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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day May 28. 2022

오렌지를 업은 기억

오렌지쇼트케이크

흰 접시에 오렌지케이크가 놓여 있다.

일몰을 바라보며 케이크를 먹었다.

저무는 해의 마음 한 조각이 오렌지의 세계를 스쳐간다.

잠시였던, 찰나의 순간은 그렇게 오래도록 붙잡고 싶은 순간이 된다. 스쳐 지나갔던 순간들은 그렇게 하나의 추억이 되는 것이다.

볕을 모아 봄을 모아 따스한 포옹을 모아 오렌지케이크의 그림자를 만들었다.


지나치기 쉬운 장면이 한 사람의 세계가 될 때가 있다. 떨어진 나뭇잎 하나로 계절의 변화를 알 수 있듯

스쳐 지나간 순간, 잠시 머문 조각조각이 누군가를 다른 세계와 다른 시간 속에 살게 할 수 있는 것이다.


적어도 나는 그랬다.

하나의 친절, 사소한 설렘, 관심받지 못한 목소리는 나의 그늘을 들추어 내 곁을 떠나지 않는 그림자가 되곤 했다.

버스를 타고 가며 보았던 검붉은 노을. 생크림 속에 묻혀 있던 오렌지. 점심시간 보았던 이름 모를 잡초.

조각조각 모여 그림자를 만든다. 나의 그림자는 점점 자라나고 있다.


오렌지는 꿈꾼다.

꾹 꾹 누르면 터져 흐르는 상큼한 즙같은

자신의 뒤꽁무니를 따라다니는 그림자를 꿈꾼다.


오렌지쇼트케이크의 등 뒤로 볕 하나가 내리쬐었다.  

그러고 보니 나도 햇살을 업은 기억이 있다.

식물이 많은 카페였다. 창이 많아 볕과 바람이 이런저런 모양으로 나뒹굴던 곳. 창틀에 나란히 쉬고 있는 식물을 등지고 앉아 커피와 휘낭시에를 먹었다.

일기를 쓰며 카페를 오가는 이들의 부지런한 소음을 듣다가 경쾌한 이야기의 리듬을 타기도 하면서 가져온 책을 읽었다.

한 장 두 장 책장을 넘기는데 어느 순간부터 등 뒤로 볕이 내리더니 등 전체가 금세 뜨끈해졌다.

반짝이는 무언가를 업고 있자니 무엇이든 무럭무럭 자라나는 기분이었다.


어느 날엔 오렌지 라떼를 마셨다.

커피면 커피고 오렌지면 오렌지지, 무슨 라떼라며 핀잔 두곤 했지만 한입 맛본 순간 감탄했다.

달콤한 오렌지 과육이 듬뿍 씹히며 우유와 에스프레소의 조화가 너무 좋아 그들의 무도회를 잠시 감상했다.

휘휘 사부작사부작 춤을 추던 오렌지 라떼.


등지고 업고 그림자를 만들며 살아간다.

오늘은 새끼손가락만 한 오렌지가 쏙쏙 박힌 달콤한 쇼트 케이크 한 조각을 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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