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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쁜 그미 Jun 20. 2024

나에게 취미란 무엇인가

나도 모르게 스며드는, 취미의 치명적인 매력

'코칭'이라는 것이 있다. 내가 이해한 코칭이란 "고객이 스스로 목표, 계획, 방향, 해결책 등을 찾아 실행할 수 있게 도와주는 대화"이다. 이 코칭을 이끄는 사람이 '코치'인데, 나는 5년 전에 국내에서 제일 낮은 단계인 KAC라는 코치 자격을 취득했었다. 그리곤 몇 년 전부터 고민이나 잘 해결되지 않는 일들이 있을 때에 셀프 코칭을 하기 시작했는데, 작년부터는 그것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첫 기록은 투잡(부업)에 대한 고민이었다. 그 때는 여유 시간에도 오로지 일이 우선이었다. 코칭을 통해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해 정리한 전자책과 강의를 판매할 계획을 세웠었다. 6개월 만에 셀프 코칭을 했던 올해 5월의 코칭 소재는 남는 시간에 작곡 공부를 하는게 적절한가에 대한 고민이었다. 제대로 된 취미를 찾으려면 차라리 그림 공부를 하거나 짧은 소설을 써보는게 더 낫지 않나 싶었다. 평소에 글이나 그림의 소재는 떠올라도 딱히 악상이 떠오른 적은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코칭의 결론은 이렇다. 작곡 공부는 솔직히 말하면 나에게 당장 쓸모는 없지만, 그 자체가 재미있고 매력이 느껴지는 존재이다. 과거에 가지 않은 길(ft. 로버트 프로스트)의 재탐구이기도 하고, 흥미와 낭비의 성격을 동시에 가졌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효율성을 우선시하는 내가 열심히 하고 있는 걸 보면, 작곡 공부가 나에게 치명적인 매력을 내뿜고 있는 게 분명하다.

그리고 함께 배우고 있는 피아노도 재밌고, 재즈에도 호기심이 생기고 있다. 이 길의 끝에 무엇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냥 재미있고, 그냥 하고 싶은 것이다. 일만 하는 삶 보다는 조금 더 신나는 삶을 위해서.



여태까지 흘러다녔던 나의 생각들을 정리하여 나만의 취미에 대한 정의를 정리해보았다. 그런데 정리하고보니 내 직업을 고를 때보다 더 바늘구멍이란 말이지... (취미, 가능하겠나?)


1. 나의 인생을 위한 필수 활동은 제외한다. (요리, 운동, 탈락!)

2. 커리어와는 관련이 없어야 한다. (경영/HR/데이터/UX 관련 자기계발, 탈락!)

3. 너무 드물게 활동하지 않는다. (여행, 공연관람 탈락!)

4. 활동 자체가 즐거워야 한다.

5. 기본적으로 수상, 1등, 취득 등 그 활동의 최상이나 숫자를 달성하려는 목표 성취의 방향이 아닌, 그 활동에 대해 깊이를 가지는 방향성으로 향유해야 한다; 목표 지향적인 나에게는 굉장히 중요한 지표이다. 나는 무엇이든 목표가 생기면 달성하려는 욕구가 따라붙는 습성을 기본으로 가진 것 같다. 그래서 단순히 목표를 달성한게 좋은건지, 그 활동이 좋은건지 분간이 되지 않을 때가 있다.

6. 활동에 깊이를 가지기 위해 배우는 과정을 거칠 수는 있어도, 배우는 것 자체는 취미가 될 수 없다; 사실 배워보고 싶은 것은 정말 많다. 하지만 매번 이것저것 배우기만 하고서 그 활동을 끝내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활용을 해보고 싶은 것이 사실이다. 공부를 통해 박학다식해지는 부분도 분명 있겠지만, 내가 추구하는 취미는 업무 외 최소 한 분야에 대해 깊이를 가지는 것이다. (외국어'공부' 탈락!)

7. 좋아하는 취미인지 아닌지, 잘하는 활동인지 아닌지 판단하려면 최소 3년은 유지해야 한다. (ft. 법륜스님의 천일기도 권유)



브런치 연재를 시작한 것은 제대로 된 취미 활동을 찾아보겠다는 나 스스로에게 반신반의했기 때문이었다. 나는 항상 직업과 일이 우선이었는데 그런 내가 취미에 시간을 정기적으로 내겠다니... 중단과 실패의 역사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갔고, 이번에도 잘 될 것 같지 않았다. 그래서 공표를 하면 심리적으로 지키려고 노력하게 된다는 습성과, 연재의 의무를 조합한 것이다. 덕분에 평소에 글의 소재를 떠올리기 위해 취미에 대해서 숙고하는 시간이 잦아졌고, 내가 취미를 상당히 특별하고 고귀한 존재로 여기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유난스러운 면도 있지만, 이렇게 취미를 짝사랑하며 지내다보면 언젠가는 나에게 꼭 맞는, 진짜 좋아하는 활동을 찾게 되지 않을까?



분명 초반에 글을 쓸 때는 마치 치열하게 사랑하다 헤어진 전 애인같은 '일'을 잊지 못한 사람마냥, 과거에 일에 매진했던 얘기를 여러 번이나 썼었는데 나도 모르게 취미에 '짝사랑'이라는 표현을 쓰다니... 취미와의 관계는 조금씩 진행 중인게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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