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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준현 Oct 24. 2022

제 10화_브레이징 (Braising)

주방에서 끓는 물에 손 넣는 셰프

브레이징 (Braising)


브레이징은 보통 육질이 질긴 부위나 지방이 적은 고기를 오랜 시간 은은한 열로 익혀 부드럽게 만드는 조리 기법이다. 


한 번은 돼지 뒷다리 살을 사서 팬에 구워 먹어본 적이 있다. 고기가 너무 질겨 턱이 나갈 지경이었고, 고기 결은 이빨 사이에 껴서 먹기가 너무 힘들었다.



주방에서 셰프로 일을 하면서 놀란적이 한 번 있었다. 



오래 일한 셰프들을 보면 가끔 끓는 물에도 손가락을 담가 고기를 꺼낼 정도로 단련이 되어있고, 음식이 식는 걸 방지하기 위한 램프 아래의 뜨거운 접시도 아무렇지 않게 집는 걸 보면 이 사람이 주방에서 매우 오랜 시간 브레이징이 되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저렇게 달궈진 접시는 손으로 집는 순간 아! 뜨거워하고 깜짝 놀라 손을 떼는 것보다 조금 더 뜨거운 정도이다. 


뜨거운 접시를 맨손으로 집는 게 아직까지는 좀 무리이지만 끓는 물에 손가락을 넣는 건 상상도 못 하겠다.



단백질은 65도 이상부터 응고가 되는데 이 사람들 손은 어떻게 된 건지 연구가 필요할 것 같다.




나는 뜨거운 접시를 맨손으로 집는 게 아직까지는 좀 무리이다.


무언가 이루거나 완성이 되기 위해선 누구나 알 듯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이빨에 끼이고 턱이 아플 정도의 고깃 살도 열과 시간을 통해 부드럽게 완성이 되듯, 아직 주방에서 나는 여유가 없는 뻑뻑한 돼지고기 뒷다리 살 같다. 


오랫동안 일한 셰프들을 보면 부드럽게 브레이징 된 고기처럼 여유 있고 부드러운 손놀림을 통해 멋진 디쉬를 완성시킨다.




뜨거운 열기가 가득 찬 주방 속에서 오랜 시간에 걸쳐 완성된 셰프의 손은 투박하지만 그 손 끝에서 나오는 디쉬는 입안에서 살살 녹는 브레이징 된 고기처럼 예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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