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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정오 0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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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earn Jul 11. 2021

정오 2.

# 브런치 오디오북 응모작

#04.

텅 비어있는 휴게소 식당에 직원들이

설거지를 하거나 수저를 닦으며 닫을 준비를 하고 있다.

유람은 주문대 앞으로 가 빼곡하게 적혀있는 메뉴들을 올려다보고 

환은 풍겨오는 음식 냄새에 속이 안좋아졌는지 손으로 입을 막는다.


김환 : 담배. 


메뉴판을 보던 유람이 환을 바라본다. 


이유람 : 안먹어? 


환은 귀찮다는 듯이 좌우로 고개를 저으며 유람에게로 손을 내민다.  

유람이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주자 낚아채듯 받아들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출입문으로 향한다. 


이유람 : 근처에 있어!


유람은 환의 뒷모습을 향해 외치고는 다시 메뉴로 시선을 옮겨 진지하게 고민한다. 



#05. 

캄캄한 휴게소 밖으로 나온 환은 담배 필곳을 찾아 두리번 거리다

꽁초가 가득 쌓인 쓰레기통 옆 화단에 선다. 

담배 한대를 꺼내어 입에 물고 불을 붙이려 하는데 

담배갑을 아무리 흔들어보아도 라이터가 나오지 않는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시 한번 이리저리 흔들어 보지만 역시 나오지 않고 

라이터를 받으러 가기 위해 휴게소 식당 쪽을 바라보는데 꽤 멀게 느껴진다. 

조금 떨어진 화단에 휴대폰을 들여다보며 앉아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남자가 보인다. 

환은 입에 물었던 담배를 손가락으로 쥐고 잠시 고민하다가 다시 갑 안에 넣고 화단에 앉는다. 

담배갑에 담배를 넣었다 뺐다하며 초조하게 다리를 떠는 환.  

고민할 수록 다리 떨림은 점점 더 빨라진다. 

결심이 섰는지 환은 갑자기 벌떡 일어나 담배피는 남자를 향해 걸어간다.  


김환 : 저.. 죄송한데 불 좀. 


담배피는 남자가 환을 올려다본다. 


담배피는 남자 : 아 네. 


남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주머니에서 라이터를 꺼내고 양손으로 직접 불을 켜준다. 

환은 내키지 않지만 어쩔수 없다는 생각으로 담배를 입에 문채 불을 받는다. 

담배 피던 남자는 불현듯 어둠속에서 밝아진 환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더니 

화단으로 돌아가는 환을 뒤쫓는다. 


담배피는 남자 : 저 혹시.. 김환씨 아니세요?


김환 : 아닙니다. 


남자는 더 빠르게 쫓아오면서 말을 건다.


담배피는 남자 : 어 맞네, 목소리가 똑같은데! 우와 이런데서 뵙네요. 

제 여자친구가 엄청 팬이었는데. 발레하거든요. 

개 친구랑 사귀었다고 하던데? 민지 알아요? 


걸어가던 환이 발걸음을 멈춘다. 



#06.

휴게소 안에서는 유람이 잡지를 한 장씩 천천히 넘기며 우동을 먹고 있다. 

조용한 식당가에는 설거지하는 사람들과 편의점에서 

차로 돌아가는 사람들 그리고 유람뿐이다. 

유람이 잡지의 다음페이지를 넘기려 하는데 바깥에서 고함소리가 들려온다. 


김환 : 야이 씨발새끼야!!!!


순간 유람은 젓가락질을 멈추고 깊은 한숨을 내쉰다.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가려는데 고성이 한층 더 심해진다. 

유람은 이미 싸움이 시작됐다는 걸 깨닫고 다시 앉아 남은 우동을 마저 먹는다. 



#07. 

밖으로 나오자 주차장 구석에 사람들이 원을 그리고 모여있다. 

유람이 구경하는 사람들을 헤집고 안으로 들어가자

환이 담배피는 남자에게 맞고 있다.  

맞으면서도 악을 쓰며 욕을 하던 환은 기어이 담배피는 남자의 얼굴에 침을 뱉는다.


담배피는 남자 : 이런 개새끼가!!!


머리 끝까지 화가 치솟은 담배피는 남자가 다시 환의 멱살을 잡으려는 순간

유람이 그를 등뒤에서 끌어안으며 환에게서 떨어트린다. 


담배피는 남자 : 뭐야 넌 뭐야??


당황스러움과 분함이 감정이 섞인 남자는 유람에게 욕을 하며 몸부림을 친다.

유람은 그를 구경하던 몇몇 사람들에게 넘기고는

바닥에 쓰러져있는 환을 일으켜 곧바로 차로 향한다. 


담배피는 남자 : 야!!! 뭐야! 넌 뭐냐고!!! 아 놔봐 놔보라고! 저새끼 김환이야!!! 김환이라고!! 

너 김환 맞지? 이 씨발새끼야!!! 

그러니까 니가 그렇게 사는거야 어?!! 

한물 간 새끼 아는척해줬더니 나가뒈져라 이새끼야!!


유람은 절뚝거리는 환을 조수석에 태우고 차문을 닫는다. 



#08. 

유람이 운전석에 타자마자 담배갑이 날아온다. 


김환 : 라이터 어딨어?

이유람 : 어??

김환 : 라이터 어딨냐고!!


유람이 주머니를 뒤져보지만 나오지 않는다. 

환은 여전히 분이 가시지 않은 얼굴로 유람을 노려본다. 


이유람 : 어디 떨어트렸나봐. 와서 달라고 하지.


환은 씩씩거리며 창문쪽으로 몸을 돌리고는 눈을 감는다. 

유람은 그런 환을 바라 보다가 바닥에 떨어진 담배갑을 주어들고는 시동을 건다. 


이유람 : 여기 근처 묵을거니깐 그렇게 알어. 


두 사람이 탄 차가 휴게소를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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