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준현 Oct 23. 2022

제 9화_가니쉬 (Garnish)

요리사 하면서 행복했던 일

가니쉬 (Garnish)


가니쉬는 요리의 피날레를 장식하는 일종의 고명이다. 멋진 요리가 완성이 되고 그 위에 마지막 멋을 뿌려 예쁨으로 마무리하는 재료이다.



주방에서 요리하면서 실제로 손님이 내 음식을 어떻게 먹는지 볼 기회가 많이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음식에 대한 칭찬을 하던, 컴플레인을 하던 도대체 누가 하는지 모를 때가 많이 있었다. 




내가 요리를 하고 싶었던 이유는 음식에 대한 탐구와 호기심도 있지만, 내가 만든 음식을 누군가가 먹고 행복한 모습을 보는 것이 좋아서이기도 했다. 




호주 주방에서 요리사로 일하며 바쁜 날과 바쁘지 않은 날들이 있다. 그런 어느 바쁘지 않은 조식과 점심시간 어정쩡한 그 사이, 나는 주문을 하나 받았다


토스트 위에 당근 퓨레와 아보카도를 얹고 그 위에 두카를 뿌리고 그 옆에 수란으로 마무리하는 디쉬였다. 


바쁘지 않은 시간대에 받은 주문이었기에, 서두르지 않고 음식에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온 정신을 집중하였다.


골든 브라운 색의 아름답게 구워진 빵 위에 반듯하게 놓인 당근 퓨레, 일정하고 정갈하게 썰어 놓은 아보카도와 동그랗고 보기 좋은 수란 두 개를 완벽하게 플레이팅 하여 접시에 담아 보냈다.


바쁘지 않은 시간이었기에 개인적으로 너무 궁금했다. 이 음식을 누가 먹을지, 과연 어떤 표정으로 이 음식을 먹을지. 조심스럽게 주방을 나와 물 병을 가지러 가는 척하며 눈을 돌려 테이블을 쳐다보았다.


30대로 보이는 호주 여성이 음식을 눈앞에 두고 가만히 처다 보고만 있었다.


나는 혹시 무언가 잘못된 게 아닐까 하는 걱정도 있었지만, 모든 정신을 집중해서 만든 음식이었기에 모든 것이 완벽했다고 자부했다. 스스로 자신감을 갖고 슬그머니 멀리서 손님을 바라봤다.


이 여성은 한참 동안 음식을 쳐다보더니, 갑자기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어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그 순간 긴장했던 나의 얼굴은 미소로 바뀌었다.



내가 만든 음식은 누군가에게 그날 먹을 가장 맛있는 한 끼 일 수도 있고, 하루의 시작을 기분 좋게 만들 수 있는 음식이란 것을 느끼게 해 주었다.


이 여성은 다양한 각도로 사진을 찍고 나서 음식을 맛있게 먹기 시작했고 이 모습을 보고 나서 나는 다시 주방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 이번엔 정말 물을 가지러 홀에 나왔는데, 그 여성분과 우연히 마주쳤다.


여성분이 나에게 물었다 “어! 혹시 셰프인가요?”


“네 맞아요”


“아 방금 먹은 음식 정말 예쁘고 너무 맛있게 잘 먹었어요 고마워요!”


칭찬에 약한 나는 우물쭈물하다 무심코 윙크를 날렸다. 그러자 그 여성분은 부끄러웠는지 웃으며 서둘러 자리로 돌아갔다.


나도 서둘러 주방으로 돌아와 손님을 잃게 되는 건 아닐지 걱정을 했다..


그러나 마음 한편으로는 나의 요리가 그녀의 하루 시작을 예쁘게 만들어 줄 가니쉬가 된 것 같아 소소한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날이었다.

이전 08화 제 8화_블랜칭 (Blanching)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