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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요한 Apr 18. 2022

일본의 청년돌봄 현장르포  

'히키코모리'의 자립을 돕는 최전선에는 민간 비영리단체가 있다. 

  일본은 버블경제가 끝나고 199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10년간 취업 빙하기가 있었다. 그리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부터 2013년까지도 짧은 취업빙하기가 있었다. 취업빙하기에 청년시절을 보낸 사람들은 그 당시에 아르바이트를 하며 살았는데, 경기가 회복된 이후에도 정규직으로 취직을 못하는 이유는 일본에서는 아르바이트를 경력으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히키코모리가 증가하는 사회적 원인은 ①핵가족화되면서 아이를 완전히 돌볼 수가 없기 때문에 더 많이 드러나기 시작했고, ②기업이 직원을 수용하고 키워낼 여유가 부족해지면서 조금이라도 평범하지 않은 사람은 배제하기 때문이며, ③단순노동 일자리가 해외로 유출되면서, 부가적 능력이 필요한 일에는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들이 가질 수 있는 직업이 부족해졌기 때문이다. 


  2017년 6월 도쿄의 소다테아게넷(www.sodateage.net)을 방문했다. 니트 상태의 장기화로 인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비영리기구(NPO)의 노력을 중심으로 민·관의 협력을 살펴보기 위해 일본출장(6.28.~7.1)을 다녀왔다. 

소다테아게넷은 청년취업활동을 종합적으로 지원하는 ‘잡 트레이닝’ 사업과 등교거부·히키코모리 등 사회부적응 자녀를 가진 어머니를 지원하는 ‘유이(結)’사업 등을 실시하는 민간단체이다.
수입구조는 정부 위탁사업 66%, 기업을 포함한 기부금 16%, 사업 수익금 10%, 조성금 및 보조금 8%
자원봉사는 기본적으로 없다. 봉사활동을 하더라도 활동비를 지급한다.
직원들은 자격증이 없더라도 채용을 하지만, 커리어 카운슬러, 임상심리사, 사회복지사, 산업 카운슬러 등의 자격증을 가진 직원들이 근무한다.     
<일본 도쿄의 소다테아게넷 방문 중, 담당직원의 설명>

  일본 정부는 히키코모리와 청년실업자의 증가에 따라 청년이 겪는 문제에 위기감을 느끼고, 정책적 대응으로 ‘지역청년 서포트 스테이션(약칭 ‘서포스테’)’사업을 정부가 민간에 위탁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었다. 소다테아게넷은 전국에 5개소를 위탁운영 중이다. 2016년에 아베 신조 정부가 ‘1억 총 활약 국민 플랜’을 세워서 ‘어느 곳에서나 누구나 활약할 수 있는, 전원 참가형 사회를 지향’하였으며, 가장 먼저 ‘청년의 고용에 관한 방안’을 언급하였다.  일본에서는 다양한 단체에서 개별 청년의 상황에 맞는 단계별 지원을 실시중이다.

(1단계) 완전한 히키코모리 상태에서 조금씩 사회와 접촉해 나가도록 유도하기 위해 '유이(結)' 지원
(2단계) 방에서는 나왔으나 아직 사회에 적응하기에는 어려운 청년이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단계로서 사람과 어울리는 것에 익숙해질 수 있도록 하는 프리 스페이스(Free Space)를 제공하고, 임상심리사를 중심으로 개별적으로 카운슬링을 하면서 서서히 집단에 녹아들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지원
(3단계) 취업훈련 단계로 ‘잡 트레’를 지원
(4단계) 구직활동 단계로 이력서 작성법, 면접트레이닝 등을 제공하는 ‘서포스테’사업을 국가가 지원 
(5단계) 사후지원으로, 구직활동 중이나 취업한 이후에도 부적응하여 되돌아오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취업 이후에도 소다테아게넷에 찾아와 상담을 받을 수 있고 동료와의 만남을 이어갈 수 있는 ‘Weak Ties(약한 연대)’라는 프로그램 운영.    


  1단계 ‘유이(結)’사업은 히키코모리 상태인 본인이 아니라 부모에게 다가가, 부모가 청년자녀를 대하는 태도를 바꾸어 청년자녀를 움직이게 유도하도록 돕는다. 일반적인 패턴은 히키코모리 청년이 발생하면, 아버지는 어머니의 교육이 잘못되어 발생하였다고 비난하고, 어머니는 자녀가 히키코모리라는 것이 외부에 알려지면 부끄러운 일이므로 혼자서 고뇌하다가 가정 붕괴가 시작된다.

  히키코모리 자녀가 발생하면 가정에서 고립되는 것은 어머니 또한 마찬가지이므로, 어머니들을 위한 상담 프로그램 등이 필요하며, 어머니의 고립을 해결한 뒤에 자녀를 대하는 태도에 변화를 주는 것으로 히키코모리 청년을 움직이게 한다. 일단 부모와 히키코모리 자녀가 잡담을 할 수 있는 상태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 스카이프(Skype)를 활용한 온라인 영상통화 상담을 많이 하며, 매달 무료 가족세미나도 개최한다. 부모와의 관계가 어느 정도 정립된 경우에는 전문업체와 연계하여 방문 지원을 한다. 의무교육기간을 활용해서 학교에 방문하여 홍보를 하기도 한다.    


