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렸던 나의 세계를 긍정하기까지
처음 에세이를 써야겠다고 마음먹은 건 답답함 때문이었어요. 하루 종일 올라오는 마음들을 그냥 흘려보낼 수 없었고, 하루하루를 그냥 지나칠 수 없다는 절박함이 있었어요. 무언가 내가 살아있다는, 이렇게 살고 있다는 흔적을 남기고 싶었죠. 그렇게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첫 글을 썼습니다.
이제 마지막 20화를 쓰는 지금, 새삼스레 많은 게 달라졌어요. 초기의 그 답답함은 거의 사라졌고, 글을 쓰고 공개하는 것이 두렵지 않아 졌어요. 오히려 글쓰기가 재미있다고 느끼게 되었어요. 하지만 제가 말하고 싶은 가장 큰 변화는 따로 있습니다.
저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저의 세계를 긍정하게 되었어요.
밖을 보는 게 아니라, 저를 보게 된 거예요. 세상과 타인의 기준에 나를 맞추는 게 아니라, 나에게 주어진 나의 세계, 그 우주 안에서 독자적인 나란 존재를 인정하고 긍정하게 된 거예요. 그것이 이 연재를 통해 얻은 가장 큰 선물이에요.
또 하나 큰 변화는, 몸과 화해한 것입니다. 저는 매번 거울을 볼 때마다 단점을 찾아내서 미워하고, 끊임없이 보기 좋게 바꾸려 했었어요. 하지만 이 몸은 나의 모든 경험과 기억을 함께 견뎌준 고맙고 사랑스러운 존재라는 것을 이제 깨달았어요. 남이 보기에 어떨지 몰라도, 나에겐 태어난 직후부터 항상 나와 함께 살고 싶어 했던, 세상에 다시없을 집 같은 존재이죠. 저는 이제 과거와는 다른 의미로 제 몸을 돌보고, 그 방법을 배워나가고 있어요. 몸의 소리를 듣고, 몸이 무엇을 말하고 싶어 하는지 귀 기울이게 되었어요.
그리고 또 제가 늘 괴로웠던 이유 중 하나인, 부정적인 감정을 대하는 태도가 변했어요. 저는 두려움이나 열등감, 살면서 당연히 자연스레 느낄 수 있는 모든 부정적인 감정을 두려워하고 있었어요. 부정적인 감정은 “나쁘다”라고 규정짓고 가까이하지 않으려고 했죠. 그런 감정을 느끼는 나 자체를 또 두려워하면서 저항하고 어떻게든 긍정적으로 바꾸려고 애를 썼어요. 하지만 지금은 그 모든 애씀은 오히려 부정적인 감정을 더 크게만 만들 뿐이라는 걸 압니다. 그래서 이젠 더 이상 삶의 자연스러움과 싸우지 않게 되었어요. 그저 인생의 한 부분으로 “아, 이번엔 이게 느껴지는구나.” 하며 그것을 정면으로 바라봅니다. 그 감정들이 하고 싶어 하는 말을 들어줘요. 그들이 저를 살아있게 합니다.
이 모든 것이 정말 치유의 여정이었네요.
제대로 에세이를 써보겠다고 마음먹은 것도 처음이었고, 20화까지 연재를 완주한 것도 처음이에요. 그리고 이 결정을 정말 잘한 것 같아요. 두렵고 답답했던 그때의 제가 용기를 내 시작해 줘서 고마워요.
이 글을 읽어주신 독자 분들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독백 같기도 한 제 글을, 솔직한 마음들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연재는 끝이지만, 글쓰기는 계속할 거예요. 조금 자유롭게 쓰고 싶을 때, 쓰고 싶은 것들을 쓸 수 있을 것 같아요. 짧은 20화의 여정이 시작할 땐 생각지도 못한 자유를 선물해 주었네요.
나의 세계를 긍정하는 법을 배운 이 시간들에게, 그리고 제 부족한 글을 읽어주신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