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런치 오디오 북 응모작
#16.
유람의 자동차가 고속도로를 달리고 자동차 뒷 좌석에는 짐들 한가운데
가방을 안은 재형이 앉아 있다.
재형은 다시 그 환한 웃음을 되찾았다.
박재형 : 죄송해서 어쩌죠. 하하하
유람이 백미러로 좁게 앉아있는 재형을 바라본다.
이유람 : 에이 뭐 가는길인데. 쪼끔 돌아가는 정도야.
조수석의 환은 말없이 창문을 열어 담배에 불을 붙인다.
환을 유심히 쳐다보는 재형.
박재형 : 근데 형님은 인물이 좋으십니다~ 어디서 뵌거 같은데 혹시 연예인이세요?
환은 살며시 뒷 좌석으로 고개를 돌려 재형을 쳐다보고는 다시 창밖을 바라본다.
김환 : 뭐하는 사람 같아요?
재형은 앞좌석으로 몸을 숙이며 환을 들여다본다.
박재형 : 아니 너무 잘생기셔가지고 배우나 모델같은거 하셔도 되겠는데, 티비 나온적 있죠?
김환 : 개그맨이에요.
박재형 : 에이~ 이렇게 생긴 개그맨이 어디있습니까?
환은 갑자기 운전하는 유람에게로 손을 뻗어 턱을 잡고는 재형쪽으로 얼굴을 돌린다.
김환 : 얜 어때요? 고등학교때 연기 전공이었는데?
얼굴이 돌아가지 않게 힘을 주며 운전에 집중하는 유람.
박재형 : 우와! 형님 연기도 하셨었어요? 아주 다재다능하시네~
재형이 호들갑이 끝나자 유람은 짜증을 내며 환의 손을 뿌리친다.
유람은 백미러로 재형과 눈을 마주치며 환을 소개한다.
이유람 : 얘 몰라요? 뉴스도 나오고 그랬었는데 세계를 품은 한국 무용의 자존심!
유람의 말을 들은 재형은 몸을 기울여 환을 더 자세히 쳐다보다가 깜짝 놀란다.
박재형 : 아!!! 김환!! 김환이다!!! 그 얼마전에 약하다가 걸린!!
순간 차 안에 정적이 흐르고 반사적으로 두 손으로 입을 막는 재형.
박재형 : 아 죄송합니다. 그 제가.. 아이고 이걸 어떻게하나
환이 갑자기 큰소리를 내며 웃는다.
가슴을 부여잡은 환은 숨도 못쉴것처럼 낄낄거리며 눈물을 훔친다.
유람도 덩달아 웃음이 터졌지만 애써 참아가며 진지한척 해본다.
이유람 : 거 동생. 사람이 왜 그래?
아직 분위기가 파악 되지 않아 당황스런 재형은 이리저리 눈만 굴리며 어쩔줄을 몰라한다.
박재형 : 죄송합니다. 아니.. 일부러 그런게 아니고 아이고 형님 기분 상하신거 아니시죠?
유람도 더는 감추지 못하고 큭큭거리기 시작한다.
환은 옷깃으로 흘러내린 눈물을 닦으며 겨우 웃음을 멈춘다.
김환 : 아 재밌는 사람이네.
분위기가 풀어진 것을 깨달은 재형은 다시 환하게 웃으며 환에게 가까이 다가간다.
박재형 : 형님, 사실은 저도 가벼운거 쪼끔합니다.
표정이 갑자기 밝아지며 뒤돌아 재형을 보는 환.
김환 : 진짜?
박재형 : 한대 드릴까요?
김환 : 지금 있어?? 줘봐줘봐
이유람 : 야.
유람은 환을 말린다.
유람의 눈치를 보며 재형은 주머니에서 작은 비닐봉투를 꺼낸다.
박재형 : 아 형님은 안 하시나봐요? 이거 별거 아니에요. 그냥 담배. 완전 담배.
흥분한 환은 재형을 끌어당겨 볼에 뽀뽀를 한다.
김환 : 이거 완전 귀인이네. 하나만 더 줘봐
유람은 운전을 하면서도 한 손으로 환을 막으려 해본다.
두 개를 받아든 환은 뺏으려는 유람의 입에 억지로 하나를 물리고 손이 닿지 않는 곳으로 몸을 웅크린다.
비틀거리는 자동차에 포기하는 유람.
이유람 : 아 알았어 알았어. 해해. 너해.
재형도 한대를 입에 문다.
박재형 : 형님 제가 불 붙여드리겠습니다.
재형은 환에게 불을 붙여주고 자기도 붙인 뒤 깊게 한모금을 들이 마신다.
유람은 환이 억지로 입에 물린 것을 한손으로 부러트리고는 창을 내려 차밖으로 던진다.
박재형 : 아 형님!!! 뭐하시는겁니까?
목적을 달성한 환은 그 누구도 신경쓰지 않고 조수석 의자 속으로 깊게 파고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