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림 없이
전화영어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회사에 입사하면서 업무상 전화로 업무를 해야 할 일들이 많아서였다. 회사 전화기로 영어로 말하는 것도 어려웠지만, 나의 대화 내용을 부서원들이 듣고 있다는 게 조금은 부담스러웠다. 그 부담을 혼자서 연습할 수 있는 곳이 없을까 하고 생각해보았다. 인터넷 서핑으로 이것저것 찾던 중, 우연히 전화영어를 접하게 되었다. 시간과 장소에 구속받지 않고, 간단하게 전화로 영어 회화한다는 생각으로 시작하게 되었다. 회사 업무에서 영어가 필요한 만큼 나의 전화영어의 필요성은 더 증가하였다. 네이티브처럼 유창하게 말하지는 못하지만, 나의 의견을 어필할 수 있을 만큼 수준을 끌어올리는데 집중하였다.
전화받는 시간은 새벽시간대와 저녁 시간대로 여러 시간대에서 시도해보았다. 하루 스케줄 때문에 전화를 못 받은 상황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사람들 마다 다르겠지만 본인에게 최적화되어 있는 시간이 있을 것이다. 필자는 새벽 6시에서 6시간 30분 사이가 최적화되어 있다. 10년 이상 6시 10분에 전화를 받는다. 하루 시간계획표를 작성하여 생활하지는 않지만 주말을 제외하고는 비슷한 패턴으로 생체리듬을 맞추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래서 전화영어라는 게 영어 공부가 아니라 생활 속 일부인 것처럼 잠시 시간을 내서 외국인과 대화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전화영어를 오래 하면서 큰 건 바라지 않는다. 여전히 한국에 살고 있고, 영어에 투자하는 시간이 많지 않기에 큰 결과는 바라지 않는다. 내려놓았다기보다는 본질에 충실하고 싶어서다. 내가 왜 전화영어라는 것을 하고 있는지, 이것을 통해 어떤 것을 이루기를 원하는지 분명히 알고 있기에 흔들림은 없다. 한 번씩 전화영어 광고를 보면, 마법과도 같은 효과가 나타나고 영어울렁증도 금방 극복할 수 있을 것처럼 홍보를 한다. 필자의 경험상 그런 드라마틱한 효과는 없을 것으로 본다.
본인도 다른 사람과 같이 그와 같은 효과를 기대했었고, 그렇게 되지 못하는 것을 자책한 적도 있었다. 한때는 네이티브 개인 과외를 받은 적도 있었다. 전화가 아닌 책상에서 마주 않자 일대일 영어회화를 하였다. 전화영어보다 더 잘 되고 효과도 많이 기대했었다. 그 강사의 티칭은 20년 이상되어서 티칭에 대해서는 나무랄 데가 없지만, 문제는 시간이었다. 하루 종일 생활하듯이 개인과외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에 영어 말하기의 발전하는 속도는 눈에 띌 만큼 느끼지를 못했다. 실망감을 안고 다시 전화영어로 돌아왔었다. 지금은 언어가 평생 공부는 아니지만 그 기억을 까먹지 않고 현재 영어로 자기의 의견을 말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하루에 아주 조금씩이라도 발전하는 모습만 있다면 그 걸로서 만족한다.
처음에는 Teacher's comment에 있는 내용들을 머릿속에 기억을 했었다. 다음번에 비슷한 영어 말하기를 할 때 사용하기 위해서였다. 분명 망각곡선을 이해하고 충분히 기억될 수 있도록 노력을 했었다. 분명 영어 쓰기를 할 때는 그 기억하고 있던 내용들을 쉽게 적용할 수 있었다. 그런데 영어 말하기만 하면 틀린 문장은 또 틀리곤 하였다. 스스로 물어보았고, 답은 알고 있지만 말할 때는 아무 생각이 안 난다는 거였다. 우리가 말을 할 때 꼭 머릿속에 있는 내용만 말하는 게 아니라, 즉흥적으로 말하는 것도 상당 부분 차지 생각한다. 이렇게 외웠던 내용만 가지고 말하기가 벅찰 뿐만 아니라, 그 내용들도 적용할 수 있는 찰나의 시간을 우리의 입이 기다려주지 않는다. 어느 책에서, 영어 말하기를 잘하려면 영어 말하기를 연습하라고 하였다. 기억 속에 묻어 두었던 것을 말할 때 활용하는 방법보다는 바로 사용할 수 있는 말하기 방법을 연습하라는 것이다.
