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력하는 천재' 정지운 러너의 요즘 고민은?

Ambassador interview #2 ‘러닝씬 신흥괴물’ 정지운

by 아임유어엠버

흠.. 스포츠 DNA를 물려받은 건 확실하군.

그렇다면 정 러너의 어마무시한 기록은 재능만이 빛을 발한 결과일까 아님 노력으로 빚어낸 결과일까


정답은 둘 다 였다.

“풀코스는 달리기를 시작한지 3개월 뒤에 도전했어요. 2023년 9월 말에 기안84를 보고 깊은 감명을 받아서 달리기를 시작했거든요. 그해 12월 달에 열정 불꽃이 튀었고 다시는 마라톤 안 해야지 다짐하고, 다짐했어요. 절대 안 뛴다고 생각했기에 고통스럽게 뛰었죠. 그때가 3시간 20분이었어요.”


정지운 러너에게 러닝의 동력은 ‘재미’다. 앞서 말한 관중의 응원이나 사진찍히는 것도 그 중 하나다. 동기 부여가 있으면 확실히 더 재밌게 즐길 수 있는 것 같다고 그는 말했다.


“러닝을 하면 뭔가 머리 회전도 빨리 돌아가는 것 같고 실제로 일 처리 속도도 빨라져요. 달리기 하면서 일을 많이 하는 스타일이이에요. 예를 들어 ‘이건 어떻게 처리할까’ 싶은 게 있으면 달리기를 하면서 항상 그 생각을 하는 거에요. 그럼 답이 나오고 집에 와서 그걸 처리하면 되요.”


- 전 꼬북 러너라서 정지운 러너같은 분들 보면 신기해요.


“거북이가 어때서요. 결국엔 거북이가 이기잖아요. 처음엔 저도 빠르지 않았어요. 순수하게 러닝을 좋아하는 분들 보면 ‘나도 저럴 때가 있었는데 지금은 변했네’ 해요.”


그러면서 정 러너는 ‘심진석’이라는 이름을 언급했다. 요새 러닝씬에서 떠오르는 전설이란다.


“전마협 대회에선 그분이 계속 1등을 하시거든요? 근데 그분이 파이팅하시는 모습을 보면 마라톤을 사랑하시는 것처럼 느껴지는 거예요.”


그의 눈빛이 ‘영남이’에 대해 말할 때처럼 반짝였다.


“너무 멋있어요. 달리는 것도 진짜 최선을 다하시거든요. 응원이 있든 없든 무조건 자기 기록 깨려고 뛰는 느낌? 시작부터 전력 집중하고 달려나가요. 페이스 조절, 앞뒤 생각따위 안 하는 것 같아보여요. 그분은 이미 2등이랑 차이가 심한데도 최선을 다해보라고 거품 물고 뛰시는 거에요. 제가 이거와 관련된 고민을 많이 하고 있었거든요.”


앗? 풀코스 235주자의 정 러너에게도 말 못할 고민이 있다니? 궁금해서 귀를 쫑긋했다.


“저거다. 저 모습이 저게 저걸 관중들이 보고 싶어 하는 모습이구나 싶더라고요. 저걸 보려고 이렇게 응원하러 왔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면서 반성했어요.


“예전에는 제 기록 깨려고 어떻게든 열심히 뛰었거든요? 요새는 등수 확정되면 천천히 뛰어버려요. 내가 언제부터 이렇게 변했지? 해요.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하는데 말이죠.”


아무래도 정 러너가 5월에 보성녹차마라톤 전후로 생긴 부상 때문에 약간의 런태기가 온 듯 보였다.


“종아리 때문에 런생 첫 DNF를 한 이후로 지금(5월 말)까지 이러네요. 3일 쉬었으면 나았을 거 같아요. 근데 DNF한 게 너무 화가 나는 거에요. 이건 내가 약해 진거다 싶어서 그 다음날 남산에 가서 언덕을 뛰었어요. 그전엔 반포종합운동장에 가서 재밌게 인터벌까지 했죠. 이렇게 열뛰를 했으면 집에 가서 자야하는데 친구들이 오랜만에 모였길래 새벽 5시까지 술을 마셨어요. 올해 마신 첫 술이었어요. 그동안 대회 준비하느라 술 못먹었으니 마시자! 해서 마시니까 회복이 안된 거에요. 그래서 종아리가 터진 거 같아요.”