  3단계 ‘잡 트레’는 소다테아게넷의 가장 대표적인 사업으로 ‘일하는 능력’을 만들어 주는 것이 목표이며, 나날이 다양한 현장에서 일을 체험함으로써 일한다는 것에 대한 인식을 심어주고, 일에 필요한 체력과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키운다. 공채를 통해 지원을 했다면 이력서만 보고 배제되었을 청년들이, 인턴활동을 통해 능력을 증명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이외에도 지역사회의 행사에 참여하거나 봉사활동 실시로 ‘세상에는 나를 필요로 하는 일이 있구나’라고 느끼게 하여 자신감을 가지도록 유도한다. 지금까지 ‘잡 트레’ 이용자의 85%가 취업으로 이어졌다.     


  2017년 6월 30일 오후에 방문한 가나가와현의 K2 인터내셔널 그룹은 합숙형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단체이다. 1988년부터 활동을 시작하였고, 10대 중·후반의 등교 거부자, 히키코모리를 대상으로 사업을 실시하였다. K2의 전신은 요트 기업 테크노랜드의 교육부문 CSR 활동으로 시작하였다. 선발한 청년들을 요트에 태워서 일본 요코하마에서 미크로네시아 연방까지 40일간 세계일주를 시킨 것으로 2005년까지 28회 진행하였다. 버블경제 붕괴 후 요트업체의 경영난으로 활동을 종료하였다. 그러나 학부모들이 없애지 말았으면 하는 의견으로 당시 직원이었던 현재 K2 대표인 가나모리씨가 독립해서 K2를 설립하였다. 
  K2는 모 회사를 중심으로 ‘콜럼버스 아카데미’와 ‘휴먼 펠로우십’ 2개의 NPO법인이 있다. 요코하마, 이시노마키, 뉴질랜드-오크랜드, 호주-시드니, 그리고 2012년부터 한국-서울에서 지금까지 등교거부, 히키코모리, 니트(NEET) 등 사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년들이 공동주거, 음식점과 베이커리 공동운영 등을 통해 자립하여 일하면서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청년들의 사는 곳, 일하는 곳, 본인 및 가족을 위한 상담소를 운영하는 것이 중심적인 활동이다.
가나가와현은 ‘네기시 역’을 중심으로 15분 거리 내에 모든 시설들이 배치되어 있다. K2의 수익구조는 참가비용으로 발생하는 수익 50%, 음식사업 수익, 공적자금 순이다.   

<일본의 K2 인터내셔널 방문>

  K2에는 80~100명의 청년들이 공동생활 중이었다. 청년들은 ①학교에서 집단 따돌림을 당한 경험이 있거나 ②회사생활을 하면서 커뮤니케이션을 잘하지 못했거나 ③정신적인 면에서 계속 회사생활을 할 수 없었던 청년들이 장기간 히키코모리 상태가 되었다가 부모의 소개 또는 스스로 K2를 알게 되어 찾아온 경우였다. 이들의 또 다른 특징으로는 “사람과 이야기하는 걸 잘 못한다.”, “일을 잘 익히지 못한다.”라는 말을 2~3번 이상 반복적으로 들은 경험이 있다.

  K2에서는 6개월을 히키코모리의 기준선으로 판단하여 6개월을 넘어서면 위험하다고 알리고 있다. 히키코모리 안에서도 단계가 너무 다양하다. 전혀 방에서 나오지 않는 사람도 있고, 집에서 부모와는 대화하는 사람도 있고, 친구와는 대화하지만 나머지 사람과는 전혀 대화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K2에서는 5개의 단계로 나누어서 청년지원을 하고 있다.  

(1단계) ‘충전기간’ 단계로 집이 아닌 완전히 새로운 환경(공동생활)에 가게 한다.  
(2단계) ‘생활기술’ 단계로 오랫동안 혼자서 있었던 기간이 길었던 친구들이었기 때문에 공동생활을 하면서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는 단계이다.      
 (3단계) ‘직업기술’ 단계로 K2가 운영 중인 식당 등에서 일하며 비즈니스 매너, 직장 내 커뮤니케이션 능력, 직업 스킬을 익힌다.
 (4단계) ‘취업·자립’ 단계로 상담 이후 각자의 성격과 생활에 맞게 진로를 선택한다. K2를 떠나 독립하려는 사람에게는 취업지원을 실시한다.   
 (5단계) ‘사후관리’ 단계로 독립생활을 시작한 청년이 다시 어려움에 처했을 경우 도울 수 있는 상담을 실시하여 실패해도 언제든지 다시 돌아올 수 있도록 준비한다. 이때 청년들은 지원받던 입장에서 지원하는 입장으로 OB활동으로 전환하기도 한다.    

  ‘공동생활’은 K2에서 주장하는 가장 중요한 방법론으로 스태프와 당사자 청년이 지원자/지원받는 자로 나뉘는 것이 아니라, 함께 공동생활을 하면서 가족처럼 지내는 것이 특징이다. 유급 스태프와 공동생활 청년 비율이 1:1이다.     

  일본 정부에서는 고용 중심으로 정책을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거나 가정문제가 있는 청년들에 대한 해결방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K2의 공동생활은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본다. 그리고 문제가 있는 청년들 중에서는 단순히 집을 나와 생활하는 것만으로도 문제가 해결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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