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움은 나쁘지 않다

by 소은

때때로 타인이든 아니면 제 자신이든 미워질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마음 한켠이 조마조마해져요.

미워서 밉다고 말해버리면, 그걸 인정하는 순간 온 세상에게 미움받을까봐 무서워서요.

제가 끝내 미움받는 존재로 굳어버릴까 봐요.


그런데 가만히 들여다보면, 저를 정말 괴롭게 하는 건 미움이라는 '감정'이 아니라,

‘이건 옳고 저건 틀렸다’는 관념이었어요.

그 목소리는 가끔 가위눌릴 때 들리던 소리처럼 또렷합니다.

“그렇게 하면 안 돼.”

“이건 이렇게 해야 해.”

“그 사람은 틀렸어.”

마치 저를 올바른 길로 인도하는 것처럼 말하지만,

사실은 저를 끊임없이 몰아붙이고, 조여오고, 숨 막히게 만듭니다.


제가 이러한 기준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살고 있다는 걸 새삼스레 알게 되었어요.

그리고 저도 모르게 제 자신도, 다른 사람도 통제하고 싶어했다는 것도요.


저는 제가 옳다고 믿는 방식으로 살아야 마음이 놓였던 거에요. 아니, '편해진다'고 믿어왔죠.

하지만 세상은 그렇게 움직이지 않아요. 사람은 저마다의 리듬으로 살아가고, 삶은 제가 통제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저는 그럴 때마다 스트레스를 받고, 그 스트레스가 미움이란 감정으로 바뀐 거였어요.


끝에가서는 저를 미워하게 돼요.

‘이 정도는 해내야 하는데’

‘이런 마음 가지면 안 되는데’

‘이렇게 살아야 하는데’

그런 “해야 한다”의 문장들이 제 안을 가득 채웁니다.

하지만 사실, 그건 저의 진짜 목소리가 아니죠.

그건 저를 지켜주려다 오히려 목줄을 채워버린, 오래된 관념의 목소리였습니다.


이제 조금씩 알아차리고 있어요.

“지금 나를 괴롭히는 건 미움이 아니라, ‘틀렸다’는 생각이구나.”

“이 기준이 나를 안전하게 만든 줄 알았는데, 오히려 가두고 있었구나.”


밉다는 마음을 인정하는 건, 미움 그 자체가 되는 게 아니라

그 미움을 통해 제 안의 기준과 관념을 비춰보는 일이었습니다.


미움을 끌어안고 나면,

조금씩 자유로워지는 저를 느껴요.


그리고 그 자리에,

작은 따뜻함이 남았습니다.

마치 오래 닫혀 있던 마음 한 구석에

햇살 한 줄기가 스며드는 것처럼.

그 미움이 녹아내린 자리에,

'이해'가 남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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