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랭 드 보통의 '불안'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인간 고통의 원초적 원인인 불안의 감정에 대하여 새로운 시각으로 살핀 책인데, 책에서는 불안의 감정은 유전적으로 우리에게 주입된 자기 보호적 본능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그 자연스러운 감정에 대하여 좀 더 유연하게 받아들이고 대처할 것을 주문합니다. 사실 불안의 감정을 제어하지 못하면 여러 가지 강박증이나 편집증이 생겨 심한 경우 조현증이라는 병까지 생길 수 있다고 하니 쉽게 넘어갈 수 없는 것이 바로 불안이고 사실 그런 정신적 증상뿐만 아니라 육체까지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는 만병의 근원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불안에 대하여 다시 한번 다시금 생각해보고 풀이하여 이야기하자면 불안은 '아직 일어나지 않은 불행한 일이 일어날까'하고 염려하는 것입니다.
몸에 무슨 이상이 생길까?
부모나 자식이 잘못되지는 않을까?
사랑하는 사람이 날 미워하지 않을까?
시험에 떨어지지 않을까?
직장을 잃지 않을까?
아님 이번 진급에서 내가 아닌 경쟁자가 돼서 날 괴롭히지는 않을까?
수도 없이 불행한 일들을 상상하며 나 자신을 그런 불안으로 떨게 만들고 일상생활마저 힘들게 합니다.
특히 사회라는 공동체 안에서 살아가는 우리 인간에게 인간관계에 대한 불안감에서 오는 스트레스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관계 심리학자들은 말합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불안감에서 오는 조급함으로 좋았던 아니면 좋아질 수 있었던 인간관계가 오히려 악화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합니다. 조금 느긋한 마음으로 대한다면 원하는 인간관계를 맺을 수도 있지만 불안감에서 오는 조급함으로 인하여 나와 상대방을 힘들게 한다는 것입니다.
사실 불안의 감정을 제어하기란 상당히 힘듭니다. 보통의 사람이 그런 감정을 이기고 차분한 마음으로 자신의 정신을 가다듬고 상대를 대하는 것이 사실 보통의 내공으로는 가능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걱정하며 잘해보려다 일을 그르치며 원하지 않는 상황을 현실화시키는 것이 제어하지 못한 불안의 감정이기에 그것을 깨닫고 자신을 잘 다스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그 불안만 제어하거나 없앨 수 있다면 내가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그런 일들에 대한 생각조차 하지 않게 되어 평온한 일상을 누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팝 아트의 선구자 격인 앤디 워홀은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젊은 시절 광고 그림을 그려 생계를 겨우 잇던 때가 있었는데, 성공에 대한 야망을 가지고 사람들에게 자신의 광고 그림에 대하여 적극적으로 홍보도 하고 여러 사람들에게 접근하여 봤지만 오히려 주변 사람들의 냉대로 상황이 더욱 힘들어졌었다고 합니다.
그런 상황에 염증을 느낀 앤디 워홀은 될 테면 되는 식으로 시크함으로 사람들을 대하기 시작합니다.
그러데 오히려 그 시크함에 더해진 그의 다소 난해한 그림들은 신비주의 영역으로 자리를 옮기며 세간의 주목을 받기 시작하고 부수적으로 부와 명예가 따라오며 성공가도를 달렸다고 합니다.
이렇듯 성급한 행동보다는 느긋하고 기다릴 줄 아는 지혜가 의외의 성공을 부른다고 합니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들에 대해 걱정하며 불안해하고 있지는 않으신지요?
설사 그 일이 일어나도 우리는 어느새 일상의 하나로 받아들이며 아무렇지 않게 살아가는 나를 발견하곤 합니다. 시간이 우리에게 망각을 선물하기 때문이죠.
이런 식으로 생각해 보면 지금의 불안의 감정은 사실 아무것도 아니라는 결론이 나옵니다.
감정은 습관이라고 합니다.
미래의 걱정은 아직 일어나지 않은 것들입니다.
그것들에 대해 조금 더 시크한 생각과 느긋함이 불안에 대한 생각을 지워버리고 이내 건강한 삶으로 우리를 안내할 것입니다.
인간관계에 대한 불안으로 고민하고 계신다면 앤디 워홀의 시크함을 가슴에 새기며 조금 느긋하게 상대를 대하고 놓아주십시오. 다시 당신에게 돌아올 그런 사람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