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플레이션이 오면 돈 푼게 허사가 된다
2017년 초 집권 초기 트럼프와 Fed는 달러 강도를 놓고 다른 생각을 했다. 2008년 금융위기를 달러 살포로 극복한 Fed는 이 무렵 금리 인상을 통해 시중의 달러를 거둬들여야 했다. 실제 점진적인 금리인상의 절차를 밟고 있었다. 트럼프의 시선은 이와는 다른 곳에 머물렀다. 달러의 신뢰도보다 눈앞의 적자가 트럼프에겐 더 큰 문제였다. 마이너스 금리를 만들어서라도 달러를 더 뿌리자고 억지를 부렸다.
파월 Fed 의장의 입장에서 트럼프는 경제의 ㄱ도 모르는 무식쟁이였다. 달러를 팔아 먹고 사는 Fed 입장에서 달러의 재활용은 지속적인 영업을 보장해주는 시스템이었다. 경기가 상승곡선을 그리면 금리를 올려 오일달러를 금고로 환수해야 했다.
트럼프는 이같은 Fed를 꿰뚫어 보았다. 트럼프가 마이너스 금리를 밀어부치는 건 달러가 곧 미국이란 경제 원리를 몰라서가 아니다. 달러의 재활용으로 Fed를 중심으로 월가 금융자본만 배를 불리는 게 못마땅했다. 달러 약세로 무역적자가 해소되면 그 혜택을 미국의 전통적인 제조업 종사자들이 본다는 것을 트럼프는 잘 알았다. 유대 금융자본이 달러 시스템의 열매를 모두 먹어버리는 게 싫었던 것이다.
앞서 말했듯 펜데믹이 트럼프와 Fed가 같은 배를 타게 했다. 제로금리까지 기준금리를 낮춰 글로벌 GDP의 5%가 넘는 달러를 일시에 풀었다. 정확히 말하면 풀겠다고 했다. 시중에 풀린돈은 증시와 부동산으로 흘러들어 주가지수와 아파트 가격을 밀어올리고 있다. 자산이 늘었다고 생각하는 소비자들이 신용카드를 마구 긁어 소비가 살아나는 게 트럼프와 Fed가 설계한 돈풀기 작전의 전모다.
이같은 작전의 가장 큰 걸림돌은 인플레이션이다. 인플레이션은 생산, GDP 증가에 쓰일 돈을 무용지물로 만든다. 자동차 한대를 살 수 있던 스미스가 주머니가 두둑해지면 와이프 차까지 두대를 사는 게 돈풀기의 목적인데, 차값이 두배가 되버리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이같은 공포가 눈앞에 다가왔다. 미국의 소비자 물가지수는 지난 6월부터 0.6%, 0.6%, 0.4%를 각각 기록했다. 이같은 속도면 연간 물가상승률이 5%를 웃돌게 되는 것이다. 눈여겨 볼 대목은 유가와 곡물가의 상승을 뺀 근원물가지수가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유가와 곡물 등 원자재는 가격 변동성이 크다. 이를 뺀 물가상승률이 일반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다르지 않다는 것은 유가나 곡물가가 본격 상승할 경우 소비자물가가 가파르게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달러 약세가 유가를 자극해, 유가가 오름세를 탈 경우 Fed는 인플레이션을 걱정해야 한다. 무진장 뿌린 돈이 증시와 부동산을 자극해 소비를 늘리고, 그 것이 GDP의 증가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를 인플레이션이 끊어버리기 때문이다.
8월 잭슨홀 연설에서 파월이 물가가 2%를 웃돌아도 한참 동안 금리를 올리지 않겠다고 한 것도 이같은 상황을 걱정한 투자자들이 계속 지갑을 열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대선 이후 유가는 어떻게든 정상화의 경로를 밟게 된다. 앞서 말한대로 유가가 정상화 되지 않으면 돈을 풀어도 달러가 강세 압력을 받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시기와 때를 놓고 차기 정부는 좀더 고민을 해야 한다. 적어도 미국 경제가 GDP 상승으로 이어지는 국면에 진입하기 전 인플레이션이 심화할 경우 5조달러에 달하는 돈풀기는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 결국 본격적인 유가 상승은 풀린돈이 생산을 자극하기 시작하는 때로 미뤄질 수 있다. 그 때를 잘 잡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