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알아야 할 이야기
산부인과 의사로 일하면서 생리 불순환자를 진료할 때 많이 마주치는 질환 중 하나가 바로 다낭성 난소증후군, 줄여서 PCOS라고 불리는 증후군이다. 이름부터 복잡해 보이는 이 증후군은 정말 까다로운 질환이다. 내가 처음 의대생 때 배웠을 때만 해도 그저 '생리가 불규칙한 병'정도로만 알고 있었는데, 지금은 우리 몸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복잡한 내분비 질환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PCOS는 우리 주변에 생각보다 흔하다. 가임기 여성 100명 중 6명에서 12명 정도가 이 증후군을 갖고 있다고 하니, 우리 주변의 친구들이나 가족 중에도 PCOS로 고생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이 PCOS라는 질환은 참 교묘하게 우리 몸을 괴롭힌다.
PCOS의 특징을 간단히 말하자면 '다낭성 난소', '월경 불규칙', '남성 호르몬 수치가 높음' 이렇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게 다가 아니다. PCOS는 마치 변장의 달인처럼 사람마다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진단하고 치료하는 게 쉽지 않다.
난소에 작은 물주머니 같은 게 여러 개 생기는 걸 '다낭성 난소'라고 하는데, 이게 PCOS의 대표적인 특징이다. 이 물주머니 들은 사실 미성숙한 난포들이다. 정상 적으로라면 이 난포 중 하나가 자라서 배란을 해야 하는데, PCOS에서는 이 과정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주머니가 여러 개 생기게 되고 그게 많다 보니 다낭(多囊)이라 불리게 되는 것이다. 배란이 잘 이루어지지 않다 보니 생리가 불규칙해지거나 아예 없어지기도 한다.
그런데 PCOS가 무서운 건 이뿐만이 아니다. PCOS는 우리 몸의 대사에도 영향을 미친다. 인슐린이라는 호르몬에 우리 몸이 제대로 반응하지 않는 '인슐린 저항성'이 생기기 쉽고, 이로 인해 당뇨병, 고혈압, 고지혈증 같은 성인병의 위험도 높아진다. 게다가 살이 잘 찌고 빠지지 않는 체질로 바뀌기도 한다. 특히 뱃살이 잘 늘어나는데, 이게 또 PCOS를 악화시키는 악순환을 만든다.
PCOS가 왜 생기는지는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유전적인 요인과 환경적인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고 보고 있다. 가족 중에 PCOS가 있으면 나도 PCOS가 생길 확률이 높아진다. 또 현대인의 스트레스 많은 생활, 불규칙한 식습관 같은 것들도 PCOS를 부추기는 요인이 될 수 있다.
PCOS는 단순히 생리가 불규칙한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여성의 전반적인 건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조기에 발견하고 제대로 관리하는 게 정말 중요하다. 그냥 '생리가 불규칙한 거야'하고 넘기면 안 된다는 거다. 생리를 오랜 기간 하지 않게 되면 자궁내막증식증이나 자궁내막암이 발생할 수도 있다.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나중에 더 심각한 건강 문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의심되는 증상이 있다면 꼭 전문의와 상담해 보는 것이 좋다.
PCOS는 분명 우리 삶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는 골치 아픈 질환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적절한 치료와 생활 습관의 개선을 통해 충분히 관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는 PCOS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고, 어떻게 하면 이 까다로운 녀석을 잘 다룰 수 있는지 함께 살펴볼 것이다. PCOS와 함께 살아가는 것이 결코 쉽지만은 않겠지만, 앞으로의 내용들이 여러분에게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