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들리 수필
늘 그래왔다. 행복하면 불안해졌다. 분에 넘치는 행복이든, 아니든 간에, 어떤 괜찮은 행복감을 마주할 때면, 저절로 불안해졌다. 좋은 일 뒤에는 꼭 좋지 못한 일이 나를 덮쳤으니. 그렇기에 마냥 기쁜 표정을 짓지 못한 채로 내심 초조했다.
뭐, 기분 탓일 수도 있겠다. 좋은 일 뒤에 '반드시' 나쁜 일이 찾아오지는 않았으므로. 좋은 일 뒤에 다시 좋은 일이 있던 적도 있었다. 다만 인간은 빛보다 그림자를 더욱 선명하게 기억하는 저주에 걸린 존재. 그러니 그리 좋지 못한 착각은 확신에 가까워질 만큼 커질 수밖에 없다. 정말 좋은 일이 하나 생겨났을 때면, 습 관적으로 떠오르는 문장 하나. 아, 조만간 좋지 않은 일이 하나 생기겠구나. 불쾌하고 불안했다.
그렇다고 해서 현재의 행복을 어설프게 놓치고 싶지는 않다. 냉정히 바라보면, 결코 얻을 것 없는 마음가짐이다. 현재의 행복을 온전히 즐기지 못한 채로, 내일의 공포를 구태여 미리 당겨 쓰려는 태도다. 그렇기에 내일의 두려움을 내색하지 않고, 이해하지 않으려 한다. 그래야만 지금의 미소를 온전히 지켜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공포로 점철된 추억. 스스로 정신을 갉아먹기 좋은 기억이다.
다행인 점은, 나이를 먹어가며 점차 감정의 날이 무뎌진다는 점이다. 자연스레 어떤 공포나 불안이 이제는 그리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아, 또 이런 기분이구나. 이런 생각을 하는구나, 하며 넘긴다. 좋지 못한 일은 내가 원해서 일어나는 일이 아닌, 통제할 수 없는 일이니 구태여 사서 걱정하지 않기로 했다. 그곳에 쏟을 시간과 에너지를 행복한 일 속에서 존재하는 내게 쏟기로 했다.
나처럼 불안을 품었지만, 어찌할지 감을 잡지 못한 이들에게 감히 조언 하나를 건네자면, 대부분의 일은 잘 해결되었다는 사실을 기억했으면 한다. 그렇게 잘 해결되었으니, 지금 이렇게 잘 살아있다. 그리고 나쁜 일이 있다면, 반대로 좋은 일이 뒤이어 있을 수도 있다. 불안에 잠겨 눈앞의 미소를 외면하지 않았으면 한다. 내일 비가 온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화창한 오늘에 미리 우산을 쓰고 다니는 사람이 없는 것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