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버는 사람이 된다는 것

사회 생활도 누가 가르쳐줬으면 하는 마음에서 쓴 글

by 벼리언니

오늘은 26살 이후 직장인의 인생을 살면서 느낀 점들을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나는 학생으로 살아온 기간이 사회인으로 살아온 기간보다 훨씬 길다. 학교에서 배웠던 것들, 내가 시험공부했던 내용들에서 그 아무도 20대 후반부터의 인생이 이렇게나 다를 것이라고 알려주지 않았다.


우선 ‘돈을 버는’ 존재가 된다는 건 정말 다른 건데, 거의 인생의 메인 이벤트 중 하나라고도할 수 있다. 그런데 그 누구도 이렇게 사회 생활이 학생 신분으로서의 삶과는 다르다는 것을 깊이 있게 알려주지 않았다.

'돈을 내고' 다니는 학교도 이렇게 힘든데, '돈을 받고 다니는' 회사는 당연히 더 힘들다는 말이 있다. 진짜 맞다. 학생때와는 달라지는 것이 너무나도 많고, 어쩌면 16년 학교 생활보다 더 오랜 기간 다녀야 될 곳인지도 모르는데, 나는 직장인이 되고서 정말 느낀 것들이 너무나 많다.


나는 몰랐지만, 그리고 아직 직장을 다닌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아직 취업을 하지 않은 취업준비생이나, 진로를 고민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이 글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Q. 어떤 회사가 좋은 회사인가?


이건 정말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이 기준을 정하는 게 너무나 중요한 것 같다. 물론 나도 맨 처음에 취업 준비를 할 때에는 어디든 들어만 갔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여러 기업들에 지원을 했다. 그때 보통 우리가 접하게 되는 정보는 산업/기업/직무/(정확하지 않은 대략의) 연봉이나 성과급/복지제도 정도이다.

그러나, 회사에 들어와서 가장 중요한 것은 조직문화, 내가 하게 되는 업무의 특성, 그리고 사람이다. 이걸 미리 파악할 수 있으면 좋은데 그게 정말 쉽지 않다. 그 회사에 아는 사람이 있다고 할지라도, 내가 들어가게 될 팀과 조직의 분위기, 그리고 나와 가장 가까이서 일하게 될 사람들의 성격과 성향에 대해서 알게 되는 것은 더더욱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사실상 '운'의 영역인 것 같다.


그러면 이 운의 영역은 내가 결정할 수 없는 것이니 미뤄두고, 그 외에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것들을 고려해 보는 게 다음 순서인 것 같다. 근데 이걸 고려하는 데 있어서 가장 정확한 건 일을 조금이나마 경험해 보는 것이다.

인턴이나 알바 등의 기회를 통해 나한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 그리고 가장 내가 취약한 것을 체감해 보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실제 현업자들을 많이 만나보는 것도 당연히 도움이 될 것이다.


우선 나의 이야기를 해보자면, 난 학생 때 가장 우선순위가 되었던 것이 '나의 일이 사회적으로 긍정적인 가치를 창출해 내는가'였다. 그래서 내가 관심을 가졌던 분야는 공기업이나 공무원, CSR/ESG 등 사회적인 영향을 미치는 범위의 일이었다. 그리고 나는 커리어우먼으로서의 삶을 매우 동경했다. 내가 당시 상상했던 미래 나의 모습은 광화문에 있는 직장에 다니며(광화문에 가장 가고 싶었던 회사들 중 하나가 있었다), 사원증을 걸고, 검블유에 나오는 화려한 오피스룩에 마무리는 꼭 또각또각 소리가 나는 구두여야 했다. 워라밸보다는 일에서의 재미를 추구하는 사람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고, 야근이가 강도가 높은 업무도 즐겁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또한, 나는 경영 학회 활동을 하면서 '사람들과 같이 일하는' 것에 재미를 느꼈다. 이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업무의 특성들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좀 더 독립적인 업무와 사람들과 협업을 많이 하는 업무가 있다. 그중에서도, 나는 협업을 해서 사람들과 소통하고, 의견을 나누어서 하나의 결과물을 완성해 가고, 분업을 통해 효율성을 높이는 그런 프로젝트성 업무를 선호한다고 생각했다. 흔히 말하는 팀플레이에 잘 맞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난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지는 내 이미지가 중요했기에, 누구나 아는 그런 기업이나 기관에 들어가고 싶었다. 이 정도의 기준을 가지고 취업 준비를 했던 것 같다.


