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아홉이라서 쓸 수 있는 글.

벼리언니로 써내려갈 글_서론

by 벼리언니

2024년에 어떤 계기로 거의 일기에 가까운 편하게 끄적인 글들을 친한 지인들과 공유하기 시작했다. 정말 솔직한 나를 담은 글들을 다행히도 친구들이 좋아했고, 그 반응들에 탄력을 받아 다시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쓰기 시작했다. 생각이 쌓이거나, 하고 싶은 말들을 평소에 다 풀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때는 노트북을 들고 카페에 가서 글을 썼다. 그 때 좀 더 이 작업들을 본격화하고 싶어졌고, 그 첫 시작으로 브런치 작가가 되어보자는 목표를 세웠었다.


나는 생각보다 추진력이 있는 사람이다. 무언가 고민을 하나 하기 시작하면, 그 고민에 빠지게 되고, 그 고민을 내 눈앞에 펼쳐놓을 수 있는 방법을 찾으면 생각보다 쉽게 행동으로 옮긴다. 저번주에도 퇴근하고 소파에 앉아서 글을 쓰다가, 올해 내 목표가 문득 생각이 났고, 1시간도 안걸려 브런치 작가 신청을 마쳤다. 정돈된 에세이라기 보다는 나의 일기에 가까운 이 글들로 승인을 받을 수 있을까 반신반의한 상태였는데, 오늘 승인 메일을 받고 너무 기분이 좋았다. 제3자로부터 피드백을 받는다는건 언제나 너무나 떨리지만, 그 피드백을 통해 인정을 받으면 그것만큼 신기하고 기분 좋은 일은 없는 것 같다 :)


이 글은 내가 이 브런치 피드를 어떻게 꾸려나갈 것인지에 대한 서론이라고 할 수 있다. 앞선 두 글은 작년에 내가 한창 힘들었을때 블로그에 썼던 글들을 몇개 가져온 것이고, 이제부터 쓰는 글들이 정말 2025년의 나, 스물아홉의 내가 쓰는 글들이다.


브런치 작가 신청을 하면서 작가 소개와 앞으로 연재할 스토리를 소개하는 글을 쓴다. 그 소개글에 내 앞으로의 글들에 대한 결이 잘 담겨져 있는 것 같아 공유해보려 한다.




20대 끝자락에 서있는, 아니 끝자락을 잡고 있는 29살입니다. 저는 예민한 사람이여서 제 스스로의 비위를 맞추는 것이 가장 어렵습니다. 그러나 저는 섬세하기에 스쳐가는 순간들에서 의미를 발견하고, 기록하며, 그 순간을 긴 시간동안 기억하고 사랑할 줄 아는 사람입니다. 나름 좋은 대학, 좋은 직장이라는 배경을 가진 저는 그 배경에 갇혀 살았던 것 같습니다. 이 좋은 배경을 가진 내가 실패하는건 말이 안된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수많은 좌절을, 그리고 이를 극복한 제 20대를 매순간 느끼고 기록하고 사랑하려고 노력중입니다.


하고싶은 말이 언제나 너무 많은 나로서는 제한된 글자수안에 나를 표현하는 것이 너무 어렵지만, 300자 안에서 나를, 그리고 나의 글을 소개하기에 이정도가 최선이었던 것 같다.

내가 최근 블로그에 쓴 글들을 모아둔 폴더의 이름은 '소중한 20대의 조각들'이다. 보통 삶을 10살 단위로 나누어 회고를 한다고 볼때, 난 아직 그 10년의 단위 중 고작 세번째를 지나오고 있지만, 너무나 확신할 수 있는건 난 100세가 되어서도, 내 20대를 정말 생생하게 그릴 수 있을 것 같다는 점이다. 10대였던 시절에도 난 그렇게나 20대 '어른'들을 동경해왔고, 내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도 내 20대는 정말 소중한 시간들일 것임에 틀림없다는 확신이 갑자기 스쳐지나갔다. 그리고 난 20대의 끝자락에 서있는 스물아홉살이니까. 요즘 들어서는 20대의 끝자락을 '잡고있는'이라고 표현하는게 더 맞을 것 같은게, 스물여덟에서 스물아홉이 되니까 이젠 정말 나의 20대가 끝나가는 것에 아쉬움을 느끼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스물아홉살이 되어서야 이제 거의 끝나가는 20대를 다시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해서, '다시 쓰는 20대'를 주제로 잡아보게 되었다.


나는 '예민하면서도 섬세한' 사람이다. 그래서 난 정말 작은 사건과 소재 하나에 대해서도 감정을 느끼고, 그것에 담긴 추억과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동시에 스쳐지나가는 이야기와 아주 짧은 1초의 순간에도 감정이 움직이고, 날씨처럼 변하는 나의 기분을 따라가는 것이 힘들때가 있다. 이런 나이기에 조금 더 색다른 글을, 더 솔직한 글을 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나의 20대는 '우물안의 개구리에서 벗어나는' 시간들의 연속이었다. 위 소개에서 말했듯이 '나름의 좋은 배경'을 가지고 있는 나는, 실패하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사실 크게 실패해본 경험이 없었던 것 같다. 그런 내가 대입이 끝난 후 대학 생활에서의 수많은 인간관계들을 마주하고, 진로 고민을 하고, 취업 준비를 하고, 이직을 하면서 정말 수없이 많은 어려움에 부딪혀야 했고, 그 어려움들은 내가 지금까지 겪어온 시간들과는 정말 결이 달랐다. 그 시간들이 더욱 힘들었던 것은 '나만 겪은 특별한 어려움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20대라면 모두가 겪을 수 있는 어려움이었고, '이렇게 힘든게 당연한거라고?'라는 의문이 언제나 나에게 칼날처럼 꽂혔다.


하지만, '예민한만큼 섬세한' 나는 그 모든 순간들에서 의미를 찾으려고 노력했고, 그 의미들은 내 20대를 더욱 촘촘히 채워줬다. 그 순간들을 기록하고 있는 곳이 나의 브런치 피드가 될 것이고, 이 글들을 통해서 모두가 각자의 20대를 다시 써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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