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런치 오디오북 응모작
#13.
15년전. 이른 저녁.
고등학교 학생들이 끼리끼리 모여 하교를 하고 있다.
의미없는 말다툼을 하며 나란히 걸어가는 유람과 은택 앞에
이어폰을 낀 환이 가로질러 간다.
최은택 : 야! 김환!!!
이어폰을 꽂은 환은 들리지 않는지 가던길을 걸어간다.
은택은 환을 쫓아가 이어폰을 벗기고 귀에다 소리를 지른다.
최은택 : 어이!!
환은 전혀 놀라지 않고 의아한 표정으로 은택을 바라본다.
김환 : 뭐냐?
머슥해하는 은택의 옆으로 유람이 다가와 선다.
최은택 : 연습가냐?
환은 이어폰을 빼고 은택을 바라본다.
김환 : 넌 왜 안가냐?
최은택 : 나 오늘 알바야.
환은 잠시 주위를 살피더니 은택을 향해 경고의 눈짓을 보낸다.
김환 : 너 그거 걸리면 어떻게 되는지 알지?
최은택 : 돈이 없는데 어떻하냐 그럼.
걱정 없어 보이는 얼굴로 해맑게 웃는 은택을 보며
환은 다시 이어폰을 귀에 꽂는다.
김환 : 내일은?
최은택 : 가지.
김환 : 알았어. 간다.
은택은 가던 길을 가려는 환을 붙잡는다.
최은택 : 야야, 우리 알바 끝나고 밥 먹을건데 너도와라 얘 알지? 이유람. 우리반이잖아. 우리 둘이 먹을꺼야.
나란히 서있는 은택과 유람을 환이 올려다본다.
김환 : 봐서.
환은 눈길을 돌리고 가던길로 향한다.
최은택 : 뭘 봐서야. 너 어차피 집에 안들어갈거잖아. 끝나고 전화해
멀어져가는 환의 뒷모습을 향해 소리지르는 은택을
지나가던 학생들이 이상하게 쳐다본다.
창피해진 유람은 은택의 가방을 끌고 재빨리 교문을 나선다.
이유람 : 너도 진짜 대~단하다
최은택 : 뭐가?
이유람 : 재 전학온애지?
최은택 : 어 우리반이잖아.
이유람 : 알어. 아무하고도 얘기 안하잖아.
최은택 : 근데 졸라 서울애 같이 생기지 않았냐? 뭔가 다르다.
이유람 : 그래서 애들이 싫어하더라.
최은택 : 야, 여자애들이 졸라 좋아해.
이유람 : 씨발 그래?
최은택 : 어!!
이유람 : 안돼겠는데
최은택 : 뭐가안돼
이유람 : 기지배들이 나를 몰라보고
유람과 은택은 서로 발길질을 하며 버스 정류장으로 향한다.
#14.
고속도로 위.
자동차를 빤히 바라보던 보험사 직원이 이마의 땀을 닦으며 본네트를 닫는다.
보험사직원 : 이거는 견인해야될꺼 같구요. 타세요. 일단 서울까지 모셔다드리겠습니다.
박재형 : 아니 여기까지 왔는데 어떻게 또 올라갑니까. 기다리는 사람도 있는데.
보험사직원 : 이거는 지금 못 움직여요. 사고 안 난걸 다행으로 아셔야죠.
아무튼 저희는 서울까지 밖에 못데려다 드려요.
박재형 : 하아… 도로 한복판에서 뭐 어쩌라는거야.
기분이 나빠진 재형은 노골적으로 불편한 티를 낸다.
클레임이 강해질걸 예상한 보험사 직원은 곤란해 하다가 구석에 서 있는 유람을 발견한다.
보험사직원 : 아니면 저쪽이랑 얘기를 잘 해보시던가요.
보험사 직원이 유람을 슬쩍 가리키자 멍하게 서있던 유람이 재형과 직원을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