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는 대통령 당선 1주일 후인 11월12일 일런 머스크 테슬라 CEO를 신설 정부 조직인 ‘정부효율부(DOGE. Department of Government Efficiency)’ 수장으로 발탁했다.
정부효율부는 연방 정부의 불필요한 지출·예산을 줄이고 공무원 숫자를 감축하는 역할을 주도하는 기관으로 트럼프 2기에서 가장 주목받는 정부 조직이다. 이름은 '부'라고 한건 DOGE란 작명을 위해서다. 원래 트럼프는 선거기간 정부효율위원회 신설을 언급했었다. 정부효율부가 국무부·재무부 등 일반 정부 부처와는 다른 형태로 운영될 것이란 얘기다.
전문가들은 머스크가 기업을 운영하면서 행정부 일을 하는 건 이해상충 문제 등의 가능성이 있어 정부효율부가 외곽에서 자문 역할을 하는 기구 형태로 운영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DOGE는 머스크가 자주 언급하면서 화제가 된 암호화폐 이름이기도 하다.
트럼프는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 참여했다 자신을 지지하며 중도 하차한 인도계 기업가 비벡 라마스와미(39)도 머스크와 함께 정부효율부의 공동 수장으로 발표했다.
이날 두 사람의 구체적인 직책은 소개되지 않았다. 트럼프는 이들을 인선하며 낸 성명에서 “훌륭한 이 두 미국인(머스크·라마스와미)은 함께 나의 행정부를 위해 정부 관료주의를 해체하고, 과도한 규제를 철폐하고, 낭비되는 지출을 삭감하고, 연방 기관을 재건하기 위한 길을 닦을 것”이라며 “이는 세이브 아메리카(Save America) 운동의 핵심”이라고 했다.
DOGE의 핵심 역할은 딥스테이트의 해체다. 의회와 백악관, 행정부 내에 뿌리깊이 박혀있는 그림자 정부를 산산조각내겠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딥스테이트가 금융세력의 지원을 등에 업고 세계화에 유리한 정책을 만들고 집행해 왔다고 생각한다.
이들은 미국 정부가 적자재정을 펼치도록 1974년 의회예산법을 만들었다. 의회가 편성한 예산은 정부가 반드시 집행해야한다는 게 이 법의 골자다. 정부가 효율적으로 예산을 집행할 수 있는 여지를 차단한 최대 악법이다. 재정적자는 달러 발행의 펌프 역할을 한다. 정부가 국채를 발행하면 Fed가 달러를 발행해 이를 사주는 것을 시작으로 달러가 글로벌 시장에 뿌려지는 것이다. 트럼프는 취임 후 이 법을 개정하는 것으로 딥스테이트에 대한 선전포고를 할 예정이다.
트럼프의 집권2기 공약집에서는 이같은 딥스테이트 척결 방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해 놓았다, 트럼프의 입장에서 딥스테이트란 미국 정부를 좀비로 만들고 특정 세력에계 유리한 정책을 펼치는 실체가 있는 세력이다. 미국 정부는 이들에게 점령당한 허수아비에 불과하다. 트럼프가 정부 구조조정 시한을 독립기념일로 잡은 은 건 2년 뒤 구조조정이 끝나는 날이 실질적인 미국 정부의 독립일이 될 것이란 의미다. 트럼프는 2026년 독립 250주년 기념일에 이같은 연설을 할 것이다.
"지난 250년간 미국 정부는 딥스테이테에게 지배당했습니다. 오늘이 비로소 미국 정부가 실질적으로 독립을 한 날로 역사에 기록될 것입니다. 미국은 다시 위대해질 것입니다. 저는 미국을 구할 것입니다."
이날 머스크가 트럼프의 옆에서 미소를 짓고 있는 장면이 폭스뉴스를 통해 전세계로 타전될 것이다.
트럼프는 이날 정부효율부의 창설을 제2의 맨해튼 프로젝트에 비유했다. 맨해튼 프로젝트는 2차 세계대전 당시 핵무기를 개발해 국제 안보 지형을 바꿨던 프로젝트다.
트럼프는 “훌륭한 두 사람이 정부 관료주의를 해체하고, 과도한 규제와 낭비 같은 지출을 줄여 연방 정부를 재구성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줄 것”이라며 “정부 밖에서 백악관, 예산관리국(OMB) 협조를 받아 대규모 구조 개혁에 관해 조언하고, 우리가 전에 볼 수 없던 정부에 대한 기업가적 접근을 시도할 것”이라고 했다.
정부효율부 수장에 머스크를 임명한 건 트럼프의 '인사의 기술'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머스크는 규제와 관료주의 등 ‘관(官)의 폭력’에 극도의 거부감을 드러내 왔다. 머스크는 지난 10월 한 타운홀 행사에서 “건국 이래 연방 기관이 거의 매년 두 개씩 생겨나고 있는데, (이 같은) 과잉 규제에 의한 ‘목 조르기’는 미친 짓”이라고 했다. 정부가 출범하는 대로 연방 공무원의 대규모 해고, 연방 부처 통폐합 등 피바람이 불 것우로 보인다. 정부 업무에 인공지능(AI)을 활용하는 방안도 본격 논의될 예정이다.
