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는 응원의 힘으로 성장한다

Ambassador interview #2 ‘러닝씬 신흥괴물’ 정지운

by 아임유어엠버
날 것의 인터뷰였으면 좋겠어요.

인터뷰 이틀 전, 사전 질문지를 보내자 정지운 러너가 이런 요청을 해왔다. 미리 준비하지 않고 현장에서 즉석으로 생각해서 답을 하고 싶다는 의미였다. 그래, 그가 원하는대로 긴장감과 부담을 내려놓고 인터뷰에 임해보자! 동네 마실 나가는 느낌으로 약 22km가 되는 거리를 따릉이를 타고 인터뷰 장소인 여의도의 한 치킨집에 도착했다. 정 러너가 작년 새벽에 야근을 하고 자주 왔던 회식 장소다.


검정색 반팔 티셔츠에 같은 색 뿔테안경을 쓴 정 러너가 먼저 기다리고 있었다. 안경을 쓴 건 처음봤다. 뛸 때는 렌즈를 끼고 뛴다고 한다. 인터뷰 당일이었던 5월 30일은 그가 러닝을 쉬는 아주 스페셜한 날! 바로 다음날 대회를 앞두고 테이퍼링을 하는 중이라했다. ‘날 것의 인터뷰’를 해보기로 한 만큼, ‘아는 맛’ 치킨보다는 무슨 맛인지 궁금한 ‘대구 양념 치킨’을 주문하고 대화를 시작했다.

KakaoTalk_20250619_185204366.jpg 2025년 5월 30일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정지운 러너와 대화를 나눴다.


첫 눈에 들어온 것은 그의 손에 있는 오렌지색 스마트 워치였다. 흰색이나 검정색이 아닌, 쨍한 색감을 택한 이유에 대해 물었다.


“줄이 여러개에요. 연두색, 베이지색도 있어요. 주황색을 좋아해서 이걸 주로 끼고 다녀요. 검정색 패션을 했을 때 포인트를 주기에 좋더라고요.”


아 역시 러너! 싶었다. 정 러너는 대회 때 형광색 싱글렛을 주로 픽한다. 흰색 싱글렛도 있는데 사진작가에게 찍히기엔 눈에 안 띄어서 잘 안입는다고 했다. 사진찍힌 이야기가 나오니까 최근 그의 SNS에서 본 사진 속 태그가 하나 생각났다. 노터블(@notable_marathon)이란 태그였다. 검색을 해보니 팔로워 9명, 팔로잉 5명의 계정이 하나 떴다.


“단둘이 여행갈 정도로 친한 고등학교 친구(남)랑 만든 마라톤 클럽이에요. 또 다른 친한 러너 동생(여)이 있는데 셋이서 우정을 기리려고 만들었어요. ‘노터블’이 한글로는 ‘눈에 띄는’ ‘주요한’ 이런 뜻이더라고요. 저희 셋이서 올해 골든코스트 마라톤도 나갈 거에요.”


왜 지운 러너가 자체 크루이름을 ‘노터블’로 지었는지는 대화를 하면서 금새 알 수 있었다.


“전 관심종자에요. 사람들이 절 봐주면 좋겠고 기억해주길 원해요.”


정 러너가 대회에서 제일 좋아하는 순간은 반환 지점이다. 반환하면 건너편에서 뛰는 주자들이 정 러너를 마주 보면서 응원해 주기 때문이다. “그 순간이 제일 좋다”고 정 러너는 말한다.


“응원을 받으면 힘이 계속 나요. 저도 최대한 파이팅을 갚아주려고 하죠. 올해 고구려마라톤때는 거의 수천 명한테 응원을 받은 것 같은데 그냥 기분이 째지더라고요? 그때 2등을 했어요. 그래서 응원많은 대회가 좋아요.”


한마디로, 그는 ‘응원을 먹고 사는’ 스타 러너다. 주로에 응원이 없으면 기록이 다운된다. 상대적으로 서울에 비해 관중이 적은 지방대회에서는 항상 ‘죽 쑨다’. 실제로 하프코스의 경우 3~4분 기록 차가 나더란다. 그 이유는 바로 ‘사람들이 안 보니까 천천히 뛰어서’.


“군산 마라톤에선 시골 밭길로 들어가는데 앞뒤로 아무도 없더라고요. 힘드니까 천천히 뛰었는데 도심으로 들어가니 그때부터 속도가 나는 거 있죠? 그때 알았어요. 저한테 응원이 충전 배터리라는 걸.”


정 러너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는 2025년 6월 19일 기준 2000명에 육박한다. 그런데도 그는 이렇게 말했다.

“전 지금 안유명하다고 생각해요. 멀었어요. 유명해지고 싶어요.”


이 말에서 그의 욕구가 확 느껴졌다. 스타가 되고 싶다는 얘기였다. 너무 솔직해서 뜨악했다. 어디 대회에 나갔다오면 생각보다 DM으로 연락이 많이 온다고 했다. 그때 ‘살아있구나’라고 느낀다고.


“아직 스타가 돼 본 적은 없는데 관심 가져주면 너무 좋아요. 사람 만나는 거 싫어하는 사람도 있는데, 전 누가 가볍게 다가오는 것도 좋아요. 얘기하는 것도 워낙 좋아하고 사람 관계에서 딱히 뭐 그렇게 연연해 하지 않는 성격이에요.”

KakaoTalk_20250605_145158509_01.jpg 정지운 러너는 올해 서울동아마라톤 풀코스에서 2시간 35분의 기록을 세웠다. <정지운>


정 러너는 언제부터 이처럼 인기에 목말라했을까. 조금은 노골적인 질문에도 그는 의연하게 답했다.


“성격이 완전 관심 종자에요. 여동생이 제발 그만좀 나대라 할 정도로 나대는 걸 엄청 좋아했어요. 저도 초반엔 잘 뛰는 러너가 아니었기 때문에 인파 속에서 뛰는 사람 중 하나였어요. 그런데 선두권 러너가 돼보니 성격이 주로에서 드러나더고요?”


“응원 해주시는 분들께 너무X100 감사할 뿐이에요. 일면식도 없는데 누군가를 위해 에너지를 쏟는 거잖아요. 저는 이게 러닝의 매력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누군가에게 힘을 줄 수도 있고 받을 수도 있는 것! 특히 일반인이 스타가 된 기분은 어디 가서 못 느끼잖아요.”


사실은 기자가 정 러너를 주목한 것도 이 대답과 연관이 있다. 올해 4월에 열린 서울하프마라톤(서하마)가 끝나고 인스타그램에서 한 영상을 봤는데 거기에 피니쉬에 들어오며 관중과 하이파이브를 하는 정 러너를 보고 여유가 있다고 느꼈다. 그가 당시를 회고하면서 말했다.


“그 분이 저한테 잘생겼다고 해주는 거에요. 그 사람은 진심이었어요.^^”


으악, 못 말린다 정말!



정지운 러너의 2025년 참가 대회와 기록


동계국제마라톤 32K 1:52:59

고구려마라톤 32K 1:55:31

버킷런 10K 34:00

서울동아마라톤 Full 2:35:00

군산마라톤 Full 2:39:46

YMCA마라톤 HALF 1:14:25

서윤복마라톤 HALF 1:16:03

서울하프마라톤 HALF 1:13:36

보성녹차마라톤 HALF DNF

서울신문하프 10K 3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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