그래 그도 사람이었어! 정 러너는 햄스트링 종아리 무릎 부상 다 겪어봤다고 했다. 그중 종아리 부상이 젤 오래가는 것 같다고. 보강 운동을 하기보단 그냥 넷플릭스 보고 쉬는 게 답인 것 같다고 했다.


“전 왠만하면 병원에 잘 안 가요. 자연 치유 해야한다는 강박 의식이 있는 편이에요. 이번엔 넘 안 나으니 병원에 갔는데요. 역시나, 그냥 근육통이라 하더라고요?”


‘이 사람도 못 쉬는 부류네.“ 속으로 생각했다. 기자의 마음을 읽었는지 정 러너가 바로 이렇게 말했다.


전 쉬는 게 제일 힘들어요. 특히 오늘처럼 날 좋은 땐 땀 쫙 빼고 달리고 싶어져요. 뛰는 거 자체를 워낙 좋아해요. 퇴근하고 노래 들으며 달리는 거 행복해요.
KakaoTalk_20250605_145158509_05.jpg 정지운 러너가 JTBC 마라톤 주로에서 뛰고 있다. <정지운>


- 뛰는 게 구체적으로 왜 좋아요?


“리프레시 되는 게 좋아요. 뛰어도 힘든 걸 모르겠어요. 힘들면 안 달렸을 거에요. 저한텐 달리는 게 쉬는 거에요. 안 달리면 쉬는 거 같지 않아요. 달리지 않으면 게임을 하거나 놀 건데 달리니까 이제 할 게 없네요.”


그는 수집가형 러너였다. 애초에 만화책이나 피규어, 레고, 인형, 특히 키보드나 마우스 같은 전자용품을 모으는 걸 좋아했다. 그런데 러닝이 주 취미가 되면서 그 대상이 메달로 바뀌었다. 러닝화도 ‘핫한 제품이다’하면 죄다 사모은단다.


“메달이 너무 많아져서 뜻 깊게 생각하는 메이저 메달들은 방에 보드 설치해서 사진으로 인화한 후 붙여놔요. 나머지 메달들은 박스에 그냥 박아 놓고요.”


메달이 하도 많아서 박스에 넣어놓는다고? 이거시 러너의 근자감인가!


인터뷰 후반부로 갈수록 그의 러닝 시작점이 궁금해졌다. 아이러니하게도 맨 마지막 질문으로 그걸 물었다. 예상외로 인간적인 이유였다.


“졸업을 하고 군대에 일찍 다녀왔어요. 1학년 마치고 돌아왔는데 그때 만나던 여자친구가 직장인이랑 바람이 난 거있죠. 저는 백수고 맨날 놀기바빴고 학점도 안좋고 자격증도, 자동차도 없었죠. 남들 취업한다는데도 게임만하고. 암튼 차도 있고 돈 많은 그 남자 때문에 차였는데 (이때 기자는 “나라도 차겠다”라고 리액션을 했다.) 회계사를 하면 돈을 많이 번다고 하길래 무작정 공부를 시작했어요. 공부에 재능이 있었는지 붙었죠. 전 여친 덕에 회계사가 됐어요. 회계 공부할 때 살이 많이 쪘고 러닝은 급찐살을 빼기 위해 한 거에요.“


킥은 다음 말이었다.


“근데 그거 아세요? 제가 뚱뚱할 때 엄마가 속상해하지 않으셨어요. ‘너무 보기 좋다, 잘생겼다’ 그러셨어요. 그런데 얼마 전에 제가 뚱뚱할때의 사진을 보여드렸는데 ‘이게 너라고? 왜이렇게 못생겼냐?’ 하시더라고요?”(웃음)


그야말로 날 것의 인터뷰였다.


정지운 러너의 2025년 참가 대회와 기록


동계국제마라톤 32K 1:52:59

고구려마라톤 32K 1:55:31

버킷런 10K 34:00

서울동아마라톤 Full 2:35:00

군산마라톤 Full 2:39:46

YMCA마라톤 HALF 1:14:25

서윤복마라톤 HALF 1:16:03

서울하프마라톤 HALF 1:13:36

보성녹차마라톤 HALF DNF

서울신문하프 10K 3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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