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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국 May 03. 2021

어머니는 강하다

폐지 한 장도 소중히 여기는 어머니



아담한 키에 얼굴은 까맣게 그을었지만 건강해 보이는 할머니  분을 만났다. 언제부터 해온 일인지 골목골목을 다니며 폐지나 공병을 줍는다. 공병도 귀한지 종이 박스 한두 씩 가볍게 들고 와서 티끌모아 태산을 실현하며 며칠 만에 한 구르마를 싣고 내리막길을 내려간다.


종이 값도 없어서 얼마 주지도 않는데 운동 삼아한다고 했지만 괜한 궁금증에 할머니 요즘 이렇게  구르마 실어 가면 얼마 벌이가 되세요? “얼마 되지도 않아그리고 대답 끝이다. , 그러세요 힘드시죠. 액수까지  알아야  이유는 없지만 힘든 만큼 약간의 품값이라도 나오는지 그것이 궁금했. 정말 열심히 살고 계신 할머님이 존경스럽다. 한때는 서로 경쟁하며 폐지 줍던 할머니 할아버지가 많았. 그때는 폐지나 고철 공병 값이 괜찮았던 모양이다.


 할머니는 혼자 살고 계시나 보다 생각하다가 할머니 자제분은   두셨어요? 살짝 물었더니 “  아들   남매 두셨다고 했다.  조화롭게 자녀를 두셨다. 할머니 욕심이라면 아들 셋에  둘이  조화롭다고 하실지도 모른다.  시대 어머님들은 딸보다 아들을 더 좋아했을 때니까. “큰딸은 서울 살고 큰아들은 영주에서 공무원이라 걱정 없고” “둘째 딸 셋째 딸은 대구 근교에 사는데 집에 같이 있는 막내아들이 몸도 안 좋고” “뇌졸중 증세가 있어서 쉬기도 했지만 요즘은 벌이도 제대로 못하고 있으니 걱정이다.”라고 했다.


어느  할머니와 같이 구르마에 폐지를 싣는 젊은이가 있었다. 40대는 되어 보이는 젊은이가 짐을 싣는데 어쩐지 어설프다. 장년 남자가 할머니보다 손끝이 야물지 못하고 성의 없이 건성건성 일을 하고 있나 싶어서 가까이 가보았다.  남자는 오른손이 엄지손가락만 있을  손가락  개가  절단된 상태였다 손으로 어떻게 야무지게 쪼이고 당길 수가 있을까. 막내아들이었다. 몸도 안 좋았다는 것이 저런 아픔이 있었구나. 그런 아들이 마음에 걸려 어머니는  열심히 발품 팔아 폐지  장이라도  주워 살림에 보탬이 되려고 그러셨구나 그 부지런함이 이해가 되었다.


추우나 더우나 하루도 쉬지 않고 밖을 돌다 보니 할머니의 얼굴은 주름 속에 접힌 속살 빼고는 새카맣게  탔다.  바퀴 돌고 오면서 “종이도 없어그러면서도 으로 돌아오는 법은 없었. 화단 끝자락에  늘어져 앉으면서 “ 먹어야 기운이  , 밥을 먹으나  먹으나 배도  부르고 기운이 없다.” 하실  꼭  엄마 같 엄마도 “국수나  그릇 으면 배가 불뚝 일어나려나그러셨는데  할머니도 그러실까. 할머니 국수 드시면 배부르지 않을까요? 입이 열릴    달싹거렸지만 참았다. 해드릴  있는 입장이 아니었으니까. 집이면  그릇 끓여 대접하면 서로 부담 없이 끝나지만 사드린다고 순순히 남의 신세 지고 드실 할머니가 아니다. 국수는  드리지만 목마를  같아서   컵을 드렸더니    컵도 미안해하시며 고맙다고 고맙다고 인사를 잊지 않으셨다.

 

 할머니는 어떤 분이신가? 아파트 청소하시는 분이 종이 박스  모아다 드렸다고 요구르트   사다 고맙다고 인사하고 잡초만 무성하던 공터를 다듬어  뿌려 키운 상추  드렸더니 비오기 전날 상추밭에 비료 뿌려 주며 받은 공은 꼭 갚는 할머니를  누가 말릴  있겠는가.

“요즘은 물가가 비싸서 돈도 쓸게 없어” 하시면서 “과일 오천 원 어치 샀더니 몇 개 되지도 않아 먹을 것도 없어.” 냉장고에 넣어 두면 이틀이면 없어지니 과일도 못 사 먹겠다고 했다. 할머니의 며느리가 베트남 색시라는 것도 임신 중이란 것도 할머님이 사다 나르는 과일은 그 며느리 몫이란 것도 나중에 알게 되었다.


남편 잘 만나 노후 걱정 없이 연금 받아 안정된 생활하시는 할머니. 아들이 대기업 다녀서 부모 생일이라고 회사에서 선물이랑 꽃다발이 택배로 왔다고 자식 자랑하며 나무 그늘에서 부채질하는 할머니. 그분들은 “저 할머니는 재산이 없는 것도 아니면서 아파트에서 구질구질하게 종이나 주워 나르고 궁상떤다.”라고 못마땅한 눈으로 수군거린다.  할머님인들  시원한 그늘 밑에서 맛난  드시며 쉬고 싶지 않으실까. “팔자 길들이게 달렸다.라고 하지만 그래도 눈앞에 주어진 현실을 외면하고  놓을 수가 없으니 살아  쉬는 동안 꾸물거리며 움직이는 것이겠지요


할머니는 건강의 복은 타고났다. 더운 날은 기운 없어하면서도 몸을 움직이고 다닐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지어쩌다 허리를  펴며 얼굴을 들어 올릴  주름살 사이로 살짝살짝 보이는 하얀 속살이 오히려 사랑스. 신수 훤한 할머니들보다 볼품없이 새까만 얼굴로 열심히 땀 흘리며 일하시는 할머니에게 정이 더 가는 것은 또 무슨 의미일까. 사십오도 비탈길에서도 돌돌돌 거리는 구르마를 용케도  조절 잘하며 내려가는 우리 할머님께 응원의 박수를 보내며 할머니 힘내세요. 건강이 최고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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