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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이란전쟁 08화

[이란전쟁] 미국이 사우디를 폭격할 수 있을까?

- 석유달러 시스템으로 엮인 사우디...셰일혁명으로 유용성 떨어져

by 김창익

미국과 사우디는 동맹이다. 석유달러 시스템을 유지함으로써 생기는 공동의 이익이 있고, 이를 위협하는 공동의 적이 있다. 친구는 의(義)에 의해 유지가 되지만 동맹은 이(利)로서 맺어지고 이어진다. 이해관계가 엇갈리면 그 즉시 동맹 관계는 깨진다. 나쁜 경우 순식간에 적이 된다.


끊임 없이 달러 수요를 만드는 데 석유만큼 유용한 자산을 찾기는 힘들다. 대체제를 찾지 못하는 한 세계 최대 석유 생산국이면서 지정학적으로 중동의 맹주인 사우디를 미국이 적대시할 이유는 별로 없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종교나 문화, 역사적으로 사우디가 미국의 동맹이 될 수는 있지만 친구가 될 수는 없다. 어차피 국제 사회에 친구란 건 없지만 친밀감이 없는 동맹은 합당한 이유만 있다면 언제든 적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젠 다수가 알고 있듯이 사우디는 9.11 테러 주범으로 지목된 오사마 빈 라덴의 나라다. 빈라덴그룹은 우리에겐 삼성과 같은 사우디 재벌이다. 대표적 이슬람 반미 테러단체 IS의 후원국가도 사우디다.

9.11 테러 주범으로 꼽히는 오사마 빈라덴은 사위디 재벌 빈라덴 그룹의 상속자다. 미국에 의해 처참한 최후를 맞았다. 미국은 그러면서도 사우디와의 동맹은 유지하고 있다.

셰일혁명이 1974년 이후 미국과 사우디간의 동맹관계를 서서히 붕괴시키고 있다. 언뜻 보면 견고한 듯 하지만 작은 균열 하나가 언젠가는 양국 사이를 쩍 벌리는 지렛대가 될 수도 있다.


현재 미국 입장에서 사우디의 유용성은 크게 세가지다.


첫째 사우디는 여전히 미국의 주요 석유 공급처다. 이 사실이 동맹 와해의 가장 큰 요인인데, 셰일 혁명으로 미국이 석유 순수출국이 된 이상 석유 공급을 둘러싼 유용성은 급격히 줄어든 상태다.


둘째 사우디가 석유달러 시스템을 유지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또한 미국이 산유량이 급격히 늘어 수출량을 늘릴 수 있다면 중요도는 눈에 띄게 줄어들 수 있다. 심지어 미국 입장에서 석유 수출 산업의 중요성이 커지면 사우디는 반대로 미국의 경쟁 국가가 되는 것이다.


사우디와 이란이 중국의 주요 석유 공급처란 사실이 이 대목에서 매우 중요하다. 미국이 산유량을 급격히 늘리고, 사우디를 봉쇄할 경우 중국은 석유를 얻기 위해 태평양을 건너 미국으로 가야 한다. 국가 안보에 결정적인 석유 안보가 미국의 손아귀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중국이 공장을 돌리려면 미국에게 무릅을 꿇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사우디가 여전히 달러만 받고 중국에 석유를 파는 한 미국이 위와 같은 극단적 상황을 앞당길 이유는 별로 없다. 하지만 중국이 하루 1천만 배럴에 달하는 막대한 구매력을 무기로 위안화 결제를 압박할 경우, 사우디가 중국의 압력을 못이겨 위안화 결제를 인정할 경우엔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지금 상황에서 사우디의 유용성이 커지는 대목이 하나 있다. 이란이 악의축으로 미국의 적성국 역할을 톡톡히 해주고 있다는 점이다. 사우디는 수니파 맹주로, 시아파 맡형인 이란과 대척점을 이루 고 있다. 중동에서의 군비를 줄이면서 지역적 역학관계를 이용해 이란에 대한 견제구도를 만들고 있는 트럼프 입장에서 보면 이스라엘과 사우디는 포기할 수 없는 동맹이다.


상황이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갈 변수도 있다. 미국 무서운 줄 모르는 무하마드 빈 살만 세자다. 무하마드 왕자는 아버지 살만 에 비해 개혁적이다. 왕권을 잡으려면 자신만의 지지세력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 무하마드는 기존의 판을 뒤흔드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사우디의 정신 체계라 할 수 있는 와하비즘을 부정한다. 이는 수많은 새로운 정책을 가능하게 하는 데 대표적인 게 여성의 참정권을 확대하는 것이다. 인구 절반을 차히자는 여성을 자신의 지지세력으로 만들기 위한 정치적 전략이다.

무하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자. 트럼프의 눈에 거슬리는 행동을 서슴지 않아 미국-사우디 동맹에 위협이 되고 있다.

문제는 무하마드 왕자가 미국의 눈에 거슬리는 행동을 서슴지 않는다는 점이다. 워싱턴 포스트에 반 무하마드 칼럼을 쓰는 카슈끄지를 토막 살인한 것도 배후에 무하마드가 있다는 게 정설이다. 사우디 석유를 중국까지 육로로 수송하기 위한 송유관 건설에도 적극 나섰었다. 호르무즈 해협과 중국을 최단거리로 잇는 경로가 파키스탄 과다르 항구에서 중국 서부국경까지 횡단하는 송유관을 건설하는 것인데 무하마드가 파키스탄과 중국을 잇따라 방문하면서 송유관 건설사업에 대한 막대한 투자 계획을 공언한 것이다.


제아무리 미국일지라도 동맹국의 왕자를 쉽게 어쩌지는 못하겠지만 무하마드가 트럼프 인내의 한계를 벗어날 경우엔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 지 예측하는 게 그리 어렵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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