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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뇨뇨 Jul 16. 2024

기승전유전자

운명의 과학


과연 인간은 운명을 개척해서 살 수 있는 것인가.

물음에 대해 이 책은 이렇게 답한다.



네 운명은 태어날 때 이미 정해져 있어. 그런데 이렇게 말하면 다들 좌절하더라고. 그래서 바꿀 수 있다고 말하는 편이 사람들 정신 건강에 좋으니까 바꿀 수 있다고 말하고 다니기로 했어.



의견이 분분한 분야라 저자의 말이 정답이라고 할 순 없지만,

환경이냐 유전이냐에서 저자는 유전의 손을 들었다.






평생 죽도록 운동을 해도 정상적인 체지방지수를 갖기 힘든 사람이 있다.

비만유전자라고 불리는 FTO 때문이다.

전 세계 인구의 절반이 FTO를 가지고 있다.

FTO 유전자가 한 개 있는 사람은 비만 확률이 25% 높고, 두 개 있는 사람은 비만 확률이 50%가 높다.


반면에 먹어도 살이 안 찌는 돌연변이 유전자를 가진 사람도 있다.

선사 시대 때는 변이 유전자를 가진 사람의 생존율이 좋지 않았겠지만 현대에서는 누구나 부러워하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먹어도 살이 안 찐다며 지인들은 나를 '람보르기니의 연비'라고 놀린다.

정확히 말하면 살이 찌는 게 이상한 식습관을 가졌기 때문이다.

고기, 치즈, 튀긴 음식을 좋아하지 않는다.

국물음식은 건더기만 먹고 국물은 다 버린다.

배가 잔뜩 부른 포만감을 싫어하고 배가 부르면 아무리 맛있는 게 있어도 먹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

하루 두 끼를 먹고 간식을 좋아하지 않아 입에 대지 않는다.

살이 찌지 않는 식성을 갖기 위해 노력한 건 아무것도 없다.

심지어 의식조차 안 하고 살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갖기를 원하는 날씬한 몸을 평생 유지한다.


나는 갖기 힘든 수학적 사고를 숨 쉬듯 하는 사람이 있다.

누군가에겐 손쉬운 일이지만 누군가는 사력을 다 해도 안 된다.

불공평하다.

하지만 불평할 사람이 없다.

아빠의 정자와 엄마의 난자가 수정되는 순간 이렇게 생겨 먹은 사람이 되리라는 게 정해졌는데 어쩌겠는가.


외향적인 사람은 평생 외향적일 수밖에 없다고 한다.

환경에 따라 외향적인 면의 장점이 부각될지, 단점이 부각될지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활발하고 누구에게나 친근한 사람이 될지,

타인의 눈만 의식하며 자신을 지우는 사람이 될지,

이 차이는 다른 사람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매우 크다.

환경에 의해 사람의 기본 베이스(외향적)는 변하지 않지만,

베이스를 제외한 부차적인 모든 것이 바뀔 수 있다는 말이다.


가끔 아예 사람이 바뀐 것처럼 달라진 사람에 대한 얘기를 들을 때가 있다.

그렇게 변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는 상황이었을 것이다.

그런 상황에는 절대 처하고 싶지 않다.

그러니 나는 평생 이렇게 살아야 한다는 얘기가 된다.

내향인, 게으름, 미루기, 몰입, 책임감 등

나에 대한 키워드를 늘어놓고 장점으로 향할 수 있도록 노력해 보기로 했다.

어차피 게으르고 미루는 건 바뀔 수 없을 테니까 이것도 긍정적으로 작용하도록 방향을 틀어줄 수 있지 않을까.

과연 게으르고 미루는 것의 장점을 찾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가임기의 여자를 더 매력적이라고 평가하는 남자,

체취로 유전자 구성이 다른 남자를 매력적이라고 평가하는 여자.

의식의 밑에 있다가 슬그머니 나타나 행동을 강제하고 다시 의식 밑으로 사라지는 동물적 감각을 '나의 선택'으로 여긴다.

더 나은 후손을 낳기 위해 유전자에 새겨진 명령을 충실히 이행한 것일 뿐인데도.


무의식에서 일어나는 선택이 생각보다 많고,

이 무의식은 유전자와 경험의 집합체다.

어릴 때 무서운 일을 당하고 트라우마를 겪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릴 때 무서운 일을 당해서 웬만한 일은 끄덕도 안 하는 강심장이 된 사람도 있다.

같은 경험을 했지만 전혀 다른 결과를 낳는다.

유전자가 영향력을 발휘한 케이스다.

하지만 트라우마는 시간과 노력을 들여 극복 가능하다.

노력으로 있는 비만 유전자를 없앨 순 없지만 정상 체중으로 살아갈 수 있다.

타인과 나의 차이를 인정하고 나의 약점을 파악하여 보강하는 방식으로 삶의 방향을 잡는 다면,  

운명을 극복한 것과 다름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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