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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화 <바람숲 도서관>

마법의 공간 <바람숲 도서관>

by 김경애


<바람숲 도서관>을 만난 날


올해 2월 말, 한가람미술관에서 ‘불멸의 화가 반 고흐’ 전시를 보았습니다. 관람 후 예술의 전당을 산책하다 보니 옆에 있는 ‘서울서예박물관’에서 그림책 전시를 하고 있더군요. ‘2025 그림책이 참 좋아’입니다.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잠시 쉬다가 어느새 제 삶에 스며든 그림책의 전시를 보러 갑니다. 입장료는 2만 원. 인터넷으로 구매하여 40% 할인받아 입장합니다. 어린아이들을 데리고 온 부모들이 대부분입니다. 혼자 온 어른은 저뿐인 듯합니다. 예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제 모습에 웃음이 납니다. 혼자서 그림책 전시를 보다니요? 그것도 비싼듯한 입장료를 내고 말입니다.


KakaoTalk_20250427_115215012.jpg 사진 출처 - blog 도현ss아트전시공간


출판사 ‘책 읽는 곰’에서 이 전시를 열었네요. 모두 이 출판사에서 펴낸 책들을 소재로 다양한 부스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아이들은 그림책에 등장하는 캐릭터 조형물, 그림책에 나온 장면을 베이스로 한 체험활동 부스에 와글와글 모여 있습니다. 부모들은 여러 포토존에서 사진 찍어주기 바쁘고요. 초대형 입체 미디어 작품, 그림책 도서관, 색칠하기 체험 존 등 그림책 속 세계를 생생하게 즐길 수 있는 전시연계체험프로그램이 많습니다. 관람객들을 지켜보는 제 마음이 참 좋았습니다. 그림책을 좋아하는 아이들이 자라서 책도 좋아하리라 믿으니까요. 저는 그림책 원화를 오래 머물며 바라보았습니다. 갤러리에 온 것 같더군요.


기념품 삽을 그냥 지나칠 수는 없지요?. 그림책 주인공들의 봉제 인형과 키링이 많았는데 저는 그림책 한 권을 데려왔습니다. <바람숲 도서관>입니다.


표지 그림


한 소녀의 뒷모습이 보입니다. 양 옆으로 아름드리 큰 나무 두 그루, 다양한 꽃과 열매가 있는 숲 속에 서 있습니다. 양 갈래로 묶은 머리, 빨간 카디건과 파란 치마를 입고 예쁜 구두를 신었네요. 소녀의 치마가 살짝 휘날리네요. 숲에 바람이 부나 봅니다. 그림책 제목 <바람숲 도서관>은 다이아몬드 모양의 금박으로 수놓은 듯 적혀있네요. 도서관은 보석처럼, 귀금속처럼 귀한 곳이라고 말하는 것 같군요. 표지 그림만으로도 책 속 내용이 궁금합니다. 우리도 바람숲 도서관 속으로 들어가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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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숲 도서관으로 초대합니다


창가에 앉아있던 안나는 숲 속을 휘휘 돌며 불어온 바람에게 온 세 상 이야기를 듣습니다.

안나는 문을 열고 나와 숲 도서관으로 들어갑니다.


숲에 바람이 불어와요

바람은 숲 속을 휘휘 돌며 온 세상 이야기를 들려줘요

솔잎을 간질이며 소곤소곤 도토리를 어르며 속살속살

바람이 들려준 이야기는 하나둘 책으로 태어나요


“와, 숲 도서관이다!”

안나는 두 눈이 휘둥그레졌어요

톡톡, 솔방울 책 무슨 내용일까요?

톡톡, 도토리 책 누가 나올까요?

“아, 내가 좋아하는 산딸기도 있네. 재미있을까?”



주인공 안나가 숲에 들어서니 도토리와 솔방울, 산딸기까지 모두 책의 모습으로 변해 있습니다. 정말 마법 같은 도서관이네요! 안나 곁에 온 고양이, 토끼, 다람쥐, 참새, 모두 함께 숲 속 책을 봅니다. 산딸기를 좋아하는 안나는 산딸기 책을, 다람쥐는 도토리책을, 토끼는 토끼풀 책을 골라 읽습니다. 참새도 포르르 솔방울 책에 내려앉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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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속이 왜 이렇게 조용하지?”

두더지가 슬쩍 고개를 내밀어요.

“다들 가만히 앉아서 뭐 하는 거지?”

곰이 어슬렁거리며 다가와요.

사슴이랑 너구리도 궁금해서 기웃거려요.

모두 숲 도서관에 모여....


다 같이 책 속으로 풍덩 빠져들어요.

키득키득 웃음이 나고, 핑그르르 눈물이 돌고,

불끈 용기가 솟고, 두근두근 꿈을 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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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세상에 대한 궁금증이 풀리고

새로운 지식을 알아 가요

끄덕끄덕 나와 다른 생각도 이해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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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 꿈꿀 수 있어요

자동차를 타고 하늘을 날아 볼까요?

구름 위에서 별 낚시를 해 보는 건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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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꿈과 이야기, 친구가 있는 곳, 저도 환상적인 바람숲 도서관에 푹 묻히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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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나들이를 해볼까요


저는 도서관을 좋아합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곳도 작은 도서관입니다. 그림책과 친해지면서 도서관에 가면 어린이실에 꼭 들어갑니다. “어때? 여기서라면 책 읽어보고 싶지?”라고 꼬시는 듯 예쁘게, 기발하게 꾸며진 알록달록한 공간이 많습니다. 이런 어린 시절을 가지지 못한 저는 마냥 부럽기만 합니다. 부모님과 또는 혼자서 책을 보는 아이들, 책과 뒹구는 아이들을 보면 ‘천국이 이런 곳이겠구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바람숲 도서관> 작가는 천국 같은 숲 속 도서관을 표현해 놓았네요. 실제로 저자 최지혜 님은 강화도 어느 산자락에서 바람숲 그림책 도서관을 운영하고 있다네요. 5월에 친구들과 강화도 여행이 계획되어 있는데 가보자고 졸라봐야겠습니다.


그림책 표지처럼 초록한 요즈음, 가까운 도서관으로 책 나들이 다녀오시는 건 어때요? 도서관은 정보만 주는 곳이 아니라 우리 삶을 풍요롭게 하는 친구이기도 하니까요. 서가 속을 거닐며 ‘바람숲 도서관’의 기운을 느껴보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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