머스크는 선거 기간 “낭비되는 공무원을 해고하는 인사 평가 시스템을 도입하고, 해고된 공무원에게는 상당한 퇴직금 패키지를 제공할 것”이라고 했다.
머스크는 트럼프의 지명 발표 직후 X(옛 트위터)에 “현재 428개 정도의 연방 기관이 있는데 이 중엔 들어보지도 못한 것들도 많다”는 자신의 인터뷰 영상을 소개하며 “99개면 충분하고도 남는다”고 했다. 연방기관 규모를 4분의 1토막 내는 대수술도 불사하면서 미 연방정부에 뿌리 깊은 관료주의를 혁파하겠다는 일성인 셈이다.
머스크는 잇따라 올린 게시물에서 "정부를 효율화하거나 아니면 미국이 파산하거나"라고도 했다. 연방정부의 효율적 운영을 위한 강력한 의지를 보인 것이다. 투명성을 최대화하기 위해 정부효율부의 모든 조치를 온라인에 게시하겠다면서 "우리가 중요한 것을 잘라내고 낭비성인 것을 안 잘라낸다고 생각하면 언제든 알려만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머스크와 함께 정부효율부를 이끌게 된 비벡 라마스와미도 지원사격에 나섰다. 인도계 출신 기업가인 라마스와미는 공화당 대선 경선에 나섰다가 사퇴하고 트럼프 당선인을 지지해왔다.
그도 엑스에 올린 글에서 "미국 국민은 과감한 정부 개혁에 표를 던졌다"면서 "우리는 부드럽게 하지 않을 것"이라며 공격적 개혁 추진을 공언했다.
머스크는 선거운동 기간 연방정부 예산을 최소 2조달러(약 2800조원) 삭감할 수 있다면서 대폭적 정부 개혁을 예고했다. 어느 연방기관이 '폐기' 대상이 될지 등 구체적인 운영 방침에 대한 설명은 많이 하지 않았다.
그러나 전기차 회사 테슬라와 우주탐사 기업 스페이스X 등 거대 기업을 운영하면서 상당한 규모의 정부 계약 사업도 벌이고 있는 머스크를 상대로 이해충돌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테슬라와 스페이스X는 12개 이상의 연방기관과 수십억 달러의 정부 계약을 맺고 있는데, 머스크가 정부 계약과 보조금 지급을 승인하는 기관을 감독하는 정부효율부를 이끌게 되면 객관성과 공정성을 위협할 수 있다는 의미다.
머스크는 정부효율부를 둘러싼 논란을 의식한 듯 엑스를 통해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 아니다. 관료주의에 대한 위협!!!"이라고 반박했다.
트럼프 "나는 전쟁을 하지 않은 유일한 대통령"
트럼프는 호전적인 언행으로 스트롱맨이란 이미지가 강하다. 하지만 그는 본인의 말대로 미국 역사상 새로은 전쟁을 시작하지 않은 유일한 대통령이다. 술과 담배도 입에 대지 않는다. 만찬 건배를 코카콜라로 한다. 그가 강력한 미국을 만들려는 건 전쟁을 위해서가 아니라 전쟁을 억제하기 위해서다.
트럼프는 자신의 재선 공약인 '아젠다47'에서 전쟁광을 물리칠 것을 강조했다. 미국의 외교·안보 정책에서 불필요한 군사 개입을 지양하고, 평화를 추구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트럼프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과거 미국 정부 내 일부 인사들이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을 집착적으로 추진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러한 접근이 러시아와의 긴장을 고조시켜 현재의 갈등을 초래했다고 주장하며, 자신이 대통령이 된다면 이러한 전쟁광들을 제거하고, 불필요한 군사적 충돌을 방지하겠다고 강조했다.
트럼프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한 미국 정부 내 인사들을 비판할 때, 구체적인 이름을 언급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트럼프의 발언은 일반적으로 미국 외교 정책에서 강경한 입장을 취하는 '전쟁광' 또는 '네오콘'으로 불리는 인물들을 지칭한 것으로 해석된다.
대표적 인물이 빅토리아 눌런드다. 오바마 행정부와 바이든 행정부에서 국무부 고위직을 맡았고, 우크라이나와 동유럽 정책에 깊게 관여했다. 그녀는 우크라이나의 서방과의 통합과 나토 가입을 적극 지지했다.
앤토니 블링컨 현 국무장관도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영토 보전을 강조하며 나토와의 협력을 지지해 온 대표적 인사다.
트럼프 1기 정부에서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존 볼턴도 트럼프의 기준에서는 전쟁광이다. 그는 강경한 대외정책과 군사 개입을 지지하는 입장이었고 이와 관련해 트럼프와 외교정책에서 이견을 보이면서 해임됐다.
트럼프는 강력한 미국을 통해 세계 평화를 유지하겠다는 입장도 여려차례 밝혔다. 이를 위해 첨단 미사일 방어 시스템 구축, 국무부와 정보기관의 재정비, NATO의 미션과 목적 재검토 등을 제시했다.
