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담임은 국사를 가르쳤고, 역사 뒤편에, 숨겨진 이야기들을 해주셔서 인기가 많았다. 역사의 뒤향길이라고 부르며. 그럴진대, 담임과 독대는 언제나 부담된다. 그래도, 할 말은 해야겠다. 나는 대학교 갈 생각이 없었다.
"그래. 어디 대학 생각해?"
담임은, 내 예전 성적을 뒤적이며 물었다. 꿀꺽.
나는 마른침을 한 번 삼켰다. 혓바닥으로 마른 입술을 한 번 훑고, 어렵게 입을 열었다.
"저......대학 안 가려고요."
담임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안경을 올렸다. 잠깐의 침묵. 수업 시간에는 참 유머러스하다 생각했다.
허나,
이렇게 말없이 나를 빤히 보니, 무서웠다. 눈 밑 다크서클 때문인가.
"이유는?"
침묵을 깨고, 예상했던 질문을 던진다.
"공무원 할 거예요."
"공무원? 9급 공무원?"
"예."
"그게......이유야?"
"예."
"그럼, 그냥 대학교 가라."
담임은 별거 아니라는 듯, 툭 던졌다. 잠들지 못한 채, 뜬 눈으로 며칠 밤을 지새운고민을, 길 가 잡초처럼 무심히 짓밟는 느낌. 나는 약간 격양된 채, 다시 입을 열었다.
"아니, 공무원 할 건데, 대학교 갈 필요가 있어요?"
담임은 내 말에 다시 안경을 올렸다. 다크 서클이 더 밑으로 내려온 느낌.
"인생은 말이야......"
그리고, 짧은 한숨.
"휴......인생은 말이야,선택지를 늘리는 게임이야. 지금 네가 공무원이 될 거라지만, 살다 보면 어느 바람이, 어느 강물이,너를 어디로 데려다 놓을지 알 수가 없어요."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그거랑 무슨 상관인데요?"
이번엔 짧은 신음.
"음......대학교 나오면 선택지가 늘어나. 공무원 하다가 전공 살려서 일할 수도 있고, 반대로 전공 살려서 일하다가 공무원할 수도 있지.나중에네가 어디에 있을지, 무엇을 할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니...... 선생님 말을 들었으면 해."
"......"
곰곰이 생각해 보니 맞는 말이다. 인생은 알 수 없으니. 반박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선택지가많으면 좋으니까. 막말로 공무원 못 될 수도 있으니.
"대답은?"
내 시무룩한 표정을 보며, 담임이 묻는다.
"네......"
그렇게 면담은 끝났다. 대학 가기로 결정했으니, 승철이, 성중이랑 주말에국.영.수.학원을 다니기로 했다.
아침부터 수업해서, 오후에 끝나고, 저녁까지 자습하는 커리큘럼이다. 석관이는 이과고, 전문대로 진로를 정해서, 학원은 안 다닌다고 했다. 주중에는 야자, 주말에는 학원. 그런 일과가 계속되었다. 그래도 가끔은 도망쳐 스타크래프트를 즐겼다.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헌데,
성중이는 그 와중에도 신기한 곳을 찾아냈다. 바로, 학원 건물 옥상인데, 버려진 소파와 고장 난 음료수 자판기가 덩그러니 놓여있는 장소였다. 녹슨 철제 사다리로 올라가야 했으니, 쓸데없는 탐구심이 없다면 발견도 힘들었고, 담력이 없다면 갈 수도 없었다.
"이런 곳이 있다니......"
다 같이 비슷한 소감을 말했다. 그리고, 그곳은 우리 셋, 아지트가 되었다.
이름도 지어주었다. '아웃사이더의 옥상'이라고.
별 의미는 없었다. 어감이 있어 보였고, 그뿐이었다.
우리는 뒷자리 혹은, 중간 자리에 앉았는데, 일찍 와서 매일 앞자리에 앉는 여자애가 눈에 들어왔다.
