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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국 Mar 16. 2021

살아 숨 쉬는 이야기 그림책

하루하루 입담으로 살아가기

나이 들어도 신체  가장 기능이 활발한 부분은 이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기나긴 시간을 쪼글쪼글 주름진 입으로 오므리고 펴기를 쉬지 뱉어내는 에너지 넘치는 이야기가 있다. 전류가 흐르듯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언어만 들어 봐도 그분들의 지나온 삶을 눈으로 지켜본  훤하게   있다.


일생동안 짓눌려 마음 깊은 곳에 꽁꽁 숨겨 두었던 이야기들이 때를 만났다. 이야기보따리 속에는 길고 짧은 이야기들이 건드리기만 하면 톡톡 쏟아져 나온다. 끝없이 쏟아져 나오는 이야기  느낌을 살려 그림을 그린다면  권의 그림책이 완성될 것이다


여자는 도둑년이고 남자는 나쁜 놈이라 욕하는 할머니 머릿속에는 세상에 나쁜 사람들뿐이다. 강한 욕설이 생활언어가 되기까지 얼마나 험난한 삶을 살았을까. 욕쟁이 할머니의 이야기엔 며느리의 공로 같은 것은 없다. 그 입에선 실수로라도 선한 말 한마디가 나오지 않는다.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랬다면 이건 정말 실수로 흘러나온 말일 게다. 그 삶이 얼마나 팍팍했을까 짐작할만하다.     


꼿꼿하다 못해 딴딴하다고 할 만큼 자존심이 하늘을 찌르는 어르신은 뒤틀린 왼팔 하나쯤으론 자존심 굽힐 이유가 없다. 무르팍 세우듯 마음만은 꼿꼿하다. 치고받고 한번 더 치더라도 남에게 지고는 못 사는 어르신의 찌푸리고 바라보는 무서운 인상이 여러 사람 기를 팍팍 죽여 놓는다.


다른 사람과는 극과 극으로 비교가 되는 유순한 모습을  간직한 천년기념물같이 고귀하신 분도 있다. 합죽한 입으로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수고하십니다. 어떤 입에서는 실수로 듣기 어려운 귀한 말씀을 자연스럽게 술술 내놓으시는  어르신은  오랜 세월을 어떻게  마음을  가꾸며 살아오셨을까.


한 분 한 분의 이미지를 조용히 감상해보면 강 약 중강 약이 확실한 음악책 같기도 하고 과거 현재의 음양이 잘 그려진 그림책을 한눈으로 감상하는 느낌이다.

자존심 강한 할머니가 누구에게 또 속이 뒤틀렸는지 한 말씀 툭 던진다.

“넌 그 일이 좋냐?”

네 얼마나 좋은 일입니까.

“너는 참 속도 좋다”

무슨 의미인지 그 속마음을 다 알기에 엉뚱한 소리로 웃으며 받아넘긴다.

아침에 집에서 나올 때 속을 빼서 대문에 걸어두고 왔다가 집에 들어갈 때 다시 집어넣고 들어가서 신랑 속을 확 까뒤집지요.

그 말 떨어지기가 무섭게 옆에 양반집 마나님같이 유순한 할머님이 웃으면서 “그래 귀신같은 할마씨들 때문에 속 다 썩어 빠진다. 우 예노 이 짓 언제까지 할라요? 엄마가 알면 얼마나 마음 아프겠노. 집에 있는 것 조금씩만 먹고 마 ~고마 치앗뿌소” 그러신다.


어르신들이 유독 나에게만  그렇게 말씀하시는지 그것이 궁금하다. 애처로워서, 일하는  어둔해 보이는가.  손끝도 야무진 편인데 다른 선생님들에겐 그런 소리 하시는 분들이 나에겐  그러실까. 이유야 어떻던  딸처럼 아끼니까 하시는 말씀이겠거니 고맙게 받아넘긴다. 생각은 생각을 물고 자꾸만 생각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조그만 일에도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며 “고맙습니다.  많이 받으이소.” 하며 좋은 성품을  간직한 분이나 벌처럼  톡톡 쏘는 독한 말만 쏟아내는 분이나 하나로 어우러져 살아가는 어르신들의 노후의 삶은 평안하고 즐거운 일은 아닌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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