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에서 만난 그 아저씨가 생각났어요.
처음 본 순간, 솔직히 좀 무서웠거든요.
찌푸린 미간, 굽은 어깨, 그리고 뭔가 화나 있는 것 같은 표정.
전형적인 '까칠한 중년남' 포스였어요.
아, 저 사람 옆에는 앉지 말아야지. 그런 생각이 자동으로 들게 하는…
그런데 두 정거장쯤 지나서 임산부가 탔을 때
그 아저씨가 벌떡 일어나더니
조용히 자리를 양보하시는 거예요.
미소까지 지으면서 젠틀하게요.
‘아, 내가 완전히 잘못 봤구나.’ 싶었죠.
관상은 과학이라지만
이럴 때 보면 아닌 것도 같아요.
그럼에도 무의식적으로 하는 이 판단이 얼마나 위험한지는 확실해요.
저도 나이가 들면서 점점 빨라지고 있거든요.
첫인상으로 사람을 재단하는 속도가요.
"아, 저 사람은 이런 타입이야" 하고 딱 정해버리는 거죠.
마치 내가 겪어본 게 다 맞다는 것처럼.
경험이라는 필터로 세상을 보게 되는 거예요.
'저런 스타일은 보통 이래', '저 나이대는 대개 저런 식이지' 하면서요.
그러다 보면 정작 그 사람 자체는 보지 못하고 말아요.
참 바쁘다 바빠 현대인의 삶.
그렇기에 이 방법은 참 유용하기도 하지만 위험하기도 해요.
큰 대가를 요구하니까요.
내 마음속에 보이지 않는 성벽을 착착 쌓아 올리면서요.
"나는 이런 사람들과 잘 맞아", "저런 사람들은 별로야" 같은 분별이라는 벽돌.
이 벽돌을 쌓아 올리면서 벽 안에서만 살게 돼요.
그러면 나와 비슷한 사람들,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만 남게 되죠.
유튜브 알고리즘보다 더 확실하게요.
마음이 흐르지 못하고 굳어가는 거예요.
몸이 굳으면 아파서 스트레칭이라도 하는데,
마음이 굳는 건 불편하지도 알 수도 없으니 더 위험해요.
얼마 전, 아는 동생과 점심을 먹다가는 확 깨버렸지 뭐예요.
"요즘 젊은 애들은 다 그래요"라고 말하는데, 나도 모르게
"맞아, 나 때는 안 그랬는데" 하고 맞장구를 쳐버렸거든요.
그 순간 후배 표정이 묘해지더라고요.
'아, 형도 그런 말을 해요?’ 하는 눈빛이었어요. 뜨끔했죠.
내가 지금 전형적인 꼰대 소리를 하고 있구나.
집에 오면서 자꾸 생각이 들더라고요.
언제부터 '요즘 애들'이라는 말을 자연스럽게 하게 됐을까
언제부터 라떼를 끓이며 지금을 재단하게 됐을까.
며칠 뒤 그 동생에게 전화가 왔어요.
“형, 요즘 애들은 아무래도 아니에요. 딱 시키는 것만 한다니까요? 아니 시키는 것도 제대로 안 해요. 나 때는 안 그랬잖아요.”
그래서 저는 전화기 뒤에서 스윽 웃으며 말했어요.
“그래 맞아. 너 때는 안 그랬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