트럼프는 '전쟁을 종식시킨 대통령'이란 이미지로 노벨 평화상을 받기를 원한다.
지금까지 노벨상을 받은 미국 대통령은 시어도어 루스벨트(1906), 우드로 윌슨(1919), 지미 카터(2002), 버락 오바마(2009) 등 모두 네 명이다. 트럼프가 노벨상을 받는다면 다섯 번째다. 대략 50명 가까운 역대 대통령 중 상위 10%에 속하는 셈이다.
트럼프는 1기 때 이미 노벨상에 대한 욕심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트럼프는 아베 일본 총리에게 “나를 노벨상 후보로 추천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리고 몇 달 후 기자들에게 “아베 총리가 나를 노벨상 후보로 추천했다”면서 일본이 보낸 추천서 사본 5장을 함께 공개했다. 트럼프는 “노벨상 위원회가 공정하다면 나에게 상을 줘야 한다”면서 “아무 업적도 없는 오바마에게 준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했다. “가짜 언론 매체들이 내가 노벨상 후보로 선정된 사실을 보도하지 않는다”고 화를 내기도 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지는 “트럼프의 노벨상 집착증은 열병(infatuation) 단계”라고 비꼬았다.
트럼프는 이번 대선 과정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을 24시간 내에 종결시킬 수 있다”고 했다. 이스라엘 총리에게 “미 대통령 취임일인 내년 1월 20일 이전에 전쟁을 끝내달라”고 요청한 사실이 보도되기도 했다. 노벨상을 받기 위한 사전 정지 작업을 밟아둔 것이다. 트럼프가 탁월한 중재 능력을 발휘해 ‘2개의 전쟁’을 종식시키고 평화를 이룩한다면 노벨상을 받을 자격이 갖추어지는 셈이다.
북핵 문제도 트럼프에겐 노벨상을 받기 위한 협상 쇼의 무대로 여겨질 수 있다. 트럼프는 지난 8월 인터뷰에서 “김정은은 절대적인 지도자다. 나는 그와 아주 잘 지냈다”고 한 것은 이를 위한 포석이다.
누가 전쟁을 원하는가?
지난 2024년 8월말 이슬람 무장단체 하마스에 의해 억류된 이스라엘 인질 여섯명이 죽은 채 발견되면서 이스라엘에서는 네타냐후 정부가 휴전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하는 반전시위가 이어졌다. 현지언론 등에 따르면 지난 9월1일 반전시위엔 전국적으로 70만여명이 참여했다. 이스라엘 인구의 7%에 달하는 수치다. 조선일보 르포에 따르면 시위에 참가한 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는 "네타냐후는 자기 정권 지키기에만 관심 있을 뿐 인질 협상과 종전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우리가 원하는 건 전쟁을 멈추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람 모두 집으로 돌아오는 것 뿐이에요"라고 말했다.
계속되는 반전 시위에도 벤야민 네타냐후 총리는 하마스 격퇴전 강행 입장을 고수했다. 그는 지난 9월2일 기자회견에서 "나만큼 인질 석방을 위해 노력한 사람이 있나?"라며 "가자지구에 이스라엘군은 전략적으로 반드시 주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네타냐후가 인질 협상을 위해 충분히 노력하고 있다고 보느냐?'는 최재진의 질문에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지지율의 바닥을 기고 있는 네타냐후는 극우세력과의 연정으로 정권을 어렵게 지키고 있는 상황이다.
러시아와 우크라라이나 전쟁,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 등 두개의 전쟁이 진행되면서 지정학적 불안감이 증폭되자 각국이 국방 예산을 늘리고 있다. 이에따라 글로벌 방위산업체들이 남몰래 웃음을 짓고 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가 2024년 8월26일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글로벌 15대 방산업체들은 2026년말 520억달러(약 70조원)의 현금흐름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미국의 5대 방산업체가 이의 절반에 해당하는 260억달러(35조원)의 현금을 벌어들일 전망이다. 이는 2021년의 추정치의 두 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미국의 5대 방산업체는 록히드마틴, RTX, 노스럽그루먼, 보잉, 제너럴다아내믹스 등이다.
지정학적인 불안이 고조되면서 각국이 국방비를 늘리자 방위산업체들이 호황을 맞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최근 대만, 우크라이나, 이스라엘 지원법안을 통해 5대 방산업체에 130억달러의 예산을 배정했다. 방산업체들은 무기 인도시점에 매출을 기록한다. 수년뒤 현금잔치를 하게 될 방산업체들이 이 돈을 어디에 쓸지 주목된다. FT에 따르면 방산업체들은 현금 보유를 꺼리고 대부분 자사주 매입이나 배당에 쓴다.
록히드마틴의 경우 블랙록, 뱅가드그룹, 스테이트스트리트와 같은 글로벌 자산운용사가 대주주다.
