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는 왜 달러를 죽이나?] "애플 때린 EU 가만 놔두지 않겠다"
극우 깜박이 켠 EU..."내식구부터 챙기자"
EU도 우회전 깜박이를 켰다. 경기 침체로 먹고살기가 고단해지면서다. EU 공동의 번영이나 이민자 포용 등의 문제는 개나 주라는 분위기다. 일단 제식구부터 살리자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우파 정당이 선거에서 속속 승리를 거두고 있다.
EU 27개 회원국의 경제성장률은 2021년 6.2%를 찍은 뒤 2022년 3.3%, 2023년 0.4% 등 날개없는 추락을 하고 있다. 2021년 성장률이 높은건 코로나19 당시 돈풀기의 결과다. EU 집행위에 따르면 2024년 성장률 전망치는 1%다. 이는 국제통화기금(IMF)이 전망한 올해 선진국 성장률 평균치인 1.7%에도 못 미친다.
경기침체로 EU엔 극우열풍이 몰아쳤다. 극우 정당은 EU 정치권에서는 변방 세력으로 치부됐었다. 극단적인 주장과 정책으로 대중의 공감대를 얻지 못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돈풀기로 인한 극심한 인플레이션과 이민자 급증에 몸살을 앓게 되면서 극우 세력이 정치적 주류로 빠르게 자리잡고 있다.
2023년 6월 프랑스 극우 국민연합(RN)은 조기 총선 1차 투표에서 압승을 거두면서 사상 첫 원내 다수당에 등극했다. EU 27개 회원국 중 절반 이상이 극우 정당이 집권했거나 차기 집권 세력으로 유력시되는 상황이다.
현재 유럽에서 극우 세력이 집권한 국가는 이탈리아·핀란드·슬로바키아·헝가리·크로아티아·체코 총 6개국이다. 네덜란드에서는 극우 자유당의 주도로 연정이 꾸려졌고, 스웨덴의 극우 스웨덴민주당은 의회 2당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벨기에(플레미시 이익당), 프랑스(RN), 오스트리아(자유당)에선 극우정당이 여론조사에서 1위를 기록하며 차기 집권이 유력하다. 에스토니아(에스토니아 국민보수당), 라트비아(국민연합), 폴란드(법과 정의당), 독일(독일을 위한 대안(AfD))에서는 극우정당이 2위를 기록하며 선두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사실상 EU 전체 회원국 중 절반이 넘는 15개국에서 극우 정당이 정치적 실세로 자리매김했다.
EU 국가들에서 나타나는 극우정당의 인기는 EU 정책에 대한 반감 때문이다. 경제난을 고려하지 않은 좌파 색체의 정책에 불만을 품은 대중들이 등을 돌리고 있다는 것이다.
예컨데 EU는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당시 우크라이나산 농산물에 대한 수입할당 제한을 유예하고 관세를 철폐했다. 전쟁으로 흑해 항로가 봉쇄되자 우크라이나 수출을 지원하기 위한 조치였다.
문제는 이 정책으로 EU 역내 국가들의 농가가 타격을 입었다는 점이다. 우크라이나산 농산물과 가금류 수입이 급증하면서 시장 가격이 폭락했다. EU는 역내 농가 보호를 위해 보조금을 지급하는 대신 더 높은 수준의 환경 기준을 강제해 더 큰 반발을 샀다.
2023년 상반기 프랑스·독일·벨기에·이탈리아·스페인·포르투갈·네덜란드·헝가리·폴란드·체코·슬로바키아·그리스·루마니아·리투아니아·불가리아 등 15개국에서 EU 조치에 반발하는 대규모 농민 트랙터 시위가 벌어졌다.
이는 극우 세력에게 절호의 기회였다. EU 공동의 목표보다는 제식구를 살리겠다고 나선 극우 정당들에게 유권자들은 마음을 줬다.
여세를 몰아 극우정당은 불법 이민자들에 대한 불관용 정책을 표방했다. 특히 이민자가 많이 유입되는 남유럽 국가들 사이에서 극우의 인기가 치솟았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불법 이주민 유입 차단을 공약하며 이탈리아 사상 최초의 여성 총리로 선출됐다. 이후 멜로니 총리는 알바니아와 이주민 협정을 맺으며 이민자 차단 강화에 나섰다. 멜로니 총리의 강경한 이민 정책에 그가 이끄는 이탈리아형제들(FdI)은 6월 유럽의회 선거에서 28.8%를 득표하며 2022년 9월 총선(26.0%) 때보다 득표율을 높이는 데 성공했다.
극우 세력의 인기는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경기 회복이 쉽지 않은데다, 현재 극우 세력이 열광하는 세대가 대부분 20대 젊은 층이라는 점이 이같은 전망을 뒷받침한다.