하얀 피부에 밝은 목소리, 동그란 안경을 쓴, 그녀는 정말 귀여웠다.
쉬는 시간, 학원 옥상에 버려진 소파에 앉아 멍하니 있다가,갑자기 그녀 생각이 났다.
"야. 걔 귀엽지 않냐. 앞에 앉은 애. 맨날 펭귄 물컵에 물 먹고......"
그래서, 별생각 없이중얼거렸다. 그러자,
"걔 이름은 전지연이야."
승철이가 말했고,
"서대문에 산다는 데?"
성중이가 답했다. 모두가 관심을 가졌던 모양. 우리 셋은 어이없다는 듯, 서로를 보다가. '아. 사람 보는 눈은 비슷하구나.'라고 마무리했다.
나는 왠지 기분이 나빠져 고장 난 자판기를 두어 번 발로 차며, 화제를 돌렸다.
"요즘도 오아시스 듣냐? 성중아."
"당연하지. 요즘도 지오디 듣냐? 명욱아?"
"아니, 요즘은 음악 안 들어, 수능 볼 때 머릿속에 자동 재생 될까 봐."
"그런 노래는 재생 안 되니까 괜찮을 텐데......적어도 오아시스 정도는 되어야지."
"하. 그러시겠지요. 음악 사대주의자님."
그렇게 시답지 않은 이야기를 마치고 교실에 들어오는 데, 실수를 했다.
-쨍그렁-
앞문으로 생각 없이 들어오다 보니, 그녀의 자리에 놓여있던 도자기 컵을 깨뜨렸다. 정확히 말하면 뚜껑 부분만. 펭귄 모양 도자기 컵인데, 팔꿈치로 펭귄 머리 부분 뚜껑을 쳐서 떨궜다.
"아. 미안......"
나는 얼굴이 벌게져서 허둥지둥거렸고, 그녀는,
"아냐. 괜찮아. 안 다쳤어?"
오히려, 나를 걱정해 주었다. 성중이와 승철이는 어디선가 빗자루와 대걸레를 가져와 널브러져 있는 도자기 조각들을 쓸어 담고, 바닥을 닦아 주었다. 정말 고마웠다. 딱, 성중이의 말을 듣기 전까지.
"펭귄 뚝배기 깨버렸네. 불쌍하게도."
쿡. 쿡. 그녀가 웃었고, 나만 얼굴이 더 붉어졌다.
"미안. 내가 물어 줄게."
내가 다시 한번 사과하며 물어준다 하자, 그녀는 고개를 저으며,
"아냐......진짜 괜찮아. 그래도 아끼는 컵인데, 네가 뚝배기를 깼네."
라고 했다. 그녀 입에서 뚝배기라는 단어가 나오자, 뭔가 어울리지 않았지만, 그걸 신경 쓸 데가 아니었다
"내가......꼭 똑같은 걸로 사줄게."
"아냐. 이미, 펭킹이는 죽었어."
컵에 이름도 붙여줬나 보다.
"미안해."
내 거듭된 사과에 그녀는 웃으며,
"아냐. 농담이야. 진짜 괜찮아. 수업 시작하겠다."
그 후에는 어떻게 공부했는지 기억도 안 난다. 쉬는 시간에, 승철이랑 성중이는 그 상황을 흉내 내며놀렸다.
"미안해. 엉엉. 미안해. 내가 뚝배기를 깨서 미안해."
성중이가 나를 따라 하고, 승철이가,
"그래. 펭킹이는 뚝배기 박살 나서 죽었어. 이미, 죽었는데 네까짓 것이 살릴 수 있겠냐?"
그녀를 따라 하며상황극을 했다. 화내기도 애매하다. 깼을 때, 실질적으로 청소해 준 게 이놈들이니. 그렇게 해프닝으로 끝나고, 그녀의 펭킹이 뚝배기에는 조그마한 플라스틱 쟁반 같은 것이 올려져 있게 되었다.
