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왕자가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하자 여우는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습니다.
잘 가 어린 왕자,
내가 마지막으로 비밀을 하나 알려줄게 이건 아주 간단한 거야.
무엇이든지 마음의 눈으로 볼 때 가장 잘 볼 수 있다는 거야.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안 보이거든.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의 그 유명한 책'어린 왕자'에 나오는 명구 절이다.
소행성 B612에 있는 장미에게 가기 위해 여우에게 안녕을 구하자.
자신을 길들이기 위해 지냈던 시간에 대한 기억과 추억 그리고 그 마음을 간직해 달라는 애절한 요청을 위해 눈물을 흘리며 하는 말이다.
여우가 말한 길들임이라는 게 단순히 익숙해지거나 피동적 관계가 되자는 말이 아니라, 서로 사랑하는 관계를 말한다. 왜냐면 여우가 길들여진다는 말을 하며 그 관계를 설명하는 대목에 길들여진다는 것은 상대를 만나기 전에 설렘의 감정이 깃든다고 했기 때문이다. 오후 3시에 만나기로 했다면 여우는 오후 1시부터 설렌다고 말한다. 그 설렘의 의미가 무엇이겠는가?
지금 누군가를 만나기로 약속했다고 한다면 설레는 사람이 있나요?
그렇게 설레며 만난 사람이 길들여지면 어떻게 되나요?
혹시 설렘은 둘째치고 모 영화 대사에서는 옆에서 숨 쉬는 것조차 짜증 나냐고 물을 정도로 서로를 거추장스러워하지는 않으신지요?
익숙해진 사랑은 일상 속에서 그렇게 묻히는 것일까?
여기서 우리는 그 눈에 보이지 않는 중요한 것을 잃고 사는 것이다.
이루어진 사랑 속엔 설렘은 없을 것이다. (사람의 뇌에서 그 설렘을 자극하는 호르몬인 도파민이 한 사람을 가지고 분비되는 유효기간은 길어야 3년이라고 하지 않던가?)
이미 서로 너무 길들여져 그 사람은 내 삶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대방이 당장 내일부터 내 곁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가정해 보자.
육십 년 이상을 함께 산 노부부의 이별을 보더라도 그 먹먹한 순간을 무어라 표현할까?
그렇다. 눈에 보이지 않는 그것은 결국 내 삶의 일부이자 나를 지탱하는 지지대와 같은 것이다.
추울까 초겨울 목도리를 사주는 그 마음. 어디 가서 내 사람 후줄근해 보일까 새 옷을 챙겨주는 그 마음. 좋아하는 음식 먹이려 어딜 가도 바리바리 사 오는 그 마음. 그 사람 가고 싶은 곳 데려가고픈 그 마음. 눈에 보이지 않지만 진정으로 길들여진 과정에서 나오는 마음인 것이다.
이미 길들여져 설렘이 없다는 이유로 사랑하는 사람이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을 가진 존재가 되어선 안된다.
그 마음이 있기에 내가 오늘을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내 사람이 소중한 것은 어린 왕자와 여우의 이별 순간을 떠올리며 그 사람과의 이별 순간을 상상해 보면 바로 증명이 될 것이다.
자 이제 먹먹한 마음에 가슴이 아려오는가?
당신을 향한 또 그를 향한 서로의 마음이 보이십니까? 그러시다면 오늘부터 더욱 사랑하며 살기를 바랍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의 눈으로 볼 수 있습니다.