청년층은 특히 극우 정당의 반이민 정책에 열광한다. 이민자들이 몰려 일자리를 빼앗고 주택 가격만 올려놨다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피해의식이 쌓이면 분노를 표출할 대상을 찾기 마련이다.
지난 3월 포르투갈 극우 체가는 이민자 유입과 주택 부족 문제를 결부시켜 원내 3당으로 약진하며 사상 처음으로 캐스팅보트 자리를 꿰찼다. ‘네덜란드 트럼프’로 불리는 헤이르트 빌더르스 자유당 대표도 주택공급 부족과 임대료 상승 문제를 이민자 급증과 연결지어 청년 유권자의 불만을 파고들었다. 그 결과, 지난해 11월 하원선거에서 제1당으로 올라섰다.
독일 AfD는 젊은 남성 표심을 겨냥한 캠페인을 집중적으로 벌였다. “진정한 남자는 우파”라고 발언한 막시밀리안 크라 AfD 의원이 대표적이다.
젊은 남성들과는 달리 젊은 여성들의 경우 여전히 사회당이나 녹색당 등 좌파 성향 정당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벨기에에선 극우정당에 대한 지지도가 젊은 남성이 31.8%를 기록한 반면, 젊은 여성은 8.9%에 그쳤다. 독일도 청년층 중 남성의 경우 가장 많은 18.2%가 AfD를 지지한 데 비해 여성은 녹색당 지지율이 13.2%로 가장 높았다.
이해관계에 따라 역내 국가간에도 '각자도생'
EU 역내 국가간 분열도 주목된다. 이해관계가 엇갈리면서 결속력이 급격히 약해지고 있다. 경제 위기가 국수주의를 불러와 전열이 흩어지는 모습이다. 이는 미국 등 역외 국가와의 패권 경쟁에서 부정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대표적인 게 전기차 보급정책이다. EU는 2035년까지 역내에서 판매되는 차량 100%를 전기차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자동차 수출국인 독일과 이탈리아가 삐딱선을 타면서 EU 집행위원회와 마창을 빚고 있다. 독일과 이탈리아는 2021년 제정된 전기차 전환법률을 철회하거나 개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EU 집행위원회는 "철회는 없다"며 독일과 이탈리아의 요구를 묵살했다.
인공지능(AI) 관련 규제에 대한 역내 기업들의 불만도 거세다. 미국 빅테크를 겨냥한 규제가 역내 혁신 기업들에게도 걸림돌이 된다는 것이다.
2024년 9월 유럽에서 활동하는 기업가와 연구진은 이례적으로 EU의 AI 규제를 비판하는 공개 서한을 냈다. 유럽의회가 지난 5월 통과시킨 AI법을 겨냥한 것이다. AI법에는 챗GPT와 같은 AI 서비스가 개인정보 보호, 차별적 표현 금지 등의 규제를 위반하면 전 세계 매출의 최대 7%에 해당하는 과징금을 내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스포티파이, 에릭슨, SAP 등 유럽 대표 정보기술(IT) 기업 CEO를 포함한 49명의 기업 임원, 교수 등이 서한에 서명했다.
트럼프 “애플 때린 EU 가만두지 않겠다.”
미국과 EU간의 패권다툼은 뿌리가 깊다. 두번의 세계대전을 겪으며 파운드의 기축통화 패권이 달러로 넘어간 이후 영국은 옛 영화를 되찾을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탄소배출권 시장에서의 지배력이 좋은 기회를 만들고 있었다. 전력 소비 증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만으로는 수요를 맞출 수 없게 되자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원전 회귀를 선언하면서 야심찬 계획이 차질을 빚게 됐다. 프랑스와 독일이 이끄는 EU가 1999년 유로화를 출범시키면서 3년만에 달러를 위협했으나 이라크 전쟁으로 유가가 폭등하면서 유로는 사실상 달러에게 무릎을 꿇었다.
기술산업에서 미국과 EU 국가간 기싸움은 여전히 치열하다. 구글과 애플 등 미국 빅테크들이 독주하는 가운데 EU 국가들이 강력히 견제하는 모습이다. EU 국가들은 글로벌 표준을 맏드는 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우리 정부가 유튜브와 텔레그램에게 사실상 속수무책인 반면 EU는 강력한 독점 규제를 명분으로 막대한 벌금을 물리고 있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전통적으로 민주당 지지 성향을 보였는데 EU의 규제가 날로 강도를 더해가면서 도널드 트럼프 지지로 돌아서고 있다. EU에 맞서줄 '강한 형님'을 원하는 것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대표적이다. 그는 2023년 10월19일 미 대선의 최대 경합주 펜실베이니아를 찾아 공화당 후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 유세를 했다. 그러면서 펜실베이니아 유권자가 자신이 설립한 정치활동위원회(PAC)의 수정헌법 1·2조 청원서에 서명하면 “(11월) 대선일까지 매일 무작위로 선정된 한 명에게 하루 100만달러(약 13억7000만원)를 지급할 것”이라는 ‘당근’을 던졌다.