"군산복합체는 트럼프 취임전 3차대전을 원한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퇴임을 앞두고 우크라이나에 미국 미사일로 러시아 본토를 타격하는 걸 허용했다. 명분은 북한군 참전으로 전쟁 확대 위험성이 러시아의 핵 사용 위협 못지 않게 심각하다는 것이다. 트럼프 진여에서는 전쟁을 싫어하는 트럼프의 취임 전에 바이든이 군산복합체가 원하는 3차 대전을 일으키려 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11월17일(현지시간) 뉴욕 타임스(NYT)와 워싱턴 포스트(WP) 등에 따르면 조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사거리 약 300㎞인 에이태큼스(ATACMS·Army TACtical Missile System) 미사일로 러시아 내부 표적을 타격할 수 있도록 기존의 제한을 해제했다.
미국과 우크라이나 정부는 이를 공식 확인하지는 않았지만, 부인하지도 않았다.
바이든 행정부의 이번 결정은 1차적으로는 북한군 추가 파병을 막기 위한 포석이다. 한·미는 북한군 1만 1000여명이 이미 우크라이나가 점령 중인 러시아 서부의 격전지 쿠르스크에 배치돼 전투 작전에 참여했다고 보고 있다. 미 행정부 고위 관계자는 WP에 “애초에 군을 파병한 게 얼마나 값비싼 대가를 치를 실수인지 김정은이 깨닫게 해야 한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실제 전술지대지미사일인 에이태큼스의 사거리를 고려할 때 우크라이나는 이를 북한군 주둔지인 쿠르스크에서 쓸 가능성이 크다. 러시아가 조기 종전을 공언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전 북한군을 동원해 ‘땅따먹기식’ 고기 분쇄기(meat grinder) 전술을 통해 쿠르스크 탈환을 밀어붙이자 미국이 미사일 제한을 풀어 우크라이나의 공성전을 지원하고 나선 것이다.
러시아는 이미 북한군을 포함, 5만명을 쿠르스크 지역에 소집했다. 북한의 파병 덕에 다른 전선에서의 병력 유출 없이도 인원을 충당할 수 있었다. 결국 바이든이 최후의 카드를 꺼낸 건 쿠르스크에서 북·러 연합군에 큰 희생을 안기고, 북한이 추가 파병을 망설이게 만들기 위함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은 러시아에 유리한 방향으로 조기에 휴전이나 종전을 추진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끊고 특정 시점에서의 국경선을 기준으로 종전을 달성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WP는 미 관료들을 인용해 “새 대통령이 임기 초에 주도할 것으로 예상되는 평화 협상에 앞서 우크라이나가 최대한 유리한 위치를 점하기를 백악관은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가치 외교를 표방하며 반러의 구심점에 섰던 바이든이 퇴임 전 자신의 ‘업적’을 확고히 하는 측면에서 이런 결정을 내렸다는 것이다. 트럼프가 취임 뒤 이를 얼마든지 뒤집을 수 있지만, 두 달 동안 이끌어낸 쿠르스크 전황 변화를 바탕으로 협상의 기준점 자체는 달라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노련한 협상가를 자처하는 트럼프로서도 대러시아 협상 카드를 늘려가는 건 실보다 득이 될 수도 있다.
미 언론들이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에 속하는 에이태큼스에 대한 제한 해제를 ‘장거리(long-range)’ 미사일 사용 허가로 표현한 것도 눈길을 끈다. 추후 북·러의 행동에 따라 접경지인 쿠르스크를 넘어서는 러 내륙 본토 타격도 배제하지 않는 것일 수 있어서다.
이는 결과적으로 ‘공포의 핵균형’이라는 금기를 깰 수 있어 주목되는 대목이다.·우크라이나라는 비핵국가가 러시아라는 핵보유국을 상대로 본토 공격을 실시한다는 것도 그렇지만, 같은 핵보유국인 미국이 이를 지원하는 양상이어서다. 핵보유국 간 대리전 성격까지 전쟁의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비핵국가의 핵보유국 공격은 물론, 핵보유국 간의 정규전도 국제정치학에선 금기시되는 영역이다.
미사일 공격을 즉자적으로 핵 전력 사용과 연결할 수는 없지만, 핵이 그 자체로 상대방의 행동을 억제하는 ‘만능의 보검’이라는 기존의 관념 자체를 바이든 행정부가 흔든 것으로 볼 여지도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서방산 무기 사용 제한 해제가 검토될 때마다 핵 교리 변경 등을 거론하며 사실상 핵 사용 가능성을 위협한 것도 이 때문이다.
당장 러시아는 3차 세계대전을 언급하며 반발했다. 러시아 하원(국가두마) 국제문제위원회 부위원장인 블라디미르 자바로프는 “3차 세계대전 시작을 향한 매우 큰 발걸음”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번 결정은 핵 사용의 문턱을 낮추는 것 아니냐는 우려로 이어질 수 있다. 저위력 핵무기 사용 등 시나리오다.
