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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day May 20. 2022

롤케이크의 절제미

말차 롤케이크

수줍은 말과 생각들, 부풀어 오른 마음들을 한데 모아 한껏 적극적으로 감싸 안은 모습.

여름을 알리는 초록 잎사귀에 살포시 내려앉은 햇살 한 줄기처럼 밝고 귀엽다. 돌돌 말린 롤케이크를 보면 행복한 순간들을 가득 모은 시간의 집 같다.

만일 저 롤케이크가 반듯하게 펼쳐져 있었다면 그리 큰 감흥이 없었을 것이다. 롤케이크는 롤케이크여야 온전하다. 그래서인지 롤케이크의 심장엔 절제미가 있다. 너무 많은 기대와 바람, 완벽과 이상, 친절과 사랑을 품게 되면 터져 버린다.


조기 퇴근한 4월의 어느 날, 곧 판매 종료될 말차 롤케이크를 먹기 위해 카페로 향했다. 그러고 보면 디저트는 계절마다 피는 꽃 같다. 한철 사랑받고 예쁨 받다 꽃이 지듯 당연하게 사라진다. 대개 시즌 디저트 메뉴들이 그러하다.

말차 롤케이크도 시즌 메뉴 중 하나였다. 단팥, 생크림과 함께 나온 말차 케이크를 유심히 바라본다. 접시를 돌리며 이리저리 자상하게 바라보는 일이 퍽 즐겁다. 이제 본능이 나설 차례. 주춤하지 않고, 망설이지 않고 포크로 한입 크게 떠먹어 본다. 말차의 쌉싸름함와 생크림의 온화한 맛이 입속에서 경쾌히 움직인다. 내숭 없이, 숨기는 일 없이 주춤했던 마음과 시간이 모두 적극적인 성격으로 탈바꿈하는 맛이다.


그러고 보면 누군가를 좋아하는 일에 유독 적극적이었던 시간이 있었다. 돌이켜보면 대체로 쌍방이 아닌 일방통행이었던 사랑이 그랬다. 날 것 그대로의 좋아하는 마음을 온전히 다 꺼내 기꺼이 보여주고 싶었던 사랑. 관련된 모든 길엔 서행이 없었다. 몇 날 며칠을 걷고 굶어도 눈 하나 꿈쩍 안 할 시간. 그때야 비로소 내 시간이 살아있구나 했다. 이리 만지고 저리 굴러도 시간은 온전히 내 것이었다. 유독 밝고 명랑하고 푸르던 그 시간.


나는 푼수 같은 마음으로 누군가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일에만 집중했다. 애타게 기다리는 마음, 우연히 마주치길 바라는 마음, 이름 세 글자를 공책에 뉘이는 마음, 나와 그를 둘러싼 모든 시간은 나를 한없이 자상하게 했고 우울하게 했고 감사하게 했으며 금방 밤이 오게 만들었다. 맨발로 맞는 바닷물처럼 짜릿하고 웃음기 가득한 그 시간들은 너무도 따뜻했지만, 그만큼 속절없이 지나갔다.


롤케이크를 입에 머금고 속절없이 떠난 그 사랑을 떠올렸다. 두루뭉술 말린 몸 안에 그 시간들이 가득차 있었다. 당시엔 너무도 빠르게 흘러 그게 사랑인 줄도 몰랐던 기억들마저 한 움큼 불러일으키는 맛. 그리운 이들이 말 못 하게 그리워 지다가도 그들의 안녕을 응원하게 되는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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