머스크는 자신의 청원에 서명할 경합주 유권자를 추천하면 47달러를 주는 별도 캠페인을 지난 7일부터 4주 일정으로 진행 중이다. 그는 지난 17일 유세에서 “민주당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승리하면 온 나라가 (황폐해진 미래를 그린) ‘매드 맥스’처럼 되어버릴 것”이라고 했다.
X(옛 트위터)의 소유주이기도 한 머스크는 ‘정치적 올바름’을 과도하게 중시하는 민주당과 진보 진영이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X 같은 소셜미디어에서 오가는 메시지를 통제하려 한다고 비난해 왔다. 일찌감치 트럼프 지지를 선언한 머스크는 지난 7월부터 3개월 동안 트럼프를 위해 7500만달러(약 1000억원)를 기부했다. 트럼프는 최근 “대통령에 당선되면 머스크가 기술 부문에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당선 시 머스크의 입각까지 시사한 상태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빅테크 기업들의 밀착이 가속화하고 있다. 민주당 조 바이든 정부가 빅테크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면서 빅테크 CEO들이 트럼프 캠프로 발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가 암호화폐 대통령이 되겠다고 공언하면서 기술기업에 호의적인 이미지를 강화한 것도 빅테크 CEO들이 배를 갈아타는 데 한 몫 하고 있다. 과거 민주당 표밭으로 인식된 실리콘밸리의 정치지형이 흔들리고 있다.
트럼프는 팀 쿡 애플 CEO가 전화를 걸어와 최근 EU가 애플에 부과한 천문학적 과징금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통화에서 “유럽이 미국 기업들을 이용하도록 가만히 놔둘 수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한 팟캐스트 채널에 출연한 트럼프는 “(채널에 나오기) 두세 시간 전에 팀이 나에게 전화를 걸어왔다”며 통화 사실을 공개했다.
트럼프는 쿡이 언급한 과징금에 대해 “그건 너무 큰 돈”이라면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단은 11월 대선에서 내가 당선돼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EU 집행위원회는 지난 3월 애플의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가 반(독점법을 위반했다며 과징금 18억유로(약 2조7000억원)를 부과했다. 애플은 또 2016년부터 진행된 EU와의 세금 체납 소송에서 지난달 최종 패소해 130억유로를 내야 하고, 미 법무부 등에서 반독점 소송을 당한 상태다.
트럼프는 “쿡에게서 ‘유럽이 (애플이 낸 돈을) 그들의 기업을 지원하는 데 쓰고 있다’는 매우 흥미로운 말을 들었다. 우리 기업들이 이용당하게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는 과거 재임 시절 쿡이 전화를 걸어와 삼성전자를 지목하면서 “관세를 안 낸다”고 말했던 일도 언급했다.
애플 제품을 생산하는 폭스콘은 당시 중국에 제조 시설을 두고 있어서 트럼프 정부가 중국에 부과한 추가 관세의 직격탄을 맞을 위기에 처해 있었다. 트럼프는 자신이 미국에 폭스콘 공장을 짓도록 하는 대신 관세 부과를 면제해 줬다고 자랑했다. 트럼프가 이번 대선에서도 유세 때마다 중국에 대한 60~100% 관세를 공언하고 있어, 여전히 폭스콘 의존도가 높은 애플 입장에선 관세가 다시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트럼프는 존 미클스웨이트 블룸버그 편집장과의 대담에서 최근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와 통화한 사실도 공개했다. 트럼프가 피차이 CEO에게 전화를 걸어 “나에 대한 좋은 기사가 많은데 구글에선 접할 수가 없다”며 ‘트럼프’ 검색 결과에 대한 불만을 제기했고, 피차이는 이에 대해 “구글에 올라오는 기사를 통틀어 당신이 1위”라고 말했다고 한다.
대담 중 구글 모회사 알파벳의 해체 가능성을 묻는 질문이 나오자 트럼프는 자신이 구글의 팬은 아니라면서도 “(기업) 분할이 회사를 파괴할지도 모른다. 중국은 구글을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구글은 지난 8월 미 정부가 제기한 반독점 소송에서 패소했고, 미국 법무부는 일부 사업 강제 매각 등을 통한 ‘구글 쪼개기’를 검토 중이라고 알려졌다.
지난 8월엔 메타(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가 트럼프에게 전화해 한 달 전 있었던 암살 시도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고 한다. 트럼프는 “저커버그가 민주당 후보에게 투표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했는데, 메타 측은 “어느 후보도 지지하지 않는다”고 했다. 트럼프는 “지금 그가 보여주는 모습이 (과거 민주당을 지지할 때보다는) 훨씬 좋다”고 했다. 2021년 ‘1·6 의회 습격 사태’ 이후 트럼프의 계정을 정지해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는 논란이 일었던 페이스북은 이번 대선을 앞두고 정치와 거리를 두고 있다.