말하기에 특화되어 있는 전화영어 교재를 예를 들어보자.
한쪽 페이지에서는 한 가지 주제에 대해서 대화하기 위한 준비 작업을 수강생에게 하도록 유도를 한다.
-반복적인 문장을 노출시키면서 여러 가지 동사, 명사를 대입해본다.
-스스로 말해본다.
-모르는 단어의 의미를 읽고 이해한다.
다른 쪽 페이지에서는 상황에 맞는 예문이 나온다.
-그 예문을 읽고 정확이 이해했는지 확일 할 수 있는 질문들이 나열되어 있다.
-그 질문의 답을 찾아본다.
이런 것들이 영어 말하기를 위한 필요한 내용이겠지만, 정작 말하기 연습보다는 읽기에 가까운 것 같다.
그래서 필자는 교재수업은 처음 3년까지만 했었다. 사실 3년 동안 교재는 여러 번 반복해서 보았다. 기대했었던 것만큼 실력이 오르지 않아 교재 없이 지금까지 8년간 이어오고 있다. 교재수업을 할 때 들었던 생각은, 교재 내용을 충실히 보는 것은 인풋이고, 말하기는 아웃풋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프리토킹은 교재가 없기에 인풋이 잘되지 않지 않을까 걱정도 했었다. 학생 때부터 교재수업이 너무 익숙해져 있어서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읽기, 쓰기, 말하기, 듣기 중 필자는 말하기에 집중하고 싶었다. 그래서 수업시간 했던 내용인 Recording file을 시간 날 때마다 들었다. 들으면서 내가 어떤 게 틀렸는지 알 수 있었고, 반복해서 들을 때마다 내가 했던 말을 수정해서 혼자서 따라 말하기를 하였다. 듣기 및 말하기를 위하여 남들이 다 한다는 미드 여러 번 보기를 해보았지만, 미드를 보는 순간 공부라는 느낌도 들었다. 그리고 반복해서 볼 때마다 지겨워져서 억지로 보고 있는 나를 보게 되었다. 또한 스크립트를 다 알아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었다. 그러나 나의 목소리가 녹음된 파일은 싫증 나지도 않고 반복해서 들을 때마다 수업시간에 놓쳤던 부분을 찾는 재미가 있어서 흥미로웠다.
매일 말하는 주제를 달리하고, 즉흥적인 질문과 내용들을 다룬다, 그러기에 머릿속에 기억했던 내용들을 상기시켜 입으로 전달되는 말하기가 불가능한 구조이기에 자연스럽게 말하기가 익숙해졌다. 교재를 통한 인풋은 없지만 모르는 내용은 수업시간을 통해 충분히 강사에게 질문하고, 그 강사는 네이티브 입장에서 충분히 설명해주니 별 어려움은 없었다. 오히려 말하기에 필요한 부분만 물어보는 편이 더 나았다. 교재 위주의 수업에서는 사실 위주의 말하기가 되었을 가능성이 높지만, 프리토킹이라 본인의 생각을 표현하는 법, 감정적인 대화를 연습하기에 좋았다.
요약하자면, 전화영어를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매일 일과처럼 본인에게 적합한 시간에 전화수업을 하는 것이다. 수업 후 나의 목소리가 녹음된 파일을 들으면 싫증 나지도 않고 반복해서 들을 때마다 수업시간에 놓쳤던 부분을 찾는 재미가 있어서 흥미로웠다. 현재 영어로 본인의 생각을 표현하는 법, 감정적인 대화를 익히는 연습을 하기에 좋았고, 하루에 아주 조금씩이라도 발전하는 모습을 보면서 만족한다. 그리고 내가 왜 전화영어라는 것을 하고 있는지, 이것을 통해 어떤 것을 이루기를 원하는지 분명히 알고 있기에 흔들림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