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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국 May 31. 2024

이런 멍청이

깐코또까는 능력

“안깐이마또까라 상, 안깐다리또까라 상” 개구쟁이들이 얄미운 친구를 놀리거나 골탕 먹일 때 한말이다. 어른들의 언어를 흉내 내며 아무 말 대잔치로 툭툭 던진 말이었다. 그 시절 어른들은 남자어른을 지칭할 때는 김상, 이상, 복상(박 씨를) 성씨 뒤에 상 자를 붙였고 안주인은 자연스럽게 김상댁이 이상댁이 복상댁이였다. 택호가 있는 어르신들은 옥동댁, 양동댁, 학동댁, 보문댁, 양산댁, 석국댁 등 택호로 불렀다.


따라쟁이들은 ‘안깐이마또까라 ’ ‘안깐다리또까라  재미있는 노래 부르듯이 흥얼거리며 놀았다. 아무리 얄미운 친구라도 깐이마또까는  너무 가혹했는지  깐데 골라 깐다는 것이다.


개구쟁이 친구들도 안 까진 곳을 골라 까라는데 나는 왜 이렇게 멍청한 짓만 하는지. 박힌 자리 또 박고 부서진 자리 또 부수는 데는 뛰어난 솜씨가 있다. 부러진 콧대 또 박기를 세 번째. 어쩌다 이렇게 깐코또까라상이 되어 버렸는지. 까고 또까고 깐자리 한번 더 까는 대책 없는 나에게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불같이 급한 성격이라던가 행동이 빠릿빠릿하다면 그럴 줄 알았어 무슨 일 내겠더라 예측이라도 하지만, 적당히 느린데 사고 치는 그 순간은 급하게 서둘다 일을 저지른다. 터지고 깨지고 나면 한발 느리게 잠시 멈춤의 여유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는다. 그러면서 또 깨진다.


집안에서 베란다 나가다가 유리문에서 쿵, 일층 출입구 나가다가 쿵, 밖에서 일층 출입구 들어오다가 쿵. 웬일이야 정말. 그때마다 급하게 서둘렀다는 걸 안다. 맑은 유리문은 가만히 있는데 왜 자꾸 코를 들이대는지 그것도 세 번씩이나. 내 코는 부서지고 수난을 당했어도 두꺼운 유리는 한 번도 깨지지 않았다. 이러다가 콧대는 너럭바위가 되고 콧구멍만 발름발름 하는 것 아닌지 생각만 해도 소름 돋는다.


십 년 전의 주의력결핍이나 오 년 전의 판단력이나 지금 현재 무딘 감각은 장소를 바꿔가며 똑같은 결과를 내놓았다. 박고 또 박고 코를 움켜쥐고 ‘아야아야’ 끙끙거리며 돌아본다. 그때마다 창피스러우면서 속상하고 후회하면서 아프다. 멍청한 짓을 할 때마다 내 이마에서는 수많은 별들이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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