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되려고 했나

모두의 인생은 극적인 인연과 우연의 연속인거야

by 벼리언니

점이 모여서 선이 되듯, 우리 인생의 매 시간이 매일이 되고, 그 매일이 모여 한달, 일년, 그리고 한 시대가 된다. 내가 이 브런치를 통해서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 것이 나의 한 시대인 20대인데, 그 시간이 뭐 그렇게 거창한 것은 아니다. 그저 그 순간의 점들을 지나고 나니, 선이 보였고, 약 10년에 가까운 시간을 돌이켜보니 그 선이 모인 면들이 이제서야 조금씩 보이는 것이다.


나는 인생 이야기를 참 좋아한다. 그 인생 이야기는 시시콜콜한 일상 이야기가 될수도있고, 지난 내 과거를 후회하는 이야기가 될 수도 있고, 미래를 그리는 조금은 뜬구름잡는 이야기가 될수도 있다. 그 각자의 스토리에서 우리는 하나의 공감 포인트로 귀결될때, 짜릿한 공감을 느끼며 하이파이브를 한다. '그래 나도 그랬어,' '그래 그거야. 그게 인생이지. 그게 20대지.'


나의 20대도, 20대를 지나고있고 지나온 내 주변 사람들의 20대도 모두 그랬던 것 같다. 그 순간에는 매일을 살아내기에 급급했으나, 돌이켜봤을때 우린 모두 하나씩의 드라마를 품고 있다.


내가 그때 그렇게 행복했어, 내가 그렇게 어려웠다? 진짜 아팠던 그 순간이 지금 지나고보니 도움이 되더라.


우리는 그렇게 그 순간의 감정과 수년 후 돌이켜봤을때의 후회, 배움,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온전히 내 것이 된 그 스토리들을 가슴 한켠에 간직하고 살아간다. 그리고 그 것이 각자의 이야기이지 인생이 된다.


그때는 몰랐던 순간들이 지나고보니 어쩜 그렇게 일이 되려고 했던건지. 톱니바퀴가 맞듯이, 마치 누가 처음부터 설계했듯이 딱딱 들어맞는게 너무나 신기하다.그런데 그게 또 인생이고 내가 지금 여기에 있게 된 수많은 갈림길의 모습이다.


닥터 스트레인지는 미래의 수많은 경우의 수를 들여다 본다. 우리의 인생도 그 수많은 경우의 수라는 갈림길 앞에서 매 순간 매초 선택을 해야되고, 그 결과로 나는 또 그 누구와도 똑같지 않은 인생을, 나만의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있다.


'다 인연이 있는거야.' '다 이렇게 되려고 그랬던 걸거야' 라는 말로 생각보다 쉽게 풀리는 고민들이 많다. 오히려 그런 경우들이 더 많아지고 있다. 과거에는 머리 아프게 고민했던 지점들인데, 지금은 저 한마디로 잠재워진다.


정말 누가 나를 '억까하는 것 같은' 시기가 다들 있다. 어쩜 이렇게 인생이 안풀리는지. 그 시기에는 모든 것들이 한번에 안 풀린다. 물론 인생의 모든 것들이 안 풀리지는 않았지만, 그 당시에는 나에게 정말 중요한 요소들에만 집중하게 되니까. 인간관계, 사랑, 진로, 돈 등. 각자 주제는 다르겠지만 모두 터널을 지나는듯한 시기가 있을 것이다.


나는 그 터널을 지나고 있을까? 아직 안 지났을까? 아니면 이미 지났을까? 내 인생이 끝날때 쯤, 이 질문을 했던 2025년 29살의 이 시점을 기억한다는 전제하에, 그 시기가 되어야 답할 수 있을 것같다. 우선 나는 지금까지 인생만 두고 봤을 때, 그 터널을 막 지나온 것 같다. 그 시간은 2-3년정도 짧지도 길지도 않은 시간이었다. 물론, 그 시기보다 힘든 시간은 이제 내 인생에서 다시 없길 바란다..ㅎㅎ


그 시기를 어떻게 지났는지 말고, 그 시기를 지금 돌이켜봤을 떄. 난 이 글의 제목과 같은 말을 하곤 한다.


그래. 이러려고 그랬나봐.



무엇도 풀리지 않았던 시기였다. 내 하루의 절반 이상을 보내는 회사가 마음에 들지 않았고, 사랑도 우정도 뭐 하나 쉽지 않았고, 20대에 수많은 인생의 과업들을 해치워내야한다고 말하는 대한민국 사회는 압박으로 다가왔고, 몸도 마음도 무거워져만 갔다. 지금도 난 그 3년 가까운 시간 당시 찍었던 사진들을 잘 보지 못한다. 너무 막막했다.


근데 이제서야, 그 지독하던 터널에도 끝이 있음을 안 뒤에야, '그래 이렇게 되려고 그랬나보다'라는 말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다 지났으니까.


