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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이란전쟁 06화

[이란전쟁] 고유가는 왜 핵무기만큼 위력적인가?

- 이라크 전쟁후 유가 폭등...독일과 프랑스 경제 폭망

by 김창익

11월3일 대선 전까지 트럼프는 유가를 40달러 박스권에서 유지하길 원한다. 이후에도 상당기간 트럼프와 Fed는 공통적로 약달러와 40달러선의 유가를 원할 듯 하다. 적어도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 시장에서 부풀어 오른 돈이 소비로 이어지기 전까지는 말이다.


언젠가 유가는 정상화의 경로를 밟게 된다. 트럼프와 빈살만 푸틴이 암묵적으로 동의한 40달러 박스권은 약달러가 지속될 수록 균형을 이탈할 가능성이 커진다. 사우디 입장에선 달러 약세는 원유의 실질 가격이 낮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달러 인덱스가 10% 하락했다면, 10달러는 이전의 9달러 가치 밖에 갖지 못한다. 푸틴 입장에서도 재정의 대부분을 석유를 팔아 충당해야 하는 입장이어서 유가의 정상화가 절실하다.


재선 후 트럼프도 유가를 올리고 싶은 유혹을 받게 된다.


세상엔 두가지 나라가 존재한다. 미국과 기타 나라다. 미국의 입장에서도 세상엔 두가지 나라들이 존재한다. 달러를 쓰는 나라와 안쓰는 나라다. 원유를 쓰는 대부분 산업국가는 달러를 쓰기 때문에 달러를 안쓰는 나라는 미국의 정책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지 못한다. 다른 양분법이 있다. 미국의 시각에 세상엔 산유국과 비산유국 두 가지 나라들이 존재한다. 1975년 키신저의 활약으로 OPEC이 원유를 달러로만 결제키로 하면서 이 양분법은 미국 정책을 결정하는 최대 변수가 됐다.


달러 주조차익으로 먹고 사는 미국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건 지속적으로 글로벌 달러 수요를 만드는 것이다. 달러란 상품이 팔리지 않으면 미국이란 달러 공장은 가동을 멈춰야 하기 때문이다. 달러 수요를 만드는 방법 중 하나가 유가를 올리는 것이다. 하루 8천~9천만 배럴 정도의 원유가 소비된다. 간단히 1억 배럴이라고 하자. 유가가 배럴당 40달러에서 80달러로 두배가 된다고 하면, 달러 수요는 하루 40억달러에서 80억달러로 40억달러가 늘어난다. 이같은 상태가 1년간 유지된다고 하면 연간 1조4600억달러의 수요가 유가 상승으로 만들어진 셈이다. 펜데믹 선언후 Fed가 약 5조 달러를 풀겠다고 했다. 유가가 지금보다 두배로 상승하면 Fed가 푼 돈의 3분의 1 가량이 원유를 사는 데 들어가는 셈이 된다.


미중 전쟁에서도 유가상승이 미국 입장에선 유리하다. 중국은 하루 1400만배럴 정도를 소비하고 이 중 1000만 배럴 이상을 수입한다. 주로 사우디와 이란에서 원유를 산다. 중국 입장에서 유가가 배럴당 80달러 선이 되면 하루 4억달러, 연간 1460억달러의 달러를 더 사야한다. 생산비가 그만큼 더 들게 돼 경제성장이 둔화된다. 중국이 사우디와 위안화 원유결제를 줄기차게 추진하는 이유다.

미국이 산유국을 동맹으로 만들어 기축통화 달러를 위협하는 비산유국들을 견제하는 건 당연하다. 수니파 맹주인 사우디와 혈맹 관계를 유지하는 건 사우디가 세계 1위의 산유국이기 때문이다. 사우디는 9.11 테러를 감행한 오사마 빈 라덴의 나라다.


미국이 유가를 끌어 올리는 방법은 크게 두가지다. 하나는 평화적인 방법인데, 달러 약세를 만드는 방법이 있다. 앞서 설명한대로 달러와 유가는 -0.63의 상관관계가 있어 달러가 약세가 되면 유가는 상승 압력을 받는다.


다른 하나는 전쟁이다. 수요가 일정할 때 주요 산유국과의 전쟁으로 공급을 줄이면 유가는 급등한다. 2003년 3월 발발한 이라크 전쟁이 대표적이다. 전쟁 발발전 배럴당 20달러 안팎이었던 유가는 전후 여섯배가 넘게 급등했다. 이라크 전쟁 이후 유로의 맹주인 독일과 프랑스의 경제가 고꾸라진 건 우연이 아니다. 독일과 프랑스는 대표적인 비산유국이다.

재선 후 트럼프가 유가를 끌어올려야할 때 이란은 유용한 카드가 될 수 있다. 이란은 세2위의 산유국이면서 반미국가다. 트럼프가 취임 후 이스라엘에 일관된 러브콜을 보내면서 최근 아브라함 협약을 이끌어 낸 것은 중동에서 이란을 고립시키기 위한 전략이다. 손자병법을 읽은 트럼프는 싸우지 않고 이기는 법을 아는 대통령이다. 돌이켜 보면 폭격을 일삼을 것 같은 트럼프는 단 한번도 전쟁을 한 적이 없다. 가끔 으름짱을 놓고 적 수장을 폭사 시킨 적은 있지만 이란에도 북한에도 미사일을 쏘지는 않았다. 이를 볼 때 트럼프는 이란과의 갈등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실제 전쟁까지는 가지 않는 전략을 구사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어쨌든 전쟁에 준하는 상황이 되면 배럴당 40달러 박스권에 머물던 유가가 얼마가 될지는 미지수다. 이라크 전쟁 상황을 단순 대입하면 유가가 200달러를 넘을 수도 있다. 하지만 미국이 세계 최대 산유국이 됐다는 점과, 세계가 석유 의존도를 줄이고 있다는 점은 당시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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