한때 행정고시, 로스쿨을 잠깐 준비하다가, 국제관계나 무역 분야 공기업에도 조금 관심을 가졌었고, 결국에는 사기업 취업준비를 결심하게 되면서 대기업들을 위주로 지원했다.

재무나 회계, 경제 등 분야에는 큰 흥미를 못 느껴서 금융권은 제외하고, 영어에 큰 자신감이 없어서 해외영업이나 해외 컨설팅펌도 제외하였고, 인사/경영지원보다는 마케팅이나 기획의 일을 하고 싶어서 해당 직무를 모집하는 대기업들에 주로 지원을 했다.


내가 진로고민을 했던 구체적인 내용은 생략을 했기 때문에 좀 중구난방의 흐름이었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사실 이건 내 이야기고, 다음과 같은 기준들을 생각해보는게 중요하다.

일을 통해 성장을 하고 싶은 사람

본인의 자율성의 범위가 넓은 업무를 하고 싶은 사람 (반대의 경우는 업무의 가이드라인이 확실하게 주어져 있어서 그 가이드라인 안에서 업무하는게 편할 것 같은 사람)

안정성이 중요한 사람

워라밸과 퇴근 후 나의 삶이 중요한 사람

연봉이 가장 중요한 가치인 사람

산업이나 기업의 전망이 중요한 사람

조직 문화나 회사 내부의 체계화의 정도가 중요한 사람

복지가 중요한 사람

대외적인 지위나 사회적인 명예가 중요한 사람

등등..


이 중에서 내 우선순위를 정하고, 그에 맞는 회사가 좋은 회사가 되는 것이다.

결정적으로 내 인생에서의 목표에 대한 고민을 먼저 하고, 그와 같은 선상에서 진로 고민을 하는 것이 먼저인 것 같다.

그래서 나는 퇴근 후의 삶과 워라밸이 더 중요하다면, 업무의 강도가 그렇게 높지 않은 곳을 택하던지, 나의 업무의 자율성이 높은 업무 특성을 원한다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스타트업을 좀 더 자세히 알아본다던지 등등.

사실 취업 준비 과정에서는 이 모든 것을 고려하기에 너무 선택지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이걸 고려하지 않고 붙여주는 기업 아무데나 입사를 한다면 후회하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


Q. 직장인이 되면 어떤게 달라지는데?


사실 이게 내가 정말 하고 싶은 말들이다. 위에서 했던 이야기는 누구나 잘 알 수 있는 것이다.

돈을 버는 사람으로서의 지위가 바뀐다는 것은 정말 너무나 다르다.


우선, 나는 공과 사를 구분해야 한다는게 정말 어려웠다.

나는 감정의 영향을 많이 받는 사람이다. 학교를 다닐때는, 내가 컨디션이 안좋거나 기분이 안좋으면 그날 수업에 덜 집중을 하던, 공부 계획을 내일로 미뤄도 사실 거의 나에게만 영향이 있는거지, 남에게 피해를 주는 일은 잘 없다. 그러나, 회사에서는 돈을 받고 일하기 때문에, 내가 기분이 안좋고 일이 손에 안잡혀도 회사는 굴러가고 있고 나에게 일은 들어온다. 그래서 주5일, 아침 8시부터 오후 5시까지는 나는 자리를 지키고 있어야 하고, 앉아 있어야 한다.

남자친구와 헤어져서 아무것도 손에 안잡히는데 회식을 가서 그 감정을 숨겨야 하고, 기분 안좋은 일이 있어서 일을 관두고 싶은데 회의 준비를 해야하는 등. 난 공과 사를 구분해야 하는게 가장 힘들었다.


그리고 사람과의 관계이다. 이젠 사적인 관계와 비즈니스의 관계를 뚜렷이 구분해야 한다.

나는 사람을 정말 좋아하고, 잘 믿고, 마음을 잘 여는 사람이다. 그래서 내가 마음에 드는 사람을 만나면 내 이야기도 많이 하고, 잘 믿고, 반대로 기대가 높아지니까 실망도 많이 한다.

비즈니스로 만난 사람들과 사적인 관계로 넘어올만큼 친해질 수는 있지만, 내가 회사 생활을 하면서 느낀건, 비즈니스 관계에 있는 사람들은 내 친구들은 아니라는 점이다.

