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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정오 0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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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earn Jul 11. 2021

정오 3.

# 브런치 오디오북 응모작

#09. 

자동차가 모텔로 들어선다.  

주차장에는 한글로 빨갛게 모텔이라고 써있지만

건물 벽에는 커다랗게 호텔이라고 적혀있다. 

호텔 입구의 자동문이 열리고 앞장 선 유람과 선글라스를 낀 환이 뒤따라 들어온다. 

유람이 프론트로 다가가자 닫혀 있던 작은 유리 창문이 열린다.  


이유람 : 침대 두개짜리로 주세요. 


엔조이모텔직원 :  트윈은 다찼구요. 더블이랑 싱글밖에 없어요. 


이유람 : 더블이 뭐에요?


모텔 직원은 벽에 기대고 서있는 환을 힐끔 보더니 의심스러운 표정으로 대답한다. 


엔조이모텔직원 : 2인용 침대있는 방이요. 


유람은 잠시 고민하다가 다시 프론트를 향해 몸을 숙인다. 


이유람 : 더블로주세요. 

김환 : 싫어. 


예상한 반응이라는 듯 유람은 뒤를 돌아 환을 본다. 


이유람 : 나도 좋은건 아닌데.. 그.. 


유람은 모텔직원의 눈치가 보이는지 환을 향해 대충 넘어가라는 손짓을 한다.


김환 : 싫다고.  


고집스런 환의 표정에 유람은 한숨을 쉬고 다시 프론트 쪽으로 몸을 숙인다. 


이유람 : 싱글 방은 붙어있어요?


프론트직원이 의아한 표정으로 유람을 올려다본다.  



#10.  

네모난 플라스틱 고리가 달린 열쇠 두개를 들고 유람이 앞장서서 모텔 복도를 걷고 있다.  

환은 조용히 그 뒤를 따른다. 

302호에 앞에서 멈춰선 유람은 키를 꽂아 방문을 열고 불을 켠 뒤 안으로 들어간다.  

좁고 낡은 모텔방에는 1인용 책상과 낡은 컴퓨터, 메모지, 펜, 리모콘등이 놓여있다.

환은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침대 옆에 놓인 일인용 소파에 찝찝하게 앉는다. 

리모콘을 들어 TV를 켜고는 채워져 있던 수갑을 풀듯이 옷을 벗기 시작한다.  

유람은 책상 서랍이나 옷장을 열어 물건들을 이것저것 살핀다.  

펜이나 옷걸이같은 물건은 따로 침대 위에 모아 놓고 

컴퓨터와 전화기 뒤의 긴 선들도 전부 뽑는다.  

유람이 들어간 화장실에서 이것저것 들추는 소리가 들리자 

환은 지겹다는 듯이 짜증을 낸다. 


김환 : 알았으니까 나가. 


화장실 안에서는 물받는 소리가 들리고 분리시킨 샤워호스와 일회용 면도기를 

손에 든 유람이 나온다. 


이유람 : 욕조 물 받고 있어. 약좀 사다줘?


침대에서 일어난 환은 유람의 어깨를 거치게 밀치고 화장실로 들어가며

큰 소리나게 문을 닫는다. 

창가로 다가간 유람은 손잡이를 당겨 창문을 열어본다. 

전부 당겨도 반정도 밖에 열리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는 안심하며 다시 닫는다. 

유람은 다시 한 번 전체적으로 방안을 둘러보고는 

침대 위에 던져놓았던 짐들과 302호 열쇠를 집어들고 화장실 앞에 선다.


이유람 : 아침에 깨우러 올테니까 준비하고 있어. 


방을 나선 유람은 바로 옆 방 303호에 키를 꽂아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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