미국 대선이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승리로 결론 나면서 빅테크의 희비도 갈렸다. 전통적으로 진보 성향이 강한 캘리포니아의 테크 기업들은 민주당을 지지해 왔다.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가 강력한 빅테크 규제 정책을 펼치자, 민주당 지지를 철회하거나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처럼 공화당 지지로 돌아선 이들도 나타났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때와 2020년 대선 때 트럼프와 악연으로 얽혔던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와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는 이번에 친트럼프 행보를 보였다. 저커버그는 지난 대선 때 트럼프 지지자들이 대선 결과에 불복하며 국회의사당에서 폭동을 일으키자, 트럼프의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계정을 정지해 버렸다. 트럼프는 당시 저커버그를 향해 “용서하지 않겠다” “진정한 국민의 적”이라며 “감옥에 처넣겠다”고 별렀다. 이번 선거를 앞두고 저커버그는 입장을 바꿨다. 지난 7월 트럼프의 소셜미디어 계정 정지를 풀었고, 같은 달 총격을 당한 트럼프를 두고 “이런 저항 정신을 보며 감동 안 할 미국인은 없을 것”이라며 호평했다. 당선 직후엔 “결정적인 승리”라고 하며 “트럼프 행정부와 함께 일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는 메시지까지 냈다.
아마존의 베이조스는 트럼프 1기 시절 국방용 클라우드(가상 저장 공간) 사업 입찰에서 탈락한 후 정부와 소송전을 벌였다. 2020년 대선에서는 베이조스가 소유한 워싱턴포스트(WP)가 대규모 트럼프 검증팀을 꾸려 각종 의혹을 보도했다. 당시 트럼프는 “가짜 뉴스”라며 WP를 맹비난했다. 하지만 지난 대선 때 민주당의 바이든을 공개 지지했던 WP는 이번에 이례적으로 중립을 선언했다. WP가 민주당 후보를 지지하지 않은 것은 36년 만에 처음이다. 베이조스 창업자는 WP에 해리스 지지 사설을 게재하지 말 것을 지시했다. 트럼프와 맞서 사업적 불이익을 받는 리스크를 없애겠다는 것이다. 베이조스는 소셜미디어에 “우리의 45대 대통령이자 47대 대통령인 트럼프의 놀라운 정치적 복귀와 결정적 승리를 진심으로 축하한다”며 “우리가 모두 사랑하는 미국을 그가 잘 이끌고 단합시키길 바란다”고 썼다.
미국에서 사업을 매각해야 하는 중국 기업 소유의 틱톡도 트럼프의 당선을 반기고 있다. 트럼프는 대통령 재직 때 틱톡 매각을 담은 행정명령에 서명했었지만, 올해는 틱톡 모회사 바이트댄스의 집중적인 로비로 입장을 바꾼 상태다. 트럼프는 틱톡이 미국에서 사업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공언했다.
트럼프의 당선으로 큰 위기감을 느끼는 빅테크도 있다. 구글이 대표적이다. 구글 임직원들이 대거 민주당 후보였던 해리스 지지를 선언했었다. 현재 구글은 검색 지배력을 앞세워 시장을 독점한다는 혐의로 미국 정부와 반독점 소송전을 벌이고 있는데, 정부가 바뀌어도 구글 때리기는 지속될 전망이다. J. D. 밴스 부통령 당선인은 지난 8월 언론 인터뷰에서 “구글은 너무 크고 강력하다. 해체돼야 한다”고 했다. 뉴욕타임스는 “바이든 정부에서 빅테크와 반독점 전쟁을 벌이는 리나 칸 연방거래위원회 위원장이 해고될 가능성이 높지만, 구글은 그 혜택을 못 볼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국민도 "국내 문제나 신경써라"
미국이 다른 나라에 대한 개입을 줄이고 국내 문제에 더 신경 써야 한다고 생각하는 미국인이 늘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다른 국가들이 국제 질서 유지를 위해 방위비 등에 더 많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미국 내 여론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미국은 민주·공화 정치 성향을 떠나 글로벌 무대에서 미국의 영향력과 리더십을 확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우세했다. 그러나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자국 이익·안보와 직접 관련이 없는 타국 갈등에 개입을 최소화하고 자국을 우선하는 외교 기조인 ‘고립주의’ 주장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공화당 내부에서 급속도로 퍼지는 가운데, 미 대중도 이 같은 의견에 동조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는 지난 2월 대선 유세 현장에서 “(재임 시절 나토의 한 회원국에) 돈을 충분히 내지 않으면 러시아 침략을 용인하겠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혀 논란이 일었다.
