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차쉬폰케이크
자꾸 넘어지던 쉬폰케이크.
발라당 뒤로 넘어진 케이크를 포크로 살살 어르고 달래 조심스레 일으켰다. 등을 토닥토닥 두드리는데 안쓰러우면서도 귀여운 마음이 들었다. 피식, 미소도 나왔다.
자두와 키위 그리고 오렌지가 홍차의 쌉싸름함과 잘 어울렸다. 이쪽과 저쪽 골이 깊게 파인 산등성이 한가운데엔 생크림이 풍만하게 가득 차 있었다. 꿈의 세계.
산에 올랐다. 자두는 곧 붉어질 노을, 키위는 낮게 뜬 달, 오렌지는 저물어가는 해.
산의 중턱에서 해를 씹었다. 일몰의 순간에 가장 반짝이던 빛. 그 빛이 뿜어낸 즙이 식도를 타고 사라진다. 하늘은 곧 능소화의 꿈이 된다. 다홍빛의 색종이로 뒤덮인 하늘. 노랑은 덤덤한 안녕을 닮은 은은함, 빨강은 사라지지 않으려는 미성숙한 반항, 그 둘의 인사를 천천히 씹었다.
달이 떴다. 정확한 반달, 하나 둘 떠오르는 별. 수많은 반짝임들이 옹기종이 모여 극강의 단맛을 만들었다. 입 안에 어스름한 저녁달이 꽉 차있다. 가로등 하나 없어도 밝은 시원하고 달콤한 기운이 드는 저녁. 여름 산 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