뭔가, 그로테스크한 느낌. 예전에 인디아나 존스라는 영화에서, 원숭이 골 요리 먹을 때 장면이 떠올랐다. 그래서 한동안 비슷한 컵을 찾아봤는 데, 펭귄컵은 없었다.
"펭귄 모양 도자기 컵이 그렇게 귀한 물건인지 몰랐네......"
내 혼잣말에 친구들은 다시 한번 날 따라 하며 웃었다. 그 일이 있은 후, 그 주 저녁. 학원 야자가 끝나고, 토요일 저녁.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그녀를 보았다.
"안녕."
가슴이 쿵쿵거렸다. 심장이 있음을 알고는 있었으나, 느낀 것은 처음이었다. 몹시 무겁고, 진중했다. 아니, 살짝 가볍게 뛰는 느낌인가.
"어? 안녕."
내 인사에 그녀는 밝게 답했다.
"같은 물컵 찾아봤는데 없더라. 혹시 다른 것도 괜찮으면......"
그녀는 웃으며,
"진짜 괜찮아. 이름이......"
"명욱이야. 지연아."
내가 자신의 이름을 말하자, 안 그래도 커다란 그녀의 눈이 더 커졌다.
"어떻게 알았어?"
"뭐...... 그냥......"
우리는 버스가 올 때까지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독서를 좋아하고, 운동은 싫어한단다. 걷는 것은 좋아하지만, 뛰는 것은 싫단다. 국어, 영어는 좋지만, 수학은 싫단다. 대학교 가면 남자 친구는 꼭 사귈 거란다. 제발 나였으면. 상상 속에서 우리는 벌써 예식을 마치고, 신혼여행을 위해 공항에 도착했다.
"어? 버스 왔다. 안녕. 명욱아."
공상을 깨는, 그녀 목소리.
그리고,
그녀는, 파란색 770번 버스를 타고 떠나버렸다. 매정하다. 나는 내가 탈 버스 두 대 보냈는데. 하긴, 뭐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다. 다음날도 학원 가는 날. 일요일 보충수업. 오전 수업이 끝나고, 아웃사이더 옥상에서 어제저녁 있었던 일을 자랑했다.
"야. 그래서 지연이도 나한테 마음이 있다 이거지. 알겠냐? 히드라와 노린내야."
승철이는 침사건 때문에 히드라, 성중이는 양키 음악만 들어서 노린내라고 부른다. 내 멋대로.
"너. 진심 어디 아픈 거 아니냐. 고작 그렇게 말 한번 섞었다고, 설마 지연이가 너에게 관심 있다고 진심으로 생각하는 건 아니지?"
승철이가 고개를 갸웃거린다.
-쾅. 쾅.-
성중이는 고장 난 자판기를 뒤차기로 몇 대 차더니,
"냅 둬. 펭귄 뚝배기를 깼으니, 자기 뚝배기도 깨져봐야 정신 차리지. 쯧. 쯧."
라며 혀를 찼다.
"니들...... 질투하냐?"
-풋-
동시에 비웃음. 두 친구는,
'지연이는 그냥 친구한테 말하듯 털어놓은 것이다. 남자 친구를 꼭 사귀겠다는 말이, 너를 남자 친구로 사귄다는 의미가 아니다.'라며,진지하게 나를 설득했다.
허나,
나는대답했다.'열심히 공부해서, 그녀랑 같은 대학 갈 거야.'라고. 어처구니없다는 표정들.
친구들 말은, 단순 참고의 가치도 없었다. 내 심장 박동 소리를 듣게 해 준 그녀인데, 거짓일 리가. 내 심장, 그렇게 눈치 없는 놈 아니다. 그 이후에, 진짜 열심히 공부했다. 학교에서 야자도 안 도망치고, 학원에서도 가끔 아웃사이더 옥상 갈 때 빼고는 공부에 몰두했다.
그래도 운 좋은 날, 가끔은, 버스 정류장에서 그녀를 만나 자연스레 수다도 떨었다.