다만 미 측은 우크라이나의 에이태큼스 사용이 전쟁 전체의 판도를 바꿀 중요 변수는 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원 수량 자체가 제한적인 데다 러시아는 이미 주요 공군 전력 등을 에이태큼스 사거리 밖으로 이동시켰기 때문이다. 러시아가 실제 ‘핵 보복’까지 나설 가능성은 작게 보는 이유다. 오히려 러시아가 유럽 국가 내에서의 책임 입증이 힘든 폭탄 공격 등을 통해 민간인을 노릴 가능성이 우려된다고 미 CNN 방송은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북한이 러시아에 장거리 탄도미사일을 공급하자 수백 발의 에이태큼스를 지원했지만, 우크라이나군이 이미 다수의 미사일을 소진해 현재 보유 규모는 줄었을 것이라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에블린 파르가스 전 국방부 부차관보는 “추가 지원할 여력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번 결정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다만,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는 X(옛 트위터)에 “군산복합체는 아버지가 평화를 만들고 생명을 구할 기회를 갖기 전에 3차대전을 일으키고 싶어 하는 듯하다”고 비판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당선 후 EU 내에선 우크라이나 종전 목소리도 부쩍 커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7일 폴란드, 발트 3국 등 동유럽 국가들 이외 유럽 국가들 사이에선 우크라이나가 영토를 완전히 회복해 전쟁에서 승리하겠다는 계획은 현실성이 없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고 보도했다.
"딥스테이트가 미국을 망쳤다"
트럼프가 발표한 아젠다 47에서 딥 스테이트와 관련된 주요 공약은 미국의 행정 시스템 내 숨겨진 권력층을 제거하고, 그들의 권력을 약화시키기 위한 계획에 중점을 두고 있다. 딥 스테이트는 트럼프가 자주 언급한 주제로, 비선출 관료, 정보기관, 정치적 엘리트들이 미국의 정책에 과도하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FBI, CIA, 국토안보부 등 미국의 주요 정보기관이 딥 스테이트의 일부로 작용하고 있으며, 이들 기관이 미국 내 정치적 반대파를 억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보기관의 권한을 축소하고, 그들이 초법적 권력을 행사하지 않도록 개혁할 것을 공약했다.
트럼프는 연방 공무원 시스템을 개혁해 딥 스테이트에 속한 것으로 여겨지는 공무원들이 더이상 특권을 누리지 못하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연방 정부에서 불필요한 직위와 규제를 줄이고, 더욱 효율적인 정부를 만들겠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트럼프의 생각은 두 가지 관점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세계화주의자와의 연장선 상에 딥스테이트가 존재한다는 게 하나다. 나머지 하나는 집권후 트럼프는 개인적인 경험에서 정부기관과 행정부내 딥스테이트라고 여겨지는 세력이 존재한다는 생각이 굳어진 것이다.
트럼프는 FBI와 CIA가 자신을 대상으로 한 러시아 내통 의혹을 조사하면서 부당하게 권력을 남용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로버트 뮬러 특검에 의해 진행된 러시아 스캔들 수사는 트럼프의 정치적 입지를 약화시키려는 시도였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수사가 잘못된 정보에 기반해 정치적 동기를 가지고 실행된 것이며, FBI와 CIA가 의도적으로 자신을 표적으로 삼았다고 보았다.
트럼프는 이 사건을 딥스테이트에 의한 정치적 공격이라고 해석하며, 비선출 관료들이 정치적 편향성을 가지고 권력을 남용한 대표적인 사례로 여겼다.
트럼프는 2019년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를 문제삼아 하원이 그를 탄핵하는 절차를 밟을 때도, 정보기관과 국무부의 내부 관료들이 자신에게 적대적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가 정책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관료들이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자신을 반대했다고 보고, 이는 관료들이 민주적으로 선출된 정부의 권한을 침해하는 방식으로 권력을 남용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는 코로나19 팬데믹을 대응하는 과정에서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및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와 같은 공중보건 관료들이 비효율적이고 과도하게 권력을 행사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앤서니 파우치 박사가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기반으로 정책 결정을 내리고, 국민에게 잘못된 정보를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파우치 박사는 미국 국립 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NIAID) 소장이자 미국 대통령의 최고 의학 자문으로, 코로나19 팬데믹 대응의 핵심 인물이었다. 팬데믹 초기부터 파우치 박사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강력한 방역지침을 밀어부쳤다. 그는 사회적 거리두기, 마스크 착용, 자가격리 등 여러 방역 조치를 권고했다.
파우치는 백신 개발을 빠르게 진행하기 위해 초고속 작전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여러 제약사들이 신속하게 백신을 개발하고 임상 시험을 거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이는 미국과 전 세계에서 코로나19 백신이 빠르게 보급되는 계기가 됐다.
파우치의 이같은 입장은 트럼프와 충돌했다. 트럼프는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경제 재개와 방역 조치 완화를 우선시하는 경향이 있었지만, 파우치 박사는 더 강력한 방역 조치를 주장했다. 트럼프는 파우치 박사가 민주당측 인사들과 교류하면서 자신의 재선을 막기위한 정치적 의도를 갖고 있다고 비난했다.
트럼프는 이민 정책, 기후 변화 대응 철회, 오바마케어 폐지 등 다양한 행정명령이 법원과 행정부 내 관료들에 의해 저지된 사례들을 비선출 관료들의 권력 남용으로 간주했다. 특히 연방 판사들이 자신의 주요 정책을 연방 관료들의 동의 없이 저지하는 상황에서, 트럼프는 이를 딥 스테이트의 정치적 저항으로 해석했다.