미국 여론조사 기관 퓨리서치센터는 지난 1일부터 7일까지 미국 성인 3600명을 조사한 결과를 22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현직인 조 바이든 대통령이 국내 정책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83%였다. 반면 대외 정책에 집중해야 한다는 응답은 14%에 불과했다. 앞서 2019년 트럼프 행정부 당시 퓨리서치센터가 같은 질문으로 조사했을 때는 국내 정책에 집중해야 한다는 비율이 74%였는데 5년 만에 9%포인트 증가했다.
또 응답자의 42%는 미국이 아닌 다른 국가들이 세계 질서 유지에 더 많은 비용을 부담하도록 하는 것이 미국 외교 정책의 최우선 과제라고 답했다. 이 같은 여론은 공화당 지지자들에게서 더 확연히 드러났다. 공화당 지지자는 54%가 이같이 답한 반면, 민주당 지지자는 33%에 그쳤다. 미국 내 여론 지형 변화가 공화당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공화당 대선 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트럼프는 한국과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등 미국의 전통적인 동맹들이 방위비를 더 부담하고 미국의 부담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조사에서 미국의 장기적인 외교 정책 목표의 우선순위를 묻는 질문(복수 응답)에 미국인 다수는 테러 공격 방지(73%), 불법 마약의 국내 유입 방지(64%) 등 미 본토를 지키는 것이 우선이라고 답했다. 유엔 강화(31%), 나토 강화(27%), 우크라이나 지원(23%), 이스라엘 지원(22%) 등 동맹 외교와 관련된 응답은 하위권을 형성했다. 세계 난민 지원, 세계 민주주의 증진(각 18%) 등 전통적 가치 외교는 최하위였다.
기업들도 우회전 깜박이..."진보 색체 지우자"
미국 기업들의 2024년 연례 보고서에서 ‘다양성, 형평성, 포용성(DEI)’을 언급하는 문구가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DEI 프로그램이 추구하는 ‘워크(woke·깨어 있는) 자본주의’에 대한 반발 심리가 커지자 기업들이 선제적인 대응에 나선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미국 기업들이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10-K’(연차보고서)를 검토한 결과, DEI에 대한 장기 목표가 사라진 것으로 분석됐다. DEI는 정부와 대학, 기업이 채용 및 보상 절차에서 인종과 성별의 다양성을 추구하는 사회적 기조를 말한다.
미국 백화점 콜스는 연차보고서에 “다양한 리더를 선발하겠다”는 원칙을 삭제했다. 이는 콜스가 지난 3년간 연차보고서에 제시한 목표였다. 비디오게임 소매업체 게임스톱도 기업 비전에서 ‘다양성과 포용성’을 뺐다.
백화점업체 노드스트롬은 과거 흑인 및 라틴계 임원이 운영·디자인한 브랜드의 매출 목표치를 5억달러로 제시했다. 관리자 직책에도 비(非)백인을 절반가량 채용하기로 공표했다. 하지만 올해 이런 수치들을 모두 제거했다. 정보기술(IT) 업체 세일즈포스도 전체 직원의 40%를 여성 또는 성소수자로 채우겠다는 목표를 지웠다.
기업들이 DEI를 축소한 배경에는 정치적 갈등이 있다. 지난해 6월 미국 연방대법원이 대학 입학 절차에서 소수 인종을 우대하는 ‘적극적 우대 조치’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린 뒤 진보층과 보수층 간 갈등이 심화하면서다. 사회적 갈등으로 증폭되자 워크 자본주의에 대한 반발심리가 확산하는 분위기다. 금융정보업체 모닝스타 애널리스트인 린제이 스튜어트는 WSJ에 “최근 기업이 감수해야 하는 정치적 위험도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고 있다”고 해석했다.
워크 자본주의에 대한 역풍도 거세다. DEI 프로그램을 적극 확대하는 기업에 대한 소송이 빈번해졌다. 지난해 스타벅스는 2025년까지 총직원의 30%를 유색인종으로 구성한다는 목표를 세운 뒤 법적 분쟁을 겪었다. 통신사 컴캐스트도 소수인종과 여성 등이 51% 이상 지분을 가진 중소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다가 차별금지법을 위반한 혐의로 고발됐다.
CEO의 신변을 위협하는 사례도 있다. 지난해 래리 핑크 블랙록 CEO는 평년보다 3배 이상 많은 경호 비용을 지출했다. 세계적인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열풍을 일으킨 그를 겨냥해 일각에서 비판 수위를 높이는 것에 대해 핑크 CEO가 신변 위협을 느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달 초 제출된 블랙록의 임원 보수 공시에 따르면 그는 지난해 자택 보안 시스템 업그레이드에 56만3513달러를 지급했다.