그러나,
아직 폰 번호도 물어보지 못했다. 공부에 방해될 까봐.그러다가, 다시 한번 내 마음을 확인하는 순간이 왔다.
토요일 오후 수업이 끝나고, 저녁 식사 시간. 갑자기 비가 쏟아진다. 학원 근처 분식집에서 라면밥을 먹는 데, 멀리서 그녀가 우산이 없어, 맞은편 식당 앞에서 서성거리는 것을 보았다.
"어?"
아마도 식사를 마쳤는데, 비가 쏟아져 당황한 모양이다.
"나 먼저 갈게."
다행히 나는 우산이 있었다.
"야! 다 안 먹고 어디가? 우산 놓고 가!"
우산은, 우리 세 명 중에 나만 있었다. 그래도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비 맞아도 안 죽으니까. 나는 못 들은 척, 친구들을 버리고 그녀에게 갔다.
"어? 명욱아."
그녀는 큰 눈을 동그랗게 뜨며 놀랐고, 나는 자연스레 우산을 씌워 주었다. 힐끔 본 라면 밥집 앞에서는, 장대같이 쏟아지는 빗속에서, 승철이와 성중이가 나에게 뻑큐를 날리고 있었다.
"학원까지 같이 가자. 지연아."
다행히 그녀는 그들의 천박한 손짓을 보지 못했다.
"고마워. 진짜. 우산 안 가져와서 당황했는 데......"
우산을 그녀 쪽으로 과도하게 기울인 탓에, 내 한쪽 어깨는 비에 푹 젖기 시작했다. 그러나, 비에 젖은 어깨에 느껴지는 차가움마저 좋았다. 살짝살짝 닿는, 그녀의 체온이 더 따뜻하게 느껴지기에.
콧 속을 간지럽히는 샴푸 냄새, 곱절은 빨리 뛰는 내 심장 소리.간간이 올라오는 아스팔트 흙냄새와 우산에 부딪히는 빗소리. 군인처럼 그녀와 템포를 맞추는 발걸음. 이 모든 것이섞여정신이 혼미해질 즈음,
"다 왔네. 고마워!"
들리는 그녀의 목소리. 도착했다. 한동안 그녀를 물끄러미 보았다.
"너......괜찮아?"
그녀는 젖은, 내 한쪽 어깨에 시선을 두었다. 왠지 부끄러워진, 나는,
"응. 괜찮아! 친구들이 식당에 있어서......나중에 봐!"
"고마워. 명욱아!"
빗소리를 뚫고 그녀의 맑은 목소리가 또렷이 들렸다.나는 웃으며 다시 라면집으로 돌아갔다.
"와! 다시 왔다. 완전 쓰레기는 아니네. 지금, 그냥 비 맞고 뛰어갈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승철이가 소리친다.
"아주. 대단하네. 어깨 젖은 꼬락서니 하고는. 우리 셋이 써도 괜찮은 우산인데......"
성중이도 비아냥거렸다. 나는 미소로 화답했다. 승자에게 말은 필요 없는 법. 그러자,
"진짜 재수 없네. 설레발치다가 거절당해 뚝배기 깨지려고."
승철이가 망발을 내뱉었다. 히드라다웠다.
"아. 쉰 내!"
성중이도 한마디 거든다. 아마도 비에 젖은 부분이 땀과 섞여서 쉰 내가 나는 듯했다.
허나,
어쩌라고 온 세상이 꽃밭인데. 히드라 한 마리 힘은, 내 기분을 불쾌하게 만들기에는 몹시 미약했다. 노린내 놈의 냄새 지적 따위도 설득력이 없었다. 내 핑크빛 생각을 더럽히기에는. 그렇게 생활하다 보니, 어느새 수능날.
긴장 속에서, 나는 생각보다 괜찮은 점수를 받았고, 이제 그녀와 잘 되는 일만 남았을진대, 수능 이후에는 그녀를보지 못했다.
"선생님? 혹시, 지연이는요?"
