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초중반의 유년시절을 보낸 남자라면 당시 최고의 인기 스포츠 프로 복싱을 기억할 것이다.
프로야구도 유명했지만 국가 대표 격으로 세계 여러 나라 복서와 링 위에서 치열하게 펼치기는 경기는 그야말로 사람을 무아지경으로 몰아가곤 했다. 언 듯 떠오르는 기억으로도 유명우, 박종팔, 김광선, 문성길, 불운의 복서 김득구 등등등 세계 챔피언 타이틀 매치가 있게 되면 방송사에서 예고를 한 달부터 하며 주말 저녁 길가에 사람이 없을 정도로 TV 앞은 장사진이었다. 그중에 최고라면 나는 역시 짱구 장정구를 꼽고 싶다.
경기 중 땀이 흘러내린 것이 귀찮아 빠글빠글 아줌마 파마를 하고 어퍼컷을 날리는 그의 모습에 입으로 바람 가르는 소리를 씩씩거리며 동네를 뛰어다니 던 기억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
얼마 전 그런 장정구 님의 인터뷰가 신문지상에 등장했는데 그 장문에 인터뷰 중 장정구 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는데 너무 공감이 가는지라 적어본다.
복싱이라는 힘든 운동과 더불어 48kg이라는 체급 계체량의 이중고를 겪으며 15차 방어를 한 것은 돈에 대한 욕심 또는 욕망이 아닌 순수한 열정과 작은 보상으로 그 시절을 이겨냈다는 말이 알베르 카뮈의 '시시포스의 신화'에 나오는 우리 삶에 대한 나만의 그 소회(素懷)를 다시금 떠올리게 한다.
신(神)들을 기만했다는 이유로 제우스의 노여움을 받아 지옥으로 떨어지고 그곳에서 하데스에게 산에 돌을 올려놓으라는 벌을 받은 시시포스. 돌을 올려놓으면 산 밑으로 굴러 떨어지고 다시 올려놓으면 굴러 떨어지는 상황. 그 힘든 노동을 아무 의미도 없이 영원히 수행해야 했던 시시포스.
알베르 카뮈는 그 '시시포스의 신화'를 가져와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 의미를 찾을 수 없는 우리 현대 인간의 삶을 이 신화에 비유했다. 그러면서 시시포스는 내려오는 길에 바위가 없어 힘이 안 들었을 것이며 가끔 불어오는 바람에 땀도 식히며 행복했을 것이다.
의미 없는 삶도 의미를 찾으면 나름 행복해질 수 있다.
그 시시포스적 삶이 장정구 님의 인터뷰에 녹아있다.
챔피언이라는 부담감과 중압감.
그 속에서 많은 유혹과 인내가 필요했을 것이다.
그것을 순수한 열정과 작은 보상으로 이겨냈던 챔피언 장정구.
우리 개개인의 삶도 그러하다.
아무 의미 없이 무한히 반복되는 일상 속에 자신을 놓아버리고 많은 유혹과 그 속에 숨은 욕망들의 노예가 되며 스스로를 포기하지 않았는지 뒤돌아 보며 작은 행복에 위로받으며 진실한 나의 삶을 찾아 정진해 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