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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자몽 11시간전

마음이 보이나요?

이사갑니다(7)

이사 온 기념으로 롤빵을 사서 위아래 집 초인종을 눌렀다. 결국 안 계신(안 열어주신) 집 빼고, 모두에게 인사를 했다. 잘 부탁합니다!




이사 왔어요.
첫 번째 방문



아래층 할머니가 선물로 주신 수세미. 너무 이뻐서 못 쓸듯.. ⓒ청자몽


이사 온 다음날, 롤빵 5개를 샀다.

옆집 1개, 윗집 2개와 아랫집 2개를 나눠드리면 됐다.


토요일 오후라 아랫집 1집만 집에 계신 모양이었다. 초인종만 누르니 아무도 안 나왔다. 남편이 그냥 가자고 했는데, 내가 말을 해야 한다고 했다.



"왜?"


"말을 해야죠."


"그럴 필요 없어요. 없나 보지."


"아니에요. 아무 말 없으면 나도 가만히 있어요. 누군지. 왜 왔는지 말을 해야죠. 그래야 열어줘요."




갸우뚱하던 남편은, 곧 내 말을 믿게 됐다.

2번 초인종 누르고 말을 하니, 아랫집 아저씨가 문을 열어주셨다. 꾸벅 인사를 하며 롤빵을 드리니, 그 집 개가 사납게 짖어댔다. 곧 중학생으로 보이는 여자아이가 사나운 개를 안고 나타났다. 어.. 귀엽네. 언니랑도 만나면 인사하자.



"진짜네. 말을 해야 열어주네."




두드리고 '말도 하라'. 그래야 열릴 것이다.

말 안 하면 안 열어준다. 절대로..




잘 부탁드립니다.
다음날 방문


저녁때 다시 못 드린 4 가구에 초인종을 누르며 인사를 했다. 두 집에 드렸는데, 역시 두 집은 아무도 안 계셨다.


다음날 저녁, 다시 초인종을 눌렀다.

초인종은 남편이 누르고, 말은 낯을 덜 가리는 내가 했다. 별로 긴장도 하지 않는 편이다. 셋이서 꾸벅 인사를 하고 롤빵을 드렸다.


제일 신세를 많이 지게 될 아래층 문 앞에 섰다. 이 집 어른께는 최대한 공손하게 인사해야 돼. 알겠지? 얼마나 괴로울 것이여.



"윗집에서 왔습니다. 엊그제 이사 왔어요. 잘 부탁드립니다."



그러자 나이 지긋하신 할머니가 문을 열어주셨다. 아아. 네가 왔구나? 괜찮아. 소리 안 들린다. 하시며 아이를 눈으로 쓰다듬어주셨다. 아이는 배꼽손 인사를 공손하게 꾸벅했다. 잠깐만.. 줄게 있어. 하시더니, 예쁜 수세미를 2개 주셨다.


예뻐요! 아이가 반기자, 할머니는 웃으시면서 유튜브 보고 뜨신 거라고 하셨다. 많아. 괜찮아. 아유 이뻐라. 잘 가. 하고 인사를 해주셨다.


이걸 어떻게 뜨신 걸까?

수세미는 참 예뻤다. 사용하지 않을 예정이다.

부엌 창가에 가지런히 놓아두었다. 한 올 한 올 정성껏 뜨셨을 할머니를 상상해 봤다. 우리야말로 잘 부탁드려야 하는데.. 소중한 선물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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