민주당 입바름주의에 지쳤다...'미국을 다시 우회전하게(Make America Right Again)'
미국 공화당이 연방 의회 권력까지 장악할 것 같다. 11월5일 대선과 함께 치러진 상·하원 선거에서 공화당은 민주당이 우위였던 상원에서 다수당 지위를 되찾아 왔다. 하원에서도 다수당 지위를 굳힐 가능성이 크다. 미 공화당이 대선과 상·하원 선거 모두를 싹쓸이하는 ‘레드 스위프(red sweep·공화당 상징색인 붉은색에 빗댄 표현)’가 사실상 확정됐다. 트럼프 2기는 의회의 견제를 받지 않는 강력한 독주체제를 완성한 셈이다. 정치적 올바름(PC·Political Correctness) 등 이른바 민주당의 입바름주의에 지친 미국 유권자들이 보수쪽으로 몰린 결과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트럼프가 대통령 1기(2017~2021년) 때 보수 성향 대법관 세 명을 새로 임명하며 보수 여섯 명, 진보 세 명으로 보수 우위가 이미 성립돼 있다. 트럼프 2기는 대선 공약으로 내세운 국경 통제 강화, 대규모 관세 부과 등을 야당의 견제없이 밀어부칠 수 있다.
2020년 바이든이 대통령으로 선출됐을 때 민주당은 상원에서 세 석을 빼앗아 오며 50석을 확보했고 하원도 다수당을 유지했지다. 4년 사이 상황이 정반대로 바뀐 것이다. 그간 어떤 일들이 있었던 것일까.
2020년 선거는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경찰 진압 과정에서 사망하며 촉발된 ‘흑인 목숨은 소중하다’ 시위가 미국을 휩쓸 때였다. 여성에 대한 성폭력을 폭로하는 이른바 ‘미투(MeToo)’ 운동이 성과를 내면서 주(州)마다 관련 법이 통과되고 여성 인권 신장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는 시기이기도 했다. 이후 흑인 등 유색인종과 여성에 대한 차별을 반대해야 한다는 PC 캠페인이 사회 전반으로 확산했다. 성소수자 인권 신장, 이주자 권익 보호 등도 PC 캠페인의 물결을 타고 힘을 받았다.
젊은 유색인종·성소수자가 많은 민주당 지지자들은 이런 흐름을 반겼지만 미국 인구의 다수를 구성하는 백인과 기독교 신자 중엔 이를 불편하게 느끼는 이가 많았다. 대선 다음 날인 6일 미 포린폴리시는 “민주당 카멀라 해리스 후보는 트랜스젠더 운동선수의 여성부 대회 출전 허용, 경찰 예산 축소 캠페인(defund the police) 등 과도한 PC를 내세우는 바람에 너무 많은 표를 잃었다”고 분석했다.
그간 민주당은 주요 지지층의 결집을 위해 ‘워크(woke·깨어 있다는 뜻)’라고도 불리는 PC주의를 내세웠는데, 이런 기조가 중도층 유권자들의 큰 반발을 불러왔다고 분석된다. 미국 전체 인구 중 백인은 여전히 60% 정도고, 기독교 신자 비율은 66%에 달한다.
바이든의 임기 4년 동안 미국은 ‘워크 전쟁’이라 불러도 될 정도로 PC주의를 두고 분열이 극심한 시기였다. 몇몇 학교와 공공 도서관에서 동성애·흑인 등을 차별하는 내용을 담은 책을 금서로 지정하자 ‘미국의 정신’인 표현의 자유를 제약한다는 반발이 보수층을 중심으로 거세게 일었다. 부모에게 알리지 않고 이뤄지는 공립학교 내 성소수자 옹호 교육, 유색인종과 성소수자가 전면에 등장하는 문화 콘텐츠 등이 기독교계 백인들의 반발을 사는 일도 있었다. 공화당인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는 이에 맞서 초등학생에게 성 정체성 교육을 금지하며 진보 진영에서는 반발을, 보수 진영에선 환호를 부르기도 했다.
트럼프가 재임 시절 보수 성향 대법관 셋을 임명하며 보수로 확실히 기운 연방대법원은 잇달아 백인·기독교 보수층의 입맛에 맞는 판결을 내리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2022년 6월 연방 차원의 낙태권을 보장한 ‘로 대 웨이드’ 판결을 폐기하고, 소수 인종 우대 입학 정책에 대해 도입 60년 만인 지난해 6월 위헌 판결을 내린 것이 대표적이다.