난 잘 맞지 않은 일을 해봤기에, 오히려 나에게 맞는 일을 찾을 수 있었다. 힘든 사람들을 겪어봤기에, 내게 잘맞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었다. 여리고 약했던 나에게는 조금 벅찼던 일들을 어쨌든 견뎌냈기에, 많이 단단해질 수 있었다. 무엇보다 떨어져봤기에, 지금에 무한히 감사할 수 있었다.


그 때 내가 잘 맞는 팀 사람들을 만나고, 일에도 어느 정도의 흥미를 잃지 않았다면 난 이직을 하지 못하고 지금의 새로운 인연들과 새로운 삶을 마주하지 못했을 것이다. 영업도 겪어보고, 마케팅도 겪어보고, 유통업에서도 일해보고, 제조업에서도 일해보니까 난 또 나름 조금 더 넓은 시야로 사회를 볼 수 있게 된 것 같다. 그 때의 인생에 안주했다면 난 언젠가 한번쯤은 힘든 풍파를 지금 겪어내고 아파했어야 할지 모른다. 그 때 그 인간관계에 집착했더라면, 난 지금 더 좋은 사람들을 만나지 못했을 것이다.


그 때 울었던 시간들이 결국 지금의 안정적이고 행복한 나를 만들어냈다는 것이 너무나 아이러니한데, 근데 그게 또 인생이다.


모두의 인생에는 인연이 있고, 타이밍이 있고, 우연인 것처럼 보이는 수많은 연결고리들이 있다. 이 모든 과정 속에는 과학적으로 설명될 수 없는 무언가가 있는 것 같다.


인연을 찾는 일이 특히나 그렇다. 인연을 찾는 것만큼 큰 행복과 안정감을 가져다주고, 반대로 큰 막막함을 가져다 주는 일은 또 없는 것 같다. 이게 단지 친구 및 지인이나 연애와 결혼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내가 원하는 기업에 합격하는 것, 그것도 인연이고, 내 조건과 상황에 딱 맞는 집에 입주하게 되는 것, 그것도 인연이다. 결국 그 과정을 거쳐서 나의 인연이 되는 그 무언가를 딱 만났을 때 느끼는 뿌듯함의 기억으로 살아가는 것 같다.


나는 그 모든 과정을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무언가'라고 정의한다. 정말 수천만명, 수십억명의 사람들 사이에서, 닥터 스트레인지가 만들어내는 것과 같이 무한개의 가능성 중에서 지금의 나로 귀결되는 그 순간을 마주하는 것. 이 순간을 통제할 수 있다면, 그 존재가 전지전능한 신이 아닐까.


'너의 인연이 아니었던거야'라는 말을 정말 많이 들어보고 살았다. 이 말만큼 막막하고, 그러나 이 말만큼 위로가 되는 말이 없다. '나의 인연은 그럼 언제 찾아온다는건지 아무도 모른다는거야?'라는 말임과 동시에 '그럼 나의 인연은 언젠가는 무조건 있다는것이네'라는 말이 되기도 한다.


이 인연이라는 말로 정말 많은 고민들에 답을 주었다. 나의 인연이 아직 찾아오지 않았고, 그 인연은 무조건 있을 것이고, 결국 그 인연들을 찾아내는 과정이 인생이라는 것.


그리고 그 인연을 찾아내고 나서야, '그 우연의 순간들이 모여서 내가 결국 지금의 인연을 만나게 되었나봐'라고 돌이켜볼 수 있는 것이다.


너무 신기한 과정이다. 누군가 맨 처음부터 '너는 이런 직업을 가질거고, 너는 이러한 집에 살거고, 너는 이런 배우자를 만날거고, 이만큼의 돈을 벌거야' 라는 것을 마치 정해준듯한 느낌을 받는다. 내 인생은 결국에 이렇게 풀릴거였고, 내가 겪었던 그 모든 과정들은 결국 이 길을 마주하기 위한 또 다른 순간에 불과했다는 것.


그 때 그 회사에 떨어졌으니까, 난 지금 이런 새로운 일을 할 수 있게 되었고, 이런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던거야. 그때 그 주식에 물렸으니까 그때라도 빠져나올 수 있었던거야. 그때는 그게 최선인 줄 알았는데, 지금 돌이켜보니까 꼭 그런건 아니었나봐.


시간이 지나서 돌이켜봤을때, 그 수많은 의미없는듯했던 점들이 다 이어져서 지금까지 이어져오는 선처럼 보일떄. 우린 인연과 우연의 힘을 느낀다.


그리고 그 인연과 우연을 또 기대하고, 찾아가는 그 과정에 진심으로 임한 사람들만이, 나중에 술자리에서 안주삼아서 본인의 인생 '썰'을 풀 수 있을 정도의 경지(?)에 오를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그리고 지나고 나서야 그 순간들이 그저 우연이 아니었고, 내 인연은 결국 있다는걸 알 수 있을것...이다!!!


-끝.


keyword
이전 02화돈 버는 사람이 된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