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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자몽 Dec 12. 2024

이사했어요.

이사갑니다(6)

짐 정리한다고 버리고, 버리고 또 버리고를 무한반복했지만.. 이사 와보니 버릴게 산더미다. 쌓여있는 짐을 정리해야 살 수 있다. 모든 것이 다시 시작되었다.




이사 전, 짐 정리
버리고 버리고 또 버리고



버리고 버리고 또 버리고를 무한반복 ⓒ청자몽


버릴게 참 많았다.

이사 가기 전에 열심히 버린다고 버렸는데, 이사 전날 정말 많이 버렸다. 마침 '재활용쓰레기 버리는 날'이어서, 가속도가 붙어서 열심히 버렸다. 버릴 짐들을 묶어서 1층 현관에 모아두었다. 그리고 다시 두세 묶음씩 가져다가 버렸다. 밤 11시까지 버려야 했다.


무슨 짐이 이렇게 많았을까? 뭘 이렇게 쌓아두고 산 걸까? 후회가 됐다. 내 속에 내가 너무 많았던 걸까? 잘 버리지 못하는 게 문제였는지, 아니면 물건 살 때 신중하지 못했던 게 문제였는지.. 아무튼 끙끙대며 돌돌이에 실은 짐을 버리고 또 버렸다.


버리는 중간에 주민센터에 '폐기물 스티커'를 사러 갔다. 그런데 그것도 보통일이 아니었다. 버릴 물건을 다 사진 찍어서 갈걸... 버릴 물건도 많은데, 그것들을 다 말로 설명하려니 갑갑했다. 어렵사리 다 사고 보니 빠진 것이 있어서, 애를 먹었다. 내가 신청한 이름과 직원분이 쓰신 항목 이름이 달라서 더 헛갈렸다.


스티커 사는데 시간이 많이 걸려서, 평소보다 1시간 반 늦게 유치원에 아이를 데리러 갔다. 6시인데 해가 져서 깜깜했다. 아이는 왜 밤에 왔냐고 했다. 미안해. 주민센터에서 생각보다 오래 시간이 걸렸어. 그런데 문제가 아직 버릴게 많은데, 비가 오려고 하네. 빨리 움직여야 돼. 우리 밥을 먹고 들어가자. 유치원에서 받은 묵직한 짐도 꽤 무거웠다.


종일 비 올까 봐 하늘 보면서 마음 조리고, 시간에 쫓기다가 진이 다 빠졌다. 아이와 밥을 먹고 들어가 나머지 짐을 묶어 내다 버렸다. 버리다 보니 밤 11시가 됐다. 더 늦으면 안 될 거 같아서, 아이를 재우고 정리하면서 스티커를 붙이다 보니 새벽 3시가 됐다.




이사 후, 짐 정리
정리를 해야 한다.



자잘한 짐이 많고, 수납공간 자체가 다 바뀌었다고.. 짐을 이렇게 쌓아두고 가셨다. ⓒ청자몽


7시 반에 이삿짐센터 분들이 오셨다.

간신히 세수만 하고 옷을 입었다. 점심 먹기 전까지 유치원에서 아이를 봐주신다고 했다. 그래서 아이를 유치원에 데려다주고, 빠진 폐기물 스티커를 사러 주민센터에 갔다.


폐기물 스티커를 붙였지만, 괜찮은 물건들은 사람들이 가져간다고 하셨다. 관심을 보이며 물어보시는 분들이 있었다. 이삿짐이 다 내려질 때까지 기다리다가 11시 반쯤 아이를 데리러 갔다.


한참을 기다려도 아이가 오지 않았다. 눈물범벅이 된 아이가 담임 선생님 손을 잡고 나왔다. 선생님도 목이 잠기시는 것 같았다. 마지막 인사를 하고 나오는데, 나도 눈물이 났다.


아이 생기기 1년 전에 이사 와서, 임신이 되고 아이를 낳아 키우다가 7살(만 5세) 될 때까지 살았으니 8년 가까이를 살았다. 미우나 고우나 정이 많이 들었나 보다.


그렇게 우리는 8년을 산 동네와 이별을 했다.


이삿짐센터 분들이 짐을 넣어주신다고 넣어주셨는데, 수납공간 자체가 다 바뀐 데다가 자잘한 짐이 많아서 짐을 아이방과 베란다에 쌓아두고 가셨다. 이렇게 자잘한 짐이 많은 집은 처음 봤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나중에 가실 때 죄송하다고 했다.


다시 짐 정리를 해야 한다.

언제 다할지 모르지만, 살아야 하니 짐 정리를 해야 한다. 새로 설치하며 문제가 생긴 가전제품도 수리센터에 전화도 해야 하고.. 주민센터도 가야 한다. 아이의 새 유치원에도 가야 한다.


이사를 하고, 삶이 리셋되었다.

익숙했던 것들과 이별하고, 이제 익숙해져야 할 시간이다. 며칠 만에 글을.. 그래도 쓸 수 있어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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