트럼프는 이런 흐름에 올라타 조국·가족·신앙·소명 같은 보수 본연의 가치를 반복해서 강조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대선은 동맹국들에 미국이 나라 밖의 전쟁, 과도한 이민자, ‘깨어 있음’을 강조하는 정치적 올바름에 지친 나라라는 트럼프의 주장이 사실임을 입증했다”고 했다. 공화당과 트럼프는 PC에 지친 유권자들의 반감을 끈질기게 파고들었다. 특히 지난 7월 있었던 총격 사건에서 생존한 후엔 ‘신이 선택한 후보’라는 구도를 만들어 ‘기독교 성자’의 이미지를 연출했다고 NYT는 전했다. 사건 직후 소셜미디어에 악마와 싸우는 대천사 성(聖) 미카엘의 그림을 올리고, 공화당 전당대회 때 총격 사건 당시 목숨을 잃은 소방관의 헬멧에 기도하듯 입 맞춘 것이 대표적이다.
민주당은 반면 4년 전 승리를 안겨준, PC주의에 대한 집착을 끝내 버리지 못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대선 패배 후 민주당 내 일고 있는 자성론을 소개하며 “중도층을 불편하게 하는 문화적 의제들에 덜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고 했다. 경합주 중에서도 제일 중요한 유권자 집단인 저소득·저학력 백인 노동자 표심에 소구할 수 있는 의제가 아니었음에도 민주당이 지지층을 의식해 진보 의제를 과도하게 밀어붙였다는 취지다. 해리스는 선거 막판 백인 여성 유권자를 캐스팅 보터로 보고 ‘자유’를 외치며 선거 막판까지 생식권(출산과 관련해 여성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리) 이슈에 캠페인을 집중했다. 공화당 성향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던 백인 여성 중 ‘히든(숨겨진) 해리스’ 표를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이었지만 이마저도 역효과를 낳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선거 당일 AP 출구 조사에 따르면, 전체 유권자의 약 절반이 “정부와 사회의 성소수자에 대한 지지가 지나치다”고 했다. 경합주 네바다의 경우 ‘낙태권 보장’ 여부를 묻는 주민 투표는 가결됐지만, 대선 투표에선 트럼프가 해리스를 이긴 것으로 관측됐다. 선거 당일인 5일 진행된 CNN 출구 조사에 따르면, ‘낙태가 대부분의 경우 합법이야 한다’는 응답자의 절반가량이 트럼프를 지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리콘밸리 빅테크 연합군 vs 월가의 금융제국군
세계화가 저물고 국가주의가 부상하면서 트럼프와 실리콘밸리 빅테크간의 연합이 자연스럽게 형성됐다. 특히 피터 틸을 중심으로 한 이른바 페이팔 마피아의 영향력이 막강해졌다. 머스크가 트럼프 정부의 2인자로 급부상한 것도 이같은 맥락이다.
트럼프 2기 실리콘밸리 중심의 빅테크 연합과 월가를 근거지로한 금융세력간의 패권전쟁이 관전 포인트다. 트럼프의 독립전쟁은 월가 금융제국의 폭정에 신음하는 백인 하층민을 해방시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세계화주의자와 전쟁광을 몰아애냐 하는데 이들은 공통적으로 월가 금융제국군과 연관성이 깊다.
독립전쟁을 위해 머스크와 피터 틸 등 빅테크 천재들과 손을 잡은 트럼프는 다방면으로 빅테크를 활용할 것이다. AI 기술과 빅테크의 자금은 트럼프의 독립전쟁을 지원하는 막강한 뒷배 역할을 할 수 있다.
머스크가 정부효율부(DOGE) 수장으로 지명되면서 이미 빅테크 연합군과 월가 금융제국군간의 힘겨루기 1라운드가 시작됐다.
트럼프와 머스크는 Fed 해체와 국방부 개혁을 기치로 금융제국군의 보급로 차단에 나섰다. 미국 정부가 부채규모와 국방비 지출을 줄인다는 건 월가 금융제국군의 자금줄을 차단하겠다는 의미다.
정부내 깊숙히 숨어있는 딥스테이트를 척결하는 과정에서 피터틸이 회장으로 있는 팔란티어의 역할이 커질 것이다. 팔란티어는 AI 기술로 조직내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고, 그 문제를 해결하는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이다. 머스크가 트럼프 취임후 국방부 개혁을 본격화할 경우 팔란티어에 효올화 작업을 맡길 가능성이 크다.
팔란티어는 우선 디지털 투윈 기술을 이용해 가상공간에 국방부를 만들어 비효율적으로 자금이 운용되는 부분을 찾아낼 것이다. 이 과정에서 메이저 무기제조업체와 월가 금융제국군간의 커낵션이 속속 드러날 것이다. 금융제국군에게는 민감한 문제다.
