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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게팅베터 Aug 25. 2020

맨몸 운동의 꾸준함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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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도 알람은 4시 30분부터 울리기 시작하였다. 핸드폰의 알람 소리와 손목의 애플 워치가 동시에 울리고 있는데도 새벽마다 일어나기가 힘들다. 시간 차이를 두고 20개 정도의 알람을 설정해두었다. 5시에 가까워지자 눈이 뜨이기 시작한다. 매일 새벽 운동을 하는 필자를 두고 그 꾸준함과 그 시간에 운동하는 것에 대단하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본인 나름대로 기상의 고통을 참으면서, 그 대단하다는 말을 듣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말로는 매일 비슷한 시간에 일어나 운동이라는 습관을 가지고 있기에 지금의 이 루틴이 별것 아닌 일상이라고 말하고 있고, 다들 그렇게 믿고 있다. 하지만 [특별한 일상]이라고 말하고 싶다. 매일 알람 소리를 들으면서 고민하는 시간부터 시작하기 때문이다. 편안함을 찾을 것인가, 육체적 피로가 동반되는 신체활동을 할 것인가 매일 새벽 생각한다. 습관이라 곤하지만 생각의 습관은 아직 안되었나 싶다. 오늘 특히 일어나기가 너무 힘들어서 신체적 습관과 정신적 습관은 다른지 생각해보았다.


새벽으로 운동 시간을 바꾼진가 2년 가까이 되어가는 이 시점에서, 지금까지 나를 이끌었던 그 원동력은 무엇인가 생각해보고 싶다. 일어나기만 하면 신체적 습관화는 잘 되어있다. 하지만 정신적 습관화가 안되어있는 지금까지 나를 이끌었던 건 무엇인가. 정신력으로 장기적인 습관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매일 새로운 습관을 만드는 것이라 생각한다..

나 자신을 일으켜 세워주는 것은 타인이 될 수 없다. 오직 나만이 나를 일으켜 세울 수 있다는 생각은 어릴 적부터 줄곧 해온 생각이다. 설령 그 세움이 모래탑이라 할지라도 매번 파도가 나의 성을 부셔놓아도 다시 쌓을 수 있는 마음만 준비해 두면 된다는 생각을 늘 갖고 있다.  물론 흔들릴 때도 있다. 그 흔들림을 곧은 대나무처럼 받아들이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부서지기보다는 그 흔들림이 스쳐 지나갈 수 있도록 갈대와 같은 마음을 지니고 있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다음은 운동의 재미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자. 운동 자체에 재미를 느끼지 못해서 운동을 못(안)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 사람들의 논리 라면 필자처럼 맨몸 운동을 10년 넘게 해 온 사람이라, 운동에 아주 재미를 느끼는 사람일 것이다. 사실 필자는 운동 그 자체로 재미를 느껴본 적이 거의 없는 것 같다. 참을 수 없는 고통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인내를 요하는 고통은 운동 뒤에 반드시 따라오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들 이야기하듯이 운동을 하면 땀 흘린 뒤 개운함이 있다고들 하는데, 사실 본인은 그 개운함이 어떤 건지 잘 모른다. 일부러 느껴보려고 노력해본 적도 많았지만 아직 찾질 못했다. 내가 생각해도 이상한 사람이다. 운동의 재미도 못 느끼고, 운동 후 개운함도 모르는 사람이 꾸준히 한 가지 운동을 하고 있다는 것이 지금 생각해도 신기하다.


근력운동이 바탕이 된 맨몸 운동을 하고 있지만, 보디빌딩처럼 운동 후 드라마틱한 효과가 나타나지는 않는다. 그와 같은 효과가 없기에 꾸준히 이어나가는 것이 힘들 때가 있다. 마샬아트처럼 동작을 배우고, 어느 정도 능력이 되었을 때 대회도 나갈 수 있는 계획이 있으면 좋겠지만, 맨몸 운동은 재미보다는 자기 자신과의 싸움인  같다. 

사실 운동의 효과는 혈액검사를 통해서 알 수 있을 것이다. 나쁜 성질은 줄어들고, 좋은 성질은 늘어나 있는 것을.  겉으로 드러나는 효과는 피지컬보다는 체력이 좋아졌다는 자신만의 느낌으로 알 수 있다. 그래서 예전보다 몸과 마음이 가벼워 짐을 느끼는 것으로 필자는 만족하고 욕심내서 고강도의 맨몸 운동은 지양한다.


맨몸 운동은 생활운동이다. 20대에는 보디빌딩을 하였다. 몸의 변화가 너무 좋아 보디빌딩 자체가 좋아하던 시절에도 결국 체육관에 가지 못하면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지 않았다. 체육관에 가지 않는 날은 운동을 하지 않는 날인 었다. 최절정기에 지역대회에 입상을 하고, 마침 그때 취직과 퇴사를 하면서 그렇게 좋아했던 운동을 하지 못하게 되었다. 약 7개월 동안 어떤 운동도 하지 않았다. 집에서 축 쳐져 있던 형이 내게 했던 말이 생각난다.

"밖에 나가서 뭐라도 해라". 우연히 강변 공원을 지나는데, 평행봉이 눈에 띄었다. 달려가서 해보았다.


그때 필자가 평행봉을 잡지 않았으면 지금까지 맨몸 운동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날씨의 영향은 있긴 하지만 야외에서 내가 하고 싶을 때 언제든지 운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좋았다. 쉽게 접근할 수 있고 나의 동네가 아니더라도 어떤 지역을 가더라도 할 수 있는 생활 속 맨몸 운동이라고 생각한다. 체육관에 다니던 시절에는 가기 전 준비과정이 있었다. 씻고, 영양보충용 음식, 운동복, 세면도구 등을 챙겨야 하고, 차를 운전해서 가야만 했다. 그러나 맨몸 운동으로 전향한 후로는 집에서 그냥 나온다. 준비운동만 하면 충분하다. 마음도 가볍고 손도 가벼워졌다. 맨몸 운동의 꾸준함의 비밀은 사실 평범해서 누구나 할 수 있다. 단지 생각의 전환만 있으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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