우선, 너무 믿으면 안되고, 너무 큰 기대도 하면 안된다. 또, 그들과 필요 이상으로 친해질 필요가 없으니, 너무 감정을 많이 쏟을 필요도 당연히 없다. 회사라는 곳이 생각보다 소문이 너무 빠른 곳이다. 그런데 이 평판이 나의 커리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 항상 어느정도 경계심을 낮추면 안되는데, 나는 사람을 기본적으로 너무 좋아하고 마음을 잘 열다보니까 이게 쉽지 않다. 그래서, 회사에서 만난 사람들과 너무 친해져야 한다는 강박을 가질 필요도 없고, 그들에게 상처받을 필요도 없다. 감정을 빼고 기본적인 사회성만 가지고 지내도 괜찮다는게 지난 2년간 회사 생활을 하면서 느낀바이다. 물론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수는 있지만, 이런 마인드셋을 장착하는 것이 나에게는 상처를 덜 받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다음은, 삶의 재미와 목표이다. 나와 비슷한 또래라면, 살아오면서 지금까지 뚜렷한 목표가 있었을 것이다.

입시, 졸업, 취업 등등 어느 시기가 되면 모두가 비슷한 목표를 위해 달려가고, 그 목표 하에 내가 해야될 일이 정해져 있었다. 그런데, 직장을 들어오면, 이 목표라는 것이 모호해지고, 그리고 사람마다 목표를 정의하는 내용이 너무나 달라진다.

나는 목표지향적인 사람이고, 성취 동기가 굉장히 강한 사람이다. 이게 내 장점이라고 생각하지만, 취업을 한 후, 인생 처음으로 목표가 없어진 듯한 느낌이 들었고, 이게 너무나 힘들었다. 그래서 나는 가만히 있지 못했고, 다양한 모임을 통한 새로운 인맥 넓히기, 이직 준비 등 다양한 목표를 끊임없이 찾아다녔다.

그리고, 직장인의 삶이 사실 꽤나 단조롭다. 야근이 일상이 되지 않는 이상, 퇴근 후부터 잠에 드는 시간까지 어느정도 시간이 남는데, 이 시간을 보내는게 점차 단조로워진다.

입사초에는 동기들이랑 저녁 약속도 많았고, 퇴근하고 평일 주말 상관없이 사람들도 많이 만나고 다녔다. 그러다가 점점 평일에는 출근할 에너지를 아끼기 위해서 퇴근하고는 아무 약속도 잡지 않게되고, 그 남은 시간들에 할 일이 운동이나 침대에 누워서 보내는 시간 정도로 정해진다.

그리고 수많은 직장인들이 자신의 삶을 루틴화한다. 직장 - 집 - 운동 - 자기계발 시간 등으로 구성된 루틴은 매일매일 똑같이 반복된다. 그런데 나는 이런 삶을 앞으로 몇십년을 더 해야한다는게 너무나 재미없게 다가왔다.

그래서, 직장 외에 시간들을 내가 어떻게 구성할지에 대한 생각도 반드시 필요해지는 것 같다. 그러지 않으면 너무 인생이 단조로워지는 것 같아서 말이다.

취미를 사실 억지로 찾는 것이 난 아이러니하다고 생각하는데, 독서나 운동 등 취미에 흥미를 붙이는게 가장 좋은 것 같고, 취미가 없는 사람들은 나처럼 이렇게 생각을 눈에 보이는 글을 끄적여 보는 것도 좋은 것 같다.


대학만 가면 인생이 정말 꽃길과 같을거라는 환상을 가지는데, 직장인은 다르다. 직장인이 되면, 그래도 처음에는 뭔가 새롭고 설레고 재미있는 부분이 있을수도 있는데, 이 곳은 돈을 버는 곳이다보니까, 학생 때와는 정말 다른 사회인건 맞다.


하지만 직장인이 되면 좋은 것도 있다. 나는 안정적인 삶보다는 좀 더 다이나믹하고 뭔가 꽉차서 바쁜 삶을 좋아하지만, 안정적이고 루틴한 삶에서 편안함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직장인으로서의 삶에서 그다지 괴리감을 느끼지 않을 수도 있다.

우선, 돈을 버니까 씀씀이도 좀 더 커지고, 경제적으로 더 자유로워진다. 그리고, 출퇴근의 온오프가 철저히 나누어져 있어서, 퇴근하고 과제를 하거나 다른 알바를 하는 그런 고민은 좀 덜 수 있다. 출근해서 일을 열심히 했으니까, 퇴근하고 침대에서 안 나와도 아무런 죄책감이 없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이 모든걸 미리 알았다면, 좀 달랐을텐데. 나도 좀 더 내 인생을 효율적으로 설계할 수 있었을 것 같다.

직장인의 삶이 궁금한 사람들에게는 조금이나마 이 글이 의미있게 다가갔으면 뿌듯할것 같다.

keyword
이전 01화스물아홉이라서 쓸 수 있는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