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유의 위안와 결제는 파멸을 부른다
이란, 러시아, 베네수엘라의 공통점은?
석유달러 시스템에 불만이 많은 국가다. 여기에 중국을 더하면 미국 입장에선 석유달러 시스템을 위협하는 악마들이 된다. 반미 벨트다.
중국은 하루 1400만 배럴의 원유를 소비하고, 이 중 1000만 배럴을 수입하는 나라다. 석유 안보가 곧 국가안보인 셈이다. 미중 전쟁 당사자인 중국은 사실 석유달러 시스템의 가장 충실한 파트너였다.
미국은 석유달러 시스템이 만들어진 1975년 이후 적자국가가 됐다. 달러를 찍어 뿌린다는 건 구체적으로는 무역-재정 적자를 의미했다. 독일과 일본은 석유를 사기 위해선 BMW와 워크맨을 미국 시장에 팔아 달러를 벌어야 했다. 사우디 등 산유국은 오일달러를 미국 국채에 투자하는 것 외엔 재테크 수단이 마땅치 않았다. 미국의 적자는 달러를 글로벌 시장에 푸는 펌프인 셈이다.
가장 강력을 모터를 단 펌프는 중국이었다. 석유달러 시스템을 위한 자유무역주의로 미국이란 거대한 시장이 열리자, 그에 맞는 생산공장이 필요했다. 애덤 스미스의 분업의 원칙에 따라 생산비가 싼 중국이 생산공장의 역할을 담당했다. 지난 50년간 석유달러 시스템은 중국의 생산과 미국의 소비를 중심으로 번성했다.
중국에 대한 무역적자는 석유달러 시스템이 혜택을 누린 결과다. 이같은 시스템을 만들어 가장 큰 이익을 본 게 미국이다. 트럼프가 이를 모를 리 없다. 하지만 트럼프는 적자의 책임을 중국으로 돌리고 흑자를 본 만큼 토해내라고 압박한다.
중국은 미중 무역전쟁이 석유달러 시스템이 만든 구조적 문제란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무역적자 해소를 위한 상대국 화폐 절상 압력은 미국이 적자문제가 불거질 때 마다 꺼내는 당골 멘트다. 1984년 프라자합의 때 독일과 일본은 평가절상 압력을 이기지 못했다. 그들이 앞으로도 미국을 절대 이길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은 프라자합의 때문이다. 아들 부시 정권 시절 미국의 중국 때리기가 본격화 한 것도 핵심은 위안화 절상이었다. 이웃 일본을 통해 인위적 평가절상의 결과를 본 중국은 미국의 압력을 거부했다.
중국은 석유달러 시스템을 무너뜨리지 않고는 미중전쟁에서 이길 수 없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하루 1000만배럴에 달하는 막대한 구매력을 무기로 석유위안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게 중국몽의 본질이다. 1000만 배럴은 글로벌 원유 소비의 10%가 넘는 막대한 양이다. 이같은 구매력을 무기로 산유국에 위안화 결제를 압박하거나 회유하고 있다.
2003년 3월 미국이 이라크를 폭격한 건 사담 후세인이 원유의 위안화 결제를 선언한 직후였다. 이란은 2012년부터 일부 위안화를 받고 원유를 중국에 팔기 시작했다. 미국이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180억원이 넘는 현상금을 걸면서까지 제거하려는 건 미국이 밝힌 대로 그가 미국 청년들에게 마약을 팔아서가 아니다. 베네수엘라는 위안화로 원유 결제를 하는 대표적인 나라다. 트럼프가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회사의 자산을 동결하는 등 경제제재를 가하자, 이란이 베네수엘라에 유조선을 보내 석유를 공급했다. 거래는 금으로 이뤄졌다. 트럼프눈에 가뜩이나 마음에 안드는 이란이 미운짓만 골라 하고 있는 셈이다.
대량살상무기를 갖고 있다고 후세인을 제거하고, 마약을 판다고 마두로를 추출하려는 미국이 호메이니 이란 대통령을 내려앉힐 전략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 건 합리적이다. 그는 북한과 핵무기 관련 협력관계를 갖고 있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