트럼프 정권 하에서 일단 칼자루는 빅테크 연합군의 손에 쥐어졌지만 금융제국군은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그들은 중세시대를 지나 근대의 영국을 거쳐, 2차대전 후 미국으로 건너온 이력을 갖고 있다. 월가에 주둔하고 있지만 본거지는 여전히 유럽이다. 이들은 2차대전후 거의 100년이라는 시간동안 세계 경제 구조를 자신들의 이익에 맞게 조작하고. 유지한 세력이다. 그들의 세력이 어느정도인지 정확히 파악하는 것조차 힘들다. 지피지기면 백전불패란 손자병법의 가르침을 생각할 때 일단 적을 알기조차 힘들다는 뜻이다.
금융제국군이 산전수을 고루 겪은 노장이라면 빅테크 연합군의 장점을 패기다. 그리고 본질을 꿰뚫어보고 집요하게 파고드는 치밀함도 갖추고 있다.
트럼프 2기 내각 내에도 빅테크 연합군을 지원하는 세력들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 우선 트럼프 대통령 본인이 빅테크 연합을 절실히 원한다.
정부효율부 수장으로 지명된 머스크는 더이상 언급할 필요없는 암호화폐 지지자다.
상무부 장관에 지명된 하워드 러트닉도 암호화폐 옹로론자다. 러트닉이 이끄는 금융사 켄터 피츠제럴드는 가상자산 업체 테더와 비트코인 담보 대출 사업을 추진중이다. 켄터 피츠제럴드가 테더의 지분 5%를 인수해 협력관계를 구축할 예정이다. 초기 자금규모는 20억달러로 향후 100억달러까지 대출 규모를 확대할 예정이다. 켄터 피츠제럴드는 연방준비은행(FRB)와 거래하는 24개 딜러중 하나다.
스콧 베센트 재무부장관 지명자도 친암호화폐 성향이다. 글로벌 투자사 키스퀘어그룹 설립자인 베센트 지명자는 조지 소로스와 함께 일하며 1992년 영국 파운드 공매도를 주도했던 인물이다. 그는 비트코인을 금융자유의 상징으로 묘사하고 전통 금융 시스템에 실망한 젊은 투자자들의 대체 투자처로 언급한 적도 있다.
머스크는 베센트의 발탁이 월가 거물을 재무부장관으로 임명하는 기존 방식을 답습하는 것으로 간주해 반대했었다. 빅테크 연합군의 행동대장 입장에서 베센트는 달갑지 않은 인물인 것이다. 조지 소로스와의 인연도 머스크가 그를 반대한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머스크는 베센트를 "그렇고 그런 인물"이라고 평가절하했다.
빅테크 연합군과 금융제국군간의 패권전쟁에서 비트코인은 묘한 위치에 있다. 빅테크들은 블로겣인 기술과 암화호폐를 금융제국군보다 잘 알고 있다. 비크코인은 이들의 무기인 셈이다. 금융제국군의 생명선이라고 할 수 있는 달러패권을 비트코인이 위협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제국군 입장에서도 비트코인은 유용한 투자자산으로 자리잡고 있다. 블랙록과 피텔리티 등 자산운용사들이 비트코인 현물ETF 승인 후 100억달러 가량의 비트토인을 사들였다. 이는 신시아 루미스 상원의원이 준비자산으로 사들이자는 목표치에 가까운 금액이다.
트럼프의 독립정쟁 과정에서 빅테크 연합군과 금융제국군 사이에 비트코인 매입 쟁탈전이 벌어질 수도 있다. 이같은 상황은 역설적이지만 금융제국군이 만들어 놓은 달러패권을 스스로 무너뜨릴 수 있다. 달러 중심의 금융제국 붕괴는 패권을 놓치지 않으려는 몸부림 때문에 가속화할 수도 있다. 금융제국 입장에서는 달러에서 비트코인으로 대상이 바뀌더라도 패권을 놓치지 않는 게 관건이기 때문이다.
금융제국군의 무기는 빅테크에 투자된 막대한 달러다. 특히 블랙록과 뱅가드 등 메이저 자산운용사들은 주요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구글), 아마존, 메타(페이스북), 테슬라 등 빅테크에 5% 이상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빅테크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수준이다.
실제 블랙록은 2024년 1분기 기준으로 애플(6.4%), 마이크로소프트(7.28%), 알파벳(5.12%), 아마존(4.89%), 메타(4.56%), 테슬라(3.78%) 등을 보유하고 있다.
뱅가드도 애플(7.45%), 마이크로소프트(8.12%), 알파벳(6.78%), 아마존(6.45%), 메타(6.12%), 테슬라(5.89%) 등을 보유하고 있다.
금융제국군은 대주주로 실제 빅테크 연합군의 의사결정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예를 들어 블랙록과 뱅가드는 마이크로소프트 경영진에 비트코인 투자를 제안했고. 이와 관련된 이사회가 2024년 12월에 개최될 예정이다. 빌 게이츠 창립자나 마이크로소프트 이사회는 비트코인 투자에 부정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