쏠배감펭, 라이언피시(lion fish)
바다에서는 화려하고 아름다운 외양을 가지고 있으면서 느긋하게 다니는 물고기를 보면 경계해야 한다. 대체로 몸에 '독'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물고기들은 다이버가 지나가도 좀처럼 피하지 않는다. 스스로 강하다는 걸 알아서 자신만만하다. 그 대표적인 물고기가 바로 이름도 용맹한 '라이언피시(쏠배감펭)'이다. 라이언피시는 지느러미가 사자 갈기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영어 이름이고 우리나라에서는 쏨뱅이과의 물고기, 즉 (독을)쏘는 물고기라고 해서 쏠배감펭이라고 이름이 붙여졌다. 등지느러미와 가슴지느러미, 배지느러미를 공작새처럼 펼칠 수 있는데, 이 화려한 등 지느러미에 독가시가 숨겨져 있다.
독가시에 쏘이면 즉사인가? 그렇진 않다. 하지만 순간적인 쇼크로 정신을 잃을 순 있다. 깊이 찔리지 않았을 땐 쇼크가 오진 않아도 엄청난 고통과 동시에 마비와 구토, 호흡곤란 증세가 나타날 수 있어 이로 인해 패닉이 오면 위험할 수 있다. 이 이야기를 듣고 나서는 라이언피시를 보면 노래 '화분'의 가사처럼 멀리서 보기만 했다. 멀리서 멀리서 멀리서 바라만 보네요~ 이 떨리는(무서워서) 마음을 어떻게 말해야 하나요~ 굳이 라이온피시에게 말할 필욘 없지만.
어쨌든 라이언피시에 찔리면 어떻게 되는지 전혀 궁금하지 않았는데 유튜브 알고리즘을 타다 보니 직접 찔리는 실험을 한 호기심 많은 사내 두 사람이 있었다. King of pain의 주인공이다.
킹 오브 페인은 두 명의 뜨거운 우정을 가진 친구가 독이 있는 생물을 일부러 찾아서 서로 만지게 하는 프로그램이다. 독전갈, 독개미, 독거미, 독뱀, 말벌 등에게 일부러 손을 내밀어 물리거나 독에 쏘인다. 그러고 나서는 어떤 고통인지를 느낀 대로 세세하게 표현하고 고통의 수치를 발표한다. 이번 독은 독전갈보다 아팠고 독개미보다는 덜 아팠고.. 두 사람이 이 고통의 수치를 말하고 평균을 매긴다.
이들은 라이언피시를 직접 잡아서 어항에 손을 넣어 가시에 깊이 찔렸다. 꽤 아파했다. 손을 잘라내고 싶어 했다. 찔린 손가락과 팔뚝까지 고통이 확장되었고 손가락에 몇 시간 동안의 마비가 있었다. 초반에 약간의 호흡 곤란증세도 보였다. 그렇다. 라이언피시는 참으로 무서운 동물이다.
이렇게 무서운 동물이었으면 다이빙을 할 때마다 경계해야 하지만 사실 라이언피시는 자신의 가시로 먼저 공격하지 않는다. 저 독가시는 '방어용'이다. 먼저 다가가서 만지지 않는 이상 가시를 곤두세우지 않는다. 저 마조히스트들은 일부러 라이언피시를 잡아서 손을 비벼댔기 때문에 가시에 찔린 것이다.
라이언피시는 사냥을 할 때 지느러미를 사용하기는 한다. 가슴지느러미로 작은 물고기를 코너에 몰아서 압박하기 위한 용도로 쓴다. 그리고 작은 물고기가 코너에 몰리면 큰 입으로 흡입하여 한 입에 삼킨다. 큰 입을 가진 만큼 먹성이 좋고 수온이나 염분의 변화, 물의 오염도에 덜 민감하여 여러 바다에서 적응을 잘하고 산다.
하지만 이 적응력이 문제를 일으켰다.
원래 대서양에는 라이언피시가 없었으나 언젠가 갑자기 라이언피시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누군가 관상용 라이온피시를 풀어놨다는 썰과 허리케인으로 큰 수족관이 망가지면서 라이언피시가 바다로 흘러들어 갔다는 썰이 있는데, 어쨌든 천적이 없는 바다에 라이언피시가 들어가게 된 것이다. 이에 바다는 초토화가 됐다. 라이언피시 암컷은 5일에 한 번씩 3만 개의 알의 낳는 어마어마한 번식력을 가지고 있기에 바다가 온통 라이온피시 밭이 된 것이다.
특단의 대책으로 이 바다에서는 다이버에게 라이언피시를 사냥할 수 있는 허가를 내줬다. 다이버가 작살을 가지고 들어가 라이언피시를 마음껏 잡을 수 있는 날을 만들어 준 것이다.
그래서 어떤 결말이 됐을까.
라이언피시의 개체수가 적어져 바다는 평화를 되찾았습니다. 였으면 좋았으련만.
영리한 라이언피시는 이렇게 사냥을 당하는 날에는 깊은 바다에 숨어 있다가 사냥을 하지 않는 날에는 다시 연안으로 나타나는 습성까지 터득했다고 한다.
이후 라이언피시를 줄이는 방법으로 상어에게 라이언피시 먹는 것 가르치기, 사람들에게 라이언피시가 조리법 알려주기 등의 방법을 쓰고 있다고는 하는데 그리 신통하진 않는 듯하다.
아, 우리나라의 쏠배감펭에는 해당하지 않는 이야기다. 제주도와 남해는 이들의 천적이 살고 있다. 우리나라 바다엔 곰치도 있고 그루퍼 종류도 있다.
저렇게 화려한 라이언피시가 사냥당하는 장면을 보면서 마음이 아팠다. 대서양이 흘러들어 간 건 이들의 잘못이 아닌데 해적생물이 되어 사냥을 당하는 처지라니.
전체를 위해 개체의 생명을 인위적으로 죽이는 것은 당연한 것인가. 생태계의 순환을 망친 것은 결국 사람이 아닌가. 섬에 염소를 풀어놔서 뿌리까지 먹는 염소의 습성 탓에 섬의 식물들을 황폐화시킨 일이나 관상용 물고기를 개천에 놓아줘서 민물의 질서를 변하게 한 사건들은 숱하게 많다.
자연은 그대로 자연스럽게 둬야 아름다운 것인데 자꾸만 ‘인간이‘ 개입해서 이를 망친다.
언젠가 대서양도 생태계가 균형을 이루어서 라이언피시가 그 이름답게 용맹하고 아름답게 바다를 누비는 날이 오길 바란다.
<출처>
https://youtu.be/MQR2JTsRmCw?si=7IRnnjmHr7Dv5hyw
https://youtu.be/bOjRNo3nCFg?si=fhqM_YD65XRcgbda
https://youtu.be/GzaeYzAC8Ro?si=9ub9L95GVz7dobhC
https://youtu.be/zelmg2d4Jbc?si=xl4Lm9YWzhCUBDvU
https://m.blog.naver.com/gooddiver
거의 모든 것의 바다(박수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