트럼프는 아젠다47에서 소로스 지방검사(Soros-backed district attorneys)를 비판하며, 이들이 법질서를 무너뜨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이들 검사가 헤지펀드의 대부 조지 소로스의 지원을 받아 법 집행을 약화시키고, 범죄를 제대로 단속하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그는 특히 이러한 지방검사들이 범죄자들을 솜방망이 처벌하거나 아예 기소하지 않는 정책을 펼치며, 그 결과로 범죄율이 상승하고, 지역 사회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이러한 지방검사들을 해임하거나 책임을 묻는 법적, 정치적 방법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는 범죄와의 전쟁을 다시 선포하면서, 소로스의 영향력을 약화시키고, 범죄자들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부활시키겠다고 약속했다.
트럼프와 보수 진영에서 언급되는 소로스 지방검사는 주로 조지 소로스가 재정적으로 지원한 진보적 검사들을 가리킨다. 조지 개스콘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지방검사는 조지 소로스의 재정 지원을 받아 선출된 진보적 검사로, 형사 사법 개혁을 강하게 추진했다. 그의 정책은 경범죄 비기소, 사형 반대, 그리고 보석 제도 개혁 등을 포함한다. 보수 진영에서는 개스콘의 정책이 범죄율을 증가시켰다고 비판하고 있으며, 트럼프도 개스콘을 소로스와 연결된 검사로 지목한 바 있다.
킴 폭스 시카고 쿡 카운티 검사는 시카고의 범죄 문제와 관련해 많은 비판을 받고 있는 인물로 조지 소로스의 지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녀는 여러 고위 범죄 사건에서 기소하지 않거나, 낮은 형량을 선고하는 정책을 시행해 왔으며, 대표적인 사건으로는 배우 저시 스몰렛 사건이 있다.
래리 크래스너 필라델피아 지방검사는 필라델피아에서 소로스의 지원을 받아 당선된 지방검사다. 그는 경범죄 기소 축소, 보석 제도 개혁, 경찰 개혁 등을 시행해 왔다.
조지 소로스는 유대인 배경을 가진 세계적인 자선가이자 금융가로, 주로 진보적 정치 활동과 민주당에 대한 재정적 지원을 하고 있다. 트럼프의 지지자들은 소로스가 글로벌 엘리트와 민주당의 숨은 배후로 작용한다고 주장했으며, 소로스가 딥 테이트와 연결되어 있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하지만 트럼프가 공식적으로 소로스를 딥 스테이트의 핵심 인물로 지목한 적은 없다.
트럼프가 딥스테이트로 비판한 인물 중 다수는 민주당 인사다. 예를 들어 트럼프의 탄핵을 주도한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나 애덤 시프 의원은 모두 민주당 소속이다. 애덤 시프는 유대인 배경을 가진 인사로, 트럼프 탄핵 조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트럼프는 시프를 "거짓말쟁이"로 비난하며, 그의 조사가 정치적 동기를 가지고 진행되었다고 주장했다.
머스크의 첫타깃은 국방부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부효율부(Department of Government Efficiency·DOGE) 수장으로 내정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자국의 스텔스 전투기 F35의 비효율성을 지적하며 “유인 전투기는 드론 시대에 이미 구식이다. 조종사만 죽일 뿐이다”라고 했다.
머스크는 25일(현지 시각) 자신이 소유한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 “F-35 설계는 요구사항 단계에서부터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너무 많은 것을 충족하도록 요구했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했다”며 이렇게 밝혔다.
머스크는 “이 때문에 F-35는 비싸고 복잡한, 모든 것을 조금씩 할 수 있지만, 어느 것도 뛰어나게 잘하지 못하는 기체가 됐다”면서 “성공은 애초에 가능한 결과의 범주에 포함돼 있지 않았다”고 했다.
머스크는 전날에도 비슷한 비판을 했었다. 그는 24일에도 X에 “F-35 같은 유인 전투기를 만드는 멍청이들(idiots)이 아직 있다”고 했다.
신설 조직인 정부효율부 공동 수장으로 지명된 머스크의 이번 언급을 두고 미 국방부의 F-35 관련 비용을 대거 삭감하려는 의도가 아니겠냐는 분석도 나온다.
F-35는 세계 최대 방산업체 미국 록히드 마틴이 개발한 5세대 스텔스 다목적 전투기다. 미 국방부를 비롯해 한국과 영국, 일본, 노르웨이, 네덜란드, 이스라엘 등 각국이 도입했다.
머스크는 2020년 2월에도 플로리다에서 열린 공군협회(AFA) 심포지엄에서 “전투기의 시대는 갔다”며 “미래의 전쟁은 무인 드론이 결정할 것”이라고 해 공군 전문가들과 논쟁이 붙기도 했다.
