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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day May 11. 2022

5월의 레몬바닐라

레몬바닐라케이크

  

레몬은 가장 외로운 과일이다.

알아봐 주었으면, 조금 더 관심 가져주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가장 강렬한 언어를 내뱉는다.

노랑의 친절함 속에 켜켜이 쌓인 무수한 말들은 외로움으로 치장한 발랄함일 것이다.  

   

레모네이드, 레몬케이크, 레몬셔벗, 레몬마들렌…     


레몬과 함께한 순간들에는 그가 어떤 무수한 말들을 건네는지 상상하게 된다. 상큼했던 첫인사가 끝나면 조심스레 시작되는 레몬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지나친 감정 앞에 5월의 햇살 같은 바닐라의 뭉근한 부드러움이 레몬 크림을 조용히 감싸 안았다. 레몬바닐라케이크. 이성과 감성이 고요히 만나는 순간이다.   

  

레몬의 쾌활함처럼 천진난만한 웃음을 짓고 나면 금세 외로워졌다. 외로워지면 부러 더 걷고 햇볕을 쬐었다. 나의 외로움은 과거 기차가 지나다니던 풀숲에도 다녀오고 양파맛 과자를 든 채 누군가를 기다리기도 하고 먼 미래에 보고 싶었던 사람과 우연한 재회를 꿈꾸기도 한다. 낮과 밤이 무수히 반복되는, 지칠 줄 모르고 달리는 급행열차였다. 그 아픔이 너무 오래되어 시럽 한두 방울 넣어 에이드를 만들고 꿈에서나 그리던 부드러운 생크림의 포옹으로 한 조각의 계절을 만들었다. 

돌아보면 잠시 멈춰 쉬어도 될 것 같은 순간들이 많았는데 관심과 사랑과 애정은 늘 곁에 있었는데,

레몬케이크를 먹으며 부지런히 생각했다.    

 

그러고 보니 레몬케이크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었다. 레몬의 상큼함을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보기만 해도 신 레몬을 왜 먹냐며 핀잔을 두었지만 그는 아무래도 그저 레몬이 좋았다.

그 사람이 떠나가고부터 줄곧 레몬케이크를 먹었다. 그 계절이 다시 돌아오기만을 바라면서 상큼하고 산뜻한 그 맛을 오래 머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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