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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하며: 나와 여성 호르몬 이야기

나는 산부인과 전문의이다. 인턴 레지던트를 끝내고 대학에서 스태프로 근무를 했고, 어쩌다 보니 외국 연수도 다녀왔다. 의사로서는 가방끈이 긴 편인데 내 특이한 이력은 제약회사 근무 이력일 것이다.


호주에서 연수 당시 다시 한국으로 들어와서 대학병원 스텝 자리를 알아봐야 하나 아니면 호주에서 자리를 잡고 지내야 하나 고민하던 나에게 뜻밖에 제약회사에서 오퍼가 왔다. 지금은 MSD Korea와 합병된 쉐링프라우라는 미국 제약회사였고, 이 회사의 제품이 내 전공인 내분비와 잘 맞는 폐경기 호르몬 치료제, 난임시술 시 사용하는 주사제, 그리고 피임약이었다.

환자를 직접 진료를 하지 않을 뿐 내가 좋아하고 관심 있었던 약들의 최신 자료를 연구하고 다른 의사들에게 정보를 제공하며 다음에 나올 최신 약들에 대한 임상연구를 할 수 있는 직책이라 나는 곧바로 인터뷰를 진행했고 그 후 제약의사로 8년 동안 일을 하게 됐다.


MSD Korea로 회사가 합병된 후 역시나 산부인과와 관련 있는 인유두종 바이러스 백신(자궁경부암 백신) 가다실이 내가 책임지는 약이 되었고 그다음 회사인 바이엘 코리아는 여성 호르몬에 대해서는 모든 것을 갖춘 최대 다국적 제약회사이기에 정말 마음껏 호르몬을 연구하고 공부할 수 있었다. 지금도 당시 함께 일했던 분들과 얘기하기를 그 시기가 여성호르몬의 전성기였다고 회자한다.

자궁내막증 치료제인 비잔정을 론칭하고 약가협상을 하고, 단순 피임약이었던 야즈에 생리통 적응증을 등재하고, 월경과다 적응증이 있는 피임약 클래라를 국내에 론칭하는 등 어쩌면 내 산부인과 의사로서 가장 행복했던 시기가 그 시기가 아니었나 싶을 정도로 현재까지 사용하는 많은 호르몬제들이 쏟아져 나왔던 것 같다.


그 시기를 뒤로하고 결혼하고 아이를 키우면서 나는 제주에 자리를 잡았고 제약회사 일을 할 수 없었지만 이제는 내 병원에서 내가 사랑하고 좋아했던 호르몬에 관련된 문제로 내원하는 환자들을 매일 만나고 있다. 생리를 몇 달간 하지 않기도 하고 갑자기 생리가 너무 많이 나오기도 하고 생리기간이 아닌데도 출혈이 있을 때 자궁이나 난소에 문제가 없다면 우선은 호르몬 불균형을 설명하게 된다. 그리고, 몇 달간 생리가 없는 환자들을 다낭성 난소증후군으로 진단하게 되면 그때부터 이 질환을 어떻게 관리하고 어떻게 생리를 잘하게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고민하게 된다.


이렇게 외래에서 많이 진료하게 되는 다낭성 난소증후군과 생리불순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치료하고 있는데 환자들은 이 질환에 대해서 고민도 많이 하고 개선해 보려 노력도 하지만, 바쁜 우리 산부인과 의사들은 정상 생리주기를 찾기 위해 관심을 기울이기보다는 피임약을 처방하거나 생리유도 호르몬제 주사 처방하는 등의 증상 치료를 주로 하는 것 같아서 아쉬운 마음이 컸다. 그 사이를 한의학이나 건강기능식품 등으로 채워지고 있는 것을 보면서도 마음이 좋지 못했다.


이 책은 내가 오랜 시간 쌓아온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생리불순과 다낭성 난소증후군에 대한 이해를 돕고, 보다 효과적인 관리 방법을 제시하고자 하는 노력의 결실이다. 단순히 증상을 가리는 것이 아닌, 근본적인 원인에 접근하여 건강한 호르몬 균형을 되찾는 방법을 함께 찾아보고자 한다.

여러분의 건강한 삶을 위한 여정에 이 책이 작은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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