나는 학원 수학 선생님에게 여쭤봤다. 그냥, 단순히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아. 그때 전화 통화했는데......수능을 생각보다 못 봐서 재수 생각한다고 하더라."
"아...... 예."
"전화 목소리가 힘이 없더라고. 힘내라고 문자라도 해."
"아니에요."
그럴까요? 그럼, 번호 알려주세요.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으나, 삼켰다.재수를 하는 시점에서,그녀는 이미 연락받을 상황이 아니었으니......
"끝났네."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그렇게 내 첫사랑은 짝사랑으로 끝났다. 나는 집 근처 M 대학법학과에, 승철이는 같은 대학 문예창작학과에붙었고, 성중이는 예비 65번으로 H 대학 경영학과에 붙었다.
"예비......65번이 붙는 번호였구나."
우리는 성중이를 놀렸는데, 정작 당사자는 뛸 듯이 기뻐했다.
"원래 문 닫고 들어가는 게, 잘 들어가는 거야."
우리는 학원 선생님들에게 감사하다고, 과일주스 세트와 도넛을 사서 찾아뵙고, 마지막으로 아웃사이더 옥상에 올라갔다. 붉은 노을이 빽빽한 도심을 서서히 물들이는 광경은 무척 장관이라, 그녀에게도 보여주고 싶었다.
"야. 미안하다. 너 지연이 많이 좋아했는데...... 내가 쓸데없는 말 해서."
말없이 고장 난 자판기를 발로 차고 있는 내게, 승철이가 사과한다.
"아. 뜬금없이 뭐래. 히드라가."
"아냐. 그때, 비 오던 날. 미안해. 농담이라도 그런 말 하면 안 됐는데......"
아무래도 고백했다거절당해 뚝배기 깨진다고 했던, 그 소리가 마음에 걸리는 듯.
"아냐. 뭐 어쩔 수 없지. 난 괜찮아....."
정말 아무 생각 없었는데, 승철이 위로가 날 울컥하게 만들었다. 사실, 혹시나 버스 정류장에서 우연히 만날까 하고 서성거린 적도 있고, 그냥 번호 물어볼까 하고 학원 선생님 사무실 앞에서 고민한 적도 있었다.
그런데, 수능 못 봐서 재수한다는 친구에게, 어떤 위로를 해야 할지, 어떻게 하면 관계 진전을 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생각 끝에, 인연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사실, 그렇게 생각하는 수밖에 없었다.
"야. 우냐?"
눈치 없는 성중이 말에 참았던 눈물이 터졌다.
"그래! 운다!"
"왜 울어......"
두 친구가 흠칫한다.
"이! 히드라, 노린내새끼들아! 니들이 적극적으로 안 도와줘서 지연이랑 못 사귀잖아! 아 쓰레기 같은 것들아!"
괜히 서러워서 초등학교 저학년마냥 소리쳤고,
"그래. 그래. 우리가 미안하다."
두 친구는 그런 내 등을 두드리며, 진심으로 위로해 주었다.
"울보네......"
그건 그거고, 그 이후, 내 별명은 울보가 되었다. 잔인한 놈들. 그때 옥상에서 봤던,서러운 노을은 평생 잊지 못하리라.
"그래도...... 이제 우리 대학생이네. 신기하다."
나는 훌쩍이며 그리 말했다.
"담임 말이 맞았어."
야자 도망쳐서 싸다기 맞을 때, 우리 담임이 했던 말이 떠오른다. 당시에는 뺨이 아파서, 대충 들었는데......
'너희 지금 당장은, 나를 원망할 수 있지만, 벤자민 프랭클린이 그랬다. 시간은 지체하지 않는다고. 지체하는 건, 너희들이라고. 지금 이 시간은, 니들 생각하는 것보다 빨리 지나간다. 명심해.'
벤자민 프랭클린이 누군지는 모르지만, 그 말은 진짜다. 우리 고등학교 시절이 벌써 끝났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