 테로 고정한다는 일반안경의 본질을 린드버그 안경은 갖고 있다. 동시에 기존 일반안경과는 다른 특징도 있다.
린드버그는 기존 일반안경과 개념이 다르다. 기존 일반안경과 개념이 분류된다.
일반안경- 렌즈를 테에 고정한 안경
- 테를 렌즈에 고정한 안경(린드버그)
린드버그는 기존 일반안경의 본질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개념을 만들었다. 이후 린드버그를 벤치마킹해 테와 렌즈의 관계를 바꾼 새로운 안경 브랜드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상상력(想像力)과 창의력(創意力)은 사실상 같은 말이다.
상상력은 실제 경험하지 못한 현상이나 사물을 마음속에 그려보는 힘이다.
창의력은 새로운 개념을 만드는 힘이다.
린드버그는 새로운 개념을 만들었다. 창의력이 있는 기업이다.
그러면서 본질은 유지했다. 즉 안경이라는 큰개념(유개념)의 범주에 들었다.
종합하면 창의력은 큰 틀안에 들면서 작은 틀을 깨는 것이다.
논술은 대상이 되는 현상이나 사물의 개념이 기준이 되는 현상이나 사물의 개념과 같은지 다른지를 따져서 설명하는 것이다. 새로운 개념, 즉 기준이 되는 개념과 다른 개념을 만들려면 논술을 잘해야 한다.
우리는 보통 예술가를 창의력이 필요한 일을 하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이는 칸트가 정의한 예술의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다.
개념에는 크기가 있다. 자장 큰개념, 큰개념이 있고 작은개념, 더 작은 개념, 가장 작은 개념이 있다. 작은개념이 큰개념의 범주에 든다고 한다. 일반안경은 안경의 범주에 들고. 린드버그는 일반안경의 범주에 든다. 개념이 분류되면 그 밑에 나열되는 작은개념의 입장에선 새로운 범주가 생기는 것이다. 새로운 개념 그보다 작은 개념들로 나뉠수 있을 때 곧 새로운 범주다.
칸트는 예술적 체험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대상을,
1. 기존의 범주(개념)에 포함시킬 수 없다.
2. 새로운 범주(개념)를 만든다.
3. 새로운 개념은 그보다 큰개념에 포함된다. 즉 범주에 든다.
4. 쾌김을 느낀다.
이를 쉽게 표현하면 다음과 같다.
대상을,
1. 이해할 수 없다. 낯설게 느낀다.
2. 창의력을 발휘한다.
3. 이해한다.
4. 즐겁다.
파블로 피카소의 그림을 처음 봤을 때 사람들은 '저게 뭐야?'라고 했다. 자신이 생각했던 그림의 개념과 달랐기 때문이다. 기존 그림들은 대상을 모방하듯 표현하는 것이었는데, 피카소의 그림은 대상을 갈기갈기 해체해 놓았다. 사람들은 당황했다. 시간이 가면서 사람들은 피카소이 그림을 보고 새로운 개념을 만들었다. 대상을 표현한다는 점에서는 그림의 범주에 들었지만, 기존 그림들의 개념과는 달랐다. 추상화, 큐비즘과 같은 새로운 개념을 만들었다. 사람들은 그제서야 피카소의 그림에서 감동을 느꼈다. 처음엔 괴상망측하다고 생각된 것이 예술작품이 된 것이다.
즉 예술적인 체험을 한다는 건 상상력을 발휘해 아름답다고 그끼는 경험을 한다는 것이다. 새로운 개념을 만드는 경험을 하고 그로부터 즐거움을 느낄 때 예술적 체험을 하는 것이다.
에술도 결국 논술에서 비롯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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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드버그 브랜드는 건축가인 폴 존 린드버그가 1979년 만든 안경 메이커다. 린드버그는 검안사인 부모님 영향으로 1969년 안경점을 차렸다. 이후 10년간 안경을 직접 디자인하고 생산하기 위한 연구를 했다. 에어티타늄 모델은 최고 튼튼하고 가장 가벼운 안경을 만든다는 목표아래 디자인됐다. 티나늄은 강성이 강하지만 가공이 힘들다.
린드버그는 티타늄을 재료로 정하고 어떻게 하면 가볍게 만들 수 있을지에 몰두했다. 일단 무게가 나가는 모든 것을 없앴다. 힌지(연결나사)를 없애고 무거운 코받침도 실리콘으로 대체했다. 남은 건 테(템플)을 최대한 가볍게 하는 것이었다.
'렌즈를 찌울 수 있다'는 조건에 맞는 한도까지 부피를 줄였다. 부족했다. 더 줄이면 렌즈를 끼울 수 없다. 한계에 생각을 몰아부쳤다. 한계를 뛰어넘어야 했다. 범주를 벗어나야 한다.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야 한다.
결국 테를 렌즈에 끼운다는 새로운 개념의 안경이 만들어졌다. 린드버그 에어티타늄 모델 계열의 안경은 전세계 셀럽들에게도 사랑을 받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모르텐이란 린드버그 에어티타늄 모델 계열의 안경을 끼면서 한국에서도 유명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