트럼프 당선인도 2016년 대통령에 처음 당선된 뒤 F-35의 비효율성 문제를 지적한 적이 있다. 그는 당시 트위터에 “F-35 (구매) 계획과 비용은 통제 불능(out of control)”이라며 “(대통령으로 취임하는) 2017년 1월 20일 이후 군사 부문과 다른 부문의 구매 비용 수십억달러를 절약할 수 있고 그렇게 될 것”이라고 밝혔었다.
글로벌리스트들이 지원하는 전쟁광들
미국의 국방비는 최근 몇 년간 꾸준히 증가했다. 2024 회계연도 국방 예산은 약 8860억 달러로, 전년도보다 약 3% 늘었다. 미국의 전체 국방 관련 지출을 고려하면 1조 달러를 초과할 것으로 추산된다. 국방부 예산 외에도 에너지부의 핵무기 프로그램, 국토안보부의 관련 지출, 퇴역 군인에 대한 연금 및 의료비용 등 다양한 항목이 포함되기 때문이다.
2023년 미국 국방비 지출 내역을 보면 운영 및 유지비로 2900억달러가 지출됐다. 군사 장비와 시설의 유지보수, 훈련, 일상적인 운영 비용 등을 포함한다.
다음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게 인건비다. 총 1770억달러로 전체 국방비의 20%가 넘는다. 현역 군인, 예비군, 그리고 국방부 소속 민간인 직원들의 급여, 수당, 연금, 의료 혜택 등을 포함된다.
무기와 장비 조달에 들어간 예산은 총 1450억달러에 달한다. 이들 대부분이 록히트마틴 등 군수업체의 매출이 된다. 록히드마틴은 미국 국방부의 주요 방위산업 계약자로서, 연간 수십억 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예를 들어, 2024년 4월에는 록히드마틴이 미국 국방부로부터 170억 달러 규모의 미사일 방어 계약을 수주했다. 2024년 8월에는 F-35 전투기의 지원 및 유지보수를 위한 39억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이러한 대규모 계약들을 고려할 때 록히드마틴이 미국 국방부로부터 연간 수주하는 금액은 수백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록히드마틴의 대주주는 뱅가드와 스테이트스트리트글로벌어드바이저스. 블랙록 등 대규모 자산운용사들이다.
록히드 마틴의 2023년 연간 매출은 약 676억달러로, 전년보다 2% 증가했다. 수주잔고는 사상 최대치인 1610억달러를 기록했다. 이 중 항공 부문은 전체 매출의 약 40%를 차지한다 F-35와 F-16 전투기 생산 증가로 매출이 전년보다 5.8% 증가했다.
록히드마틴은 우리나라와도 관련이 깊다. 대한민국은 2014년 록히드마틴과 F-35A 전투가 40대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총 계약금액은 약 7조원이다. 2018년부터 인도를 시작했다. 우리나라가 도입한 미사일방처체계, 즉 사드(THAAD)도 록히드마틴 제품이다. 2016년 공급계약을 맺었고 계약금액은 1조5000억원 가량이다.
우리나라는 이어 2019년 F-35A 추가 공급계약을 맺었다. 도입대수는 20대로 계약규모는 약 4조원이다.
미국 국방예산을 보년 연구개발, 시험 및 평가에도 1300억달러가 쓰였다. 신기술 개발과 무기시스템 연구 및 시험, 평가 등에 쓰이는 예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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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을 중독시킨 제약 카르텔
트럼프는 그의 아젠다47에서 제약 카르텔이 미국 의료 체계와 국민들에게 큰 부담을 주고 있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트럼프는 제약 카르텔이 막대한 이익을 위해 의약품 가격을 인위적으로 높이고, 미국의 약물 의존도를 심화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약 카르텔의 부패와 권력 남용을 척결하고, 중국과의 연관성에 대해서도 조사하겠다고 공약했다.
트럼프는 제약 회사들이 의약품 가격을 터무니없이 높여 국민들이 생명에 필수적인 약을 구매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이 중국산 의약품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으며, 제약 산업이 중국과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트럼프는 이러한 의존도를 줄이고, 미국 내에서 의약품을 생산하도록 장려하는 정책을 추진할 것을 공약했다.
마틴 슈크렐리가 CEO로 있던 제약회사 투어링 파마가 다라프림이라는 약물의 가격을 급격히 인상한 사건이 제약카르텔의 대표적인 사례로 지목된다. 다라프림은 주로 톡소플라스마증과 같은 희귀 감염 질환을 치료하는 데 사용되는 약물로, 특히 면역력이 약한 환자들에게 중요한 약물이다.
2015년 마틴 슈크렐리가 이끌던 투어링파마는 다라프림의 권리를 보유한 제약사를 인수했다. 인수 직후 투어링파마는 다라프림의 가격을 급격히 인상했다. 한 알에 13.50달러에서 750달러로 약 5000% 이상 인상한 것이다. 이로 인해 다라프림을 필요로 하는 환자들이 치료비를 감당하기 어려워졌고, 병원과 보험회사 등도 큰 부담을 겪었다.
