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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이란전쟁 03화

[이란전쟁] 트럼프는 왜 유가를 40달러로 올렸나?

- 달러 약세속 유가는 박스권 유지...누가 유가를 붙잡고 있는가.

by 김창익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16년 11월 당선 후 줄곧 유가를 낮추라고 산유국을 압박했다. 2012년 3월16일 123.51달러였던 유가(두바이유 기준)는 2017년 이후 50달러 안팍에서 등락했다. 2018년 10월5일 84.12달러가 트럼프 취임 후 최고가다. 트럼프는 왜 낮은 유가를 원했을까.


팬데믹 이후 유가는 급락했다. 저장시설이 부족해 산유국이 기름을 돈을 주고 파는 사상 초유의 사태도 있었다. 유가 하락을 외쳤던 트럼프 입장에서도 마이너스 유가는 결코 달갑지 않았다. 트럼플가 원하는 유가는 도대체 얼마였을까.


유가 하락은 사우디아라비아가 지난 3월 트럼프의 감산 바람을 저버리고 증산을 결정하면서 가속화했다. 사우디와 러시아가 미국 셰일업체들의 도산을 노리고 감산 합의를 깼다는 게 국내외 언론의 분석이다. 미국 셰일업체들의 배럴당 채굴 원가가 49달러 안팎이니, 유가가 이보다 낮게 유지되면 셰일업체들이 버티지 못할 것이란 얘기다.

11월 재선을 앞둔 트럼프 입장에선 유가가 낮을수록 유권자들의 표심에 유리하다. 하지만 유가가 너무 낮아 셰일업체들이 도산하면 일자리가 줄어든다. 지난 4월 트럼프가 빈살만과 푸틴을 중재해 감산 합의에 이르도록 하고, 이 때문에 6월부터 유가는 배럴달 40달러 박스권으로 다시 들어온다.


트럼프가 셰일업체들의 줄도산을 우려해 기왕 유가를 끌어올린 것이라면 50달러 박스권까지 올리는 게 낫지 않았을까.


몇가지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우선 셰일업계 구조조정이다. 어렵지만 우량 셰일업체와 엑슨모빌 등 메이저 정유업체는 배럴당 40달러 선의 유가면 버틸만 하다. 사업성이 없는 셰일업체들이 도산하면 살아남은 업체들이 인수하면 된다.

6월부터 유가는 누가 평탄화 작업을 하고 있는것처럼 이상하리만치 40달러 선에서 박스권을 유지하고 있다.



트럼프의 중재가일업체를 위한 게 아니라는 가정도 해볼 수 있다. 유가가 낮을 수록 유권자들의 표심을 사로잡는 데 유리하지만 한 가지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


유가가 너무 낮으면 달러는 강세압력을 받는다. 앞선 편에서 말한대로 유가와 달러는 반비례 관계다. 국제금융센터 연구 자료에 따르면 시기별로 상관관계의 강도는 차이가 있지만 최근 10년간만 보면 둘 사이엔 '-0.63'이란 역의 상관과계가 있다. 하나의 가격이 1만큼 오르면 다른 하나는 0.63만큼 떨어진다는 얘기다. 달러 가격의 움직임이 유가에 미치는 영향이 그 반대보다 뚜렷하기는 하다. 어쨌든 유가가 등락하면 달러 가치도 반대로 등락하는 관계가 있다.


트럼프는 취임 이후 줄곧 금리 인하를 외쳤다. 달러를 많이 풀어 달러 약세가 돼야 무역적자가 해소되고, 미국내 수출기업들의 수익이 개선된다는 것이다. 이에 반기를 들었던 Fed가 팬데믹 후 금리를 인하해 달러를 풀면서 결과적으로 트럼프에 동조하는 셈이 됐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Fed는 경기하락에 대비한 달러 약세고, 트럼프는 글로벌 경기 상황과 상관없이 재임기간 동안 무역적자를 해소하자는 취지였다.


다시 돌아가면 유가가 너무 낮으면 달러는 상승 압력을 받는다. 이를 알아챈 트럼프가 유가를 40달러 선으로 끌어 올리도록 빈살만과 푸틴을 압박했다는 것이다.


요약하면 배럴당 40달러선의 유가는데믹 이후 석유 수급상황과 달러 약세를 둘러싼 트럼프의 계산, 여기에 빈살만과 푸틴의 이해관계가 어느 정도 맞아 떨어지는 균형점이란 얘기다.


대선이 끝나면 이 균형점은 깨지기 쉽다. 유권자의 표심이란 변수가 없어지면 트럼프 입장에선 유가는 높을 수록 좋다. 앞서 말한대로 고유가는 곧 달러 약세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대선을 위해 등을 돌렸던 정유사들에게도 빚을 갚을 필요가 있다. 배럴당 40달러 선에서 허리띠를 졸라메고 참았던 정유사들이 청구서를 내밀 게 뻔하다.


이 때가 되면 사우디와 러시아의 감산합의가 또 다시 유가의 최대 변수로 돌아온다. 두 산유국이 또 증산을 택해 치킨게임에 돌입하면 트럼프는 유가 방어를 위해 어떤 카드를 꺼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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