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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국 Jun 07. 2024

제라늄 미안해

식물에게 배운다

연분홍 제라늄의 미소를 뒤로하고 마당으로 나왔다. 이슬방울을 품에 안은 진분홍 제라늄이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포슬포슬한 촉감과 향기는 특이하면서 고약하다. 까슬까슬한 촉감과 고약한 향기는 좋아하지 않는데 신기하게 마음이 끌리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제라늄의 매력이라고 해야겠지. 꺾꽂이가 될까? 도전정신이 발동하여 여린 가지 하나를  꺾어 버렸다. 물컵에 담아놓고  뿌리가 쭉쭉 내리길 조급한 마음으로 기다린다. 며칠을 버티지 못하고 결국 누렇게 시들어 버린다. 1 실패다.


 번째 다시 도전  실패다. 멀쩡한 꽃대만 꺾었다. 미안한 마음에 망설여졌지만   판은 해야지.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꺾었다. 물에 잠긴 가지 끝에서 하얀  뿌리 하나가  나왔다. 꽃송이도 하나 빨갛게 피어나고 있는 중이다. 물끼를 털고 첫걸음마를 시작하는 노랑 병아리처럼  모습이 너무너무 예쁘고 사랑스럽다.


여린 을 바라보며 잘 자라길 응원한다. 마지막 힘을 다해 꽃을 피운 제라늄은 시들시들 말라 간다. 무엇이 맘에  들어서 생을 마감하려 하는가. 발뿌리까지 살포시 내밀었으면서 가려거든  송이 꽃은  피웠단 말인가. 정들자 이별이라니 정이라도 주지 말지. 호들갑을 떨었던 제라늄 꺾꽂이의 꿈은 삼세판째  실패다.     


 차례 도전과 실패로 제라늄 이젠 정말 포기해야겠다. 여린 줄기 꺾었던 중죄를 뉘우치며 자연에서 오는 어떤 충격과 못된 인간의 공격에도 묵묵히 견디며 예쁜 꽃을 피워내는 제라늄에게 미안하다. 쉽게 얻으려 했던 얄팍한 속셈이 너무 부끄럽구나. 독한 향기에 모기가 물러나고 해충들이 달아나듯 이젠  마리 해충처럼 멀리 떨어져야겠다.


멀리서 너의 아름다움만 감상하고 눈으로만 보게  줘도 감지덕지다. 새싹들에게 아픔만 주고 폭력을 가해서 너무 미안해.   송이 피기까지 제라늄은 얼마나 많은 시간 몸부림치며 온몸을 흔들었을까. 예쁘고 사랑스러우면 꺾지는 말았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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