슈크렐리는 약가 인상을 옹호하며, 기업으로서 이윤을 추구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 회사는 이익을 극대화할 권리가 있다"고 했다, 이러한 태도가 대중의 분노를 더욱 키웠고. 언론과 대중은 그를 '미국에서 가장 미움받는 남자'라고 비난했다. 슈크렐리는 당시 제약업계의 윤리에 대한 논쟁의 중심에 서게 됐다.
다라프림 사건과는 별도로 슈크렐리는 자신의 전 회사에서 증권 사기 혐의로 기소되었고, 결국 2017년에 유죄 판결을 받아 징역 7년형을 선고받았다.
오피오이드 의약품의 남용과 중독 문제는 미국에서 심각한 문제였다. 퍼듀 제약과 같은 제약 회사들이 중독성을 가진 오피오이드 의약품을 과다 처방하게 함으로써, 수많은 미국인들이 오피오이드 중독에 빠졌다. 제약 회사들은 그 위험성을 축소하거나 감추고, 이를 통해 막대한 이익을 챙겼다.
오피오이드 사태는 미국에서 처방 오피오이드(마약성 진통제)의 과도한 사용으로 인해 발생한 중독과 사망 문제를 말한다. 이 사태는 1990년대 후반부터 시작해 현재까지 미국의 주요 공중보건 위기 중 하나로 남아 있으며, 수백만 명이 중독에 빠지고 수십만 명이 과다복용으로 사망했다.
오피오이드는 마약성 진통제로 통증을 완화하는 데 사용된다. 주로 의사가 심한 통증을 가진 환자들에게 처방하며, 대표적인 오피오이드 약물에는 옥시코돈, 하이드로코돈, 펜타닐, 그리고 불법적인 약물인 헤로인이 포함된다.
1990년대 후반 제약회사들은 오피오이드 진통제를 대대적으로 마케팅하며 이 약들이 중독 위험이 낮다고 주장했다. 특히 제약회사 퍼듀파마는 옥시콘틴이라는 약물을 적극적으로 홍보하며, 이 약이 장기적인 통증 치료에 효과적이고 안전하다고 광고했다.
의사들은 이러한 마케팅에 영향을 받아 오피오이드 진통제를 광범위하게 처방했으나, 실제로는 오피오이드가 높은 중독성을 가지고 있어 사용자의 신체적, 정신적 의존을 불러일으켰다.
환자들이 처방받은 오피오이드에 중독되기 시작하면서,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의약품에 의존하게 되었고, 약물 남용 문제가 심각해졌다. 오피오이드 처방이 금지되자, 많은 이들이 헤로인과 펜타닐 같은 불법약물로 돌아섰다. 특히 펜타닐은 매우 강력한 합성 오피오이드로, 소량만으로도 치명적일 수 있어 과다복용 사망이 급증했다.
오피오이드 사태로 많은 제약회사들이 법적 조사를 받았습니다. 퍼듀 파마는 특히 옥시콘틴의 마케팅과 관련해 비난을 받았고, 수십억달러의 벌금을 냈다.
오피오이드 사태는 미국에서만 약 50만 명 이상의 사망자를 발생시켰다. 중독 문제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이 위기는 사회적으로 광범위한 영향을 미쳤으며, 특히 빈곤층, 농촌 지역에서 더 큰 타격을 입었다.
퍼듀 파마의 설립자는 유대계 사클러 가문이다. 퍼듀파마는 1952년 아서 사클러와 그의 형제 모티머 샤클러, 레이먼드 샤클러에 의해 설립됐다.
사클러 가문은 특히 옥시콘틴의 마케팅을 통해 막대한 이익을 올렸다. 이 약물이 오피오이드 위기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면서 비판의 대상이 됐다. 사클러 가문은 또한 미술과 박물관 등 여러 분야에 많은 기부를 했으나, 오피오이드 위기 이후 일부 기부 단체들이 사클러 가문의 기부금을 거부하거나 이름을 삭제하는 움직임도 있었다.
"중국은 불법 약물의 근원"
중국은 불법 합성 오피오이드인 펜타닐의 주요 공급원으로 지목됐다. 미국 내에서 유통되는 많은 펜타닐이 중국에서 제조되어 멕시코를 통해 밀수되는 방식으로 들어오고 있다. 이는 오피오이드 위기의 또 다른 측면을 보여준다.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큰 의약품 원료 공급국 중 하나로, 미국이 사용하는 많은 활성 의약품 성분(API)이 중국에서 제조된다. 트럼프는 이러한 중국 의존도를 문제로 보고 있으며, 특히 팬데믹 동안 중국의 공급망이 차질을 빚으면서 미국이 의약품을 안정적으로 확보하지 못할 위험이 드러났다.
항생제를 포함한 많은 주요 의약품의 원료가 중국에서 생산되며, 이는 미국의 의약품 생산체계가 중국에 의존적이라는 문제를 나타낸다. 중국에서 생산된 의약품 원료가 미국으로 수입되면서, 가격 조작이나 공급 중단 위험이 제기되고 있다.
트럼프는 이러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미국 내 의약품 생산을 강화하고, 공급망을 다변화하는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아젠다47에서 제약 카르텔이 중국과의 연관성을 통해 미국 경